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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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公은 민영화도 불도저 식인가

고속도로관리공단 매각 실적 올리기 급급… 고용 승계·사업 보장 범위 확대 구설수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입력2002-11-21 0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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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道公은 민영화도 불도저 식인가

    도공은 최근 고속도로 유지 보수를 전담하는 고속도로관리공단 민영화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공기업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된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의 자회사 매각이 공기업 민영화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한 ‘무늬만’ 민영화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도공 주변에서는 김대중 정부 임기 말을 앞두고 공기업 민영화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정부와 도공이 무리하게 민영화를 추진한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도공은 10월8일 자회사인 고속도로관리공단(이하 공단)을 계룡건설에 넘기기로 했다. 공단 민영화를 위한 주식매각 입찰에서 계룡건설이 공사 지분의 66%에 해당하는 73만3258주를 906억원에 인수하기로 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것. 공단은 87년 고속도로 유지 보수와 휴게소 운영을 위해 세워진 도공의 자회사로, 자본금은 111억원. 지난해 3160억원의 매출을 올려 91억원의 순익을 냈다. 계룡건설은 도급 순위 25위인 대전 충남지역의 대표적인 건설업체.

    이로써 도공은 올해 초 고속도로 통행료 징수기기와 교통량 및 도로상황 점검 시스템 등을 관리하는 고속도로정보통신㈜을 대보그룹 컨소시엄에 매각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자회사 민영화를 마무리짓게 됐다.

    계룡건설이 906억원에 지분 66% 인수

    그러나 노조의 고용 승계 요구를 무리하게 수용하는 등 민영화 내용은 합격점 이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도공과의 수의계약에 크게 의존해온 공단에 민영화 이후에도 고속도로 등의 시설 개량 공사를 발주하기로 약속하는 등 사업 보장 범위를 확대하면서까지 민영화를 밀어붙였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문제는 노조와 충분한 협의 없이 매각을 추진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도공은 지난해 11월 공단의 민영화 방침을 결정할 당시 고용안정을 포함한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해 공단 노조와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올해 7월 도공은 매각 공고를 냈고, 공단 노조는 이에 대한 반대 투쟁에 나섰다. 결국 도공은 공단 조합원의 고용 승계를 5년간 보장한다는 내용을 매각 조건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공단 관계자는 “도공이 당초 약속과 달리 매각을 추진하려다 결국 공단 노조의 요구 사항을 수용해 고용 승계를 약속한 것은 올해 안에 민영화를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경영진에게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도공은 고용 승계를 담보하는 차원에서 공단의 휴게소, 주유소 등 부대시설 사업 운영권을 2007년까지 보장해달라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당초 매각 조건에는 도공 소유로 돼 있는 휴게소, 주유소 등 부대시설을 2005년까지 3년간 운영하도록 영업권을 보장하고, 그 이후에는 영업권을 회수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 이후에는 다른 업체들과 경쟁을 붙여 휴게소 운영자를 새로 가리겠다는 입장이었던 것.

    더욱이 유찰을 우려한 도공이 입찰 참여 업체에 2002년까지로 제한한 고속도로 시설개량공사 물량지원을 민영화 이후에도 계속하고, 부대시설 사업운영권에 대해서도 재입찰 없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이면계약을 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단 노조 관계자는 “적격심사를 통과한 5개 기업이 공단을 실사하는 과정에서 인수할 만한 실익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자 다급해진 도공이 매수자에게 유리하게 매각 조건을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공 관계자는 “공단의 고용안정과 원활한 민영화를 위해 노사 합의하에 매각 조건을 변경했을 뿐 이면계약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도공 주변에서는 노조에 고용 승계 등 많은 양보를 한 도공측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이면계약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공기업 민영화 과정에 상당부분 참여한 적이 있는 관련 전문가는 “도공의 자회사인 공단이 그동안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을 통해 지원을 받았다는 지적을 수차례 받아온 점을 고려해 당초 결정됐던 매각 조건을 변경함으로써 민간기업에 상당한 이득을 준 꼴이 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도공은 그동안 공단과의 수의계약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특혜성 지원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고 말았다는 것.

    도공은 올해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로부터 “올해 도공이 발주한 10억원 이상 규모의 공사 20건 중 11건을 공단에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것은 특혜”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3년 동안 도공과 공단 간에 맺어진 수의계약이 1187억원어치에 달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도공 관계자는 오히려 “이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올해 안에 공단의 민영화를 마무리짓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것도 예정가격의 2배에 달하는 906억원에 매각했다는 것은 놀라운 성과”라고 평가했다. 도공은 당초 공단의 예정가를 430억원 정도로 잡고 있었고, 두 번째로 높은 가격을 써낸 업체의 입찰가가 600억~700억원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낙찰가가 결코 ‘놀라운 성과’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건설업종 담당 한 애널리스트는 “906억원이라는 가격이 공단의 가치에 비해 비싸 보이기는 하나 도공이 보장하는 공사 물량이 알짜로 평가되는 만큼 무리한 가격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식의 자회사 민영화라면 하나마나 한 꼴”이라며 “고속도로와 휴게소는 공공성이 보장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기업을 매각하듯 고가에 매각하는 바람에 차후 투자 비용 회수를 위한 서비스 질 하락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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