주간동아 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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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사 먹니? 난 담가 먹을래”

신세대 주부들 ‘맛있는 김치 담그기’ 팔 걷어… 절인 배추에 속만 채우는 실속형도 급증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2-11-21 12: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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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 사 먹니? 난 담가 먹을래”

    건강과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김장을 하려는 신세대 주부들이 늘고 있다.

    김장철이 돌아왔다. 집집마다 수십 통씩 배추를 쌓아놓고 동네 사람들이 함께 모여 김장을 하던 풍경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하지만 최근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추억의 김장이 부활하고 있다.

    궁중음식연구원 강사 이성은씨는 “연구원에서 해마다 김치 담그는 법을 가르치는 ‘계절김치반’을 열어왔는데 최근 들어 젊은 주부들의 참여가 부쩍 늘었다”며 “특히 올해는 20, 30대 주부가 전체 참가자의 70% 이상을 차지해 강사들이 놀랐을 정도”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내 손으로 김장을 하겠다는 신세대 주부들.

    참가 이유는 ‘직접 담근 김치가 사 먹는 것보다 몸에 좋을 것 같다’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 것 같다’‘재미있을 것 같다’ 등 각양각색이다. 이씨는 “‘요리’나 건강’에 관심이 높은 요즘 젊은이들이 자연스레 김장에도 호기심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결혼 전인 처녀·총각들이 김장 수업을 들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파트촌 주민들이 주 회원층인 경기 부천 그린생활협동조합의 올해 배추 판매량은 3500통. 김장을 신청한 조합원 수도 243명에 이른다. 그린생협 이금자 상무는 “지난해보다 김장을 하겠다는 회원들이 크게 늘었다”며 “특히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내 손으로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져 10~20포기 김장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김치 강좌 70%는 20, 30대 주부



    “김장 사 먹니? 난 담가 먹을래”

    각종 단체에서 개최하는 김치 강습에 참여하면 다양하고 맛있는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강남에 사는 주부 백경아씨(33)도 지난해부터 김장을 시작한 경우. 백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아파트에 사는 전형적인 ‘신세대 주부’다. 결혼 후 줄곧시댁과 친정에서 김치를 가져다 먹던 백씨가 지난해 김장을 한 이유는 주말농장에서 직접 키운 배추로 아이들에게 김치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 의외로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얀 배추에 이것저것 섞으면 빨갛게 색이 변하면서 맛이 드는 모습이 재미있었나 봐요. 아이들에게 1~2포기 맡기고 속을 넣어보라고 했더니 정말 재밌게 하더라구요. ‘이런 게 바로 체험학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백씨는 올해도 여섯 살, 네 살 난 두 아들과 함께 30포기 정도 김장을 할 계획이다.

    ‘내 손으로 김치를 담그고 싶다’는 주부들이 크게 늘면서 맞벌이 부부를 위한 간편한 김장법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대형 할인점과 아파트 내 반찬가게 등을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는 ‘절인 배추’는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 마포에 사는 회사원 이영희씨는 지난해부터 동네 슈퍼에서 절인 배추와 김치 속을 구입, 김장을 하고 있다. “맞벌이 주부들은 배추를 손질하고 절이는 데 드는 시간이 가장 부담스럽거든요. 절여놓은 배추를 사서 속만 채우면 되니까 김장이 한결 간편해졌어요.”

    “김장 사 먹니? 난 담가 먹을래”

    김치냉장고의 등장으로 겨울 식탁이 즐겁게 됐다.

    이씨는 “원하는 젓갈을 추가해 입맛에 맞는 김치를 만들 수 있고, 식구들과 둘러앉아 김장하는 기분을 낼 수도 있어 앞으로도 이렇게 김장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절인 배추는 소금물에 16~19시간 담가 숨을 죽인 것으로 이마트, 까르푸, 그랜드마트 등 대형 할인점과 슈퍼마켓 등에서 1kg당 2500원 안팎에 판매하고 있다.

    하루 동안 김치 공장을 방문해 김장을 해결하는 ‘김장 투어’도 실속형 김장으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는 11월 중순부터 동원 F&B, 종가집 김치, 한경김치박물관 등이 주관하는 김장 투어가 잇따라 계획돼 있다. 지난해 한 회사의 김장 투어에 참가했던 김혜경씨는 “개인별로 절여진 배추와 속에 넣을 양념, 굴, 각종 젓갈과 부추, 사과, 대추, 밤 등 각종 재료가 다 갖춰져 있었다”며 “함께 간 주부들끼리도 집집마다 맛이 다를 정도로 자기 집 김치 맛을 살릴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담근 김치가 1인당 20kg. 이와는 별도로 회사로부터 상품 김치 10kg을 선물로 받았다. 김씨는 올해도 김장 투어에 참가해 김치를 담글 계획이다.

    최근 한 여성 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 올 겨울 김장을 하지 않고 김치를 사 먹겠다는 응답자가 여전히 절반이 넘는다. 하지만 그래도 ‘김장은 내 손으로 하겠다’는 의견이 20%를 넘었다. 올 겨울, 가족들이 둘러앉아 우리 집 입맛에 맞는 김치를 담가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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