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1

2002.11.28

단일후보의 힘 ‘1+1+α’

선출과정·명분 따라 시너지 효과 극대화 가능성 …일부 전문가 “이후보 지지율 뛰어넘을 수도”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2-11-20 14: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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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일후보의 힘 ‘1+1+α’

    11월16일 후보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포옹하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 협상 타결 이후 노-정 캠프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단일후보의 등장이 곧 본선 승리’라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노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결국 국민후보인 단일후보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을 꺾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인다. 정후보 캠프도 비슷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용호상박의 형세로 반전됐다고 말한다. 그만큼 파워가 배가됐다는 주장이다. 단일후보는 과연 이회창 대세론을 꺾을 수 있을까.

    동아일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KRC)가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긴급 여론조사 결과는 단일후보의 경쟁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11월17일 실시된 이 여론조사 결과 노무현 단일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의 가상대결은 36% 대 38%. 3자구도시 15% 이상 나던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정몽준 단일후보의 경쟁력은 이보다 훨씬 강하다. 정후보는 이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38.9% 대 36%로 앞섰다. 그동안 두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더라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3∼8% 가량 우세를 보이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결국 후보단일화가 가시화하자 유권자들이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후보의 단일화가 지지층의 분산 및 이탈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단일후보는 무시 못할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TV토론, 부동층 향배에 큰 영향 미칠 듯

    단일후보의 힘 ‘1+1+α’

    97년11월 DJP 연대에 합의한 뒤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왼쪽)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

    단일후보는 단순 계산법으로 접근할 수 없는 시너지 효과를 동반한다. 단일후보의 등장은 대선구도가 덧셈과 뺄셈의 단순 구도가 아니라 복잡한 방정식의 단계로 전환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두 후보의 산술적인 합산을 넘어서는 ‘결과’로 이어진다. TV토론회 및 여론조사, 여론의 향배, 단일화의 극적 효과, 그리고 단일후보가 일으킬 세대교체 또는 변화의 바람까지 감안한다면 파괴력은 현재의 상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후보 선출 과정과 명분에 따라 지지율은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본다. 여론조사기관 전문가들은 “국민은 양자구도에서 일방적으로 한쪽을 밀지 않는 성향이 있다”고 말한다.

    1997년 대선 막바지에 이르면서 이인제 후보의 인기가 급락하고,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간 지지율 차이가 급격히 줄어들어 결국 대접전으로 이어졌다. 양자 대결이 펼쳐진 역대 대선이 예외 없이 박빙의 혼전을 거듭한 것도 이런 논리를 뒷받침한다.



    후보단일화는 이회창 후보에게 부정적인 60%의 국민을 타깃으로 한다. 그들에게 충격을 주고 노-정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다. 반창(反昌) 후보단일화론이 이들의 머릿속에 재각인되면서 대세론에 대한 ‘역(逆)대세론’을 불러일으키자는 것이다.

    TV합동토론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성공할 경우 부동층으로 분류되던 반(反)이회창 정서를 가진 유권자들을 자극할 수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단일후보의 등장은 그간 세 후보 가운데 어느 쪽에도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던 부동층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여론조사기관 한 관계자는 “후보단일화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는 부동층 중 일부가 이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이제 그들 중 일부가 단일후보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그들이 재결집할 경우 제2의 노풍(盧風) 또는 정풍(鄭風)도 기대할 수 있다. 노-정 후보측도 이를 노린다. 최대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그들이 준비하는 하드코어는 ‘정치가 아닌 사람냄새’다. 노, 정 두 후보는 11월16일 새벽, 한국 정치의 계산법칙과는 다른 감동의 장을 연출, 이는 뒤쳐진 지지율을 상승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민주당 후보경선 때 주말마다 감동의 드라마를 엮어내 노풍을 이끌어낸 것과 같은 이치다. 정후보도 “월드컵의 감동을 재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일후보의 등장은 97년 DJP 연합과 같은 호남+충청 연합의 구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도권과 영남의 노, 정 두 후보 지지층이 추가로 결집,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누구로 단일화되느냐”에 따라 단일후보의 경쟁력은 또 달라진다. 단일후보의 파워는 상대 후보의 지지층을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관건이다.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의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두 후보는 상대후보 지지자의 절반 정도를 각각 흡수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까지 여론조사 결과 정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설 경우 경쟁력이 앞섰다. 정후보로 단일화가 되면 노후보와 이후보의 지지세력 중 개혁을 희망하는 젊은 유권자들 상당 부분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후보의 지지층은 스펙트럼이 매우 협소하다. 노후보로의 단일화는 정후보 지지층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나라당 이후보의 한 특보는 “자체 여론조사에서 노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정후보의 지지층 가운데 보수세력이 이후보 지지로 돌아서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노후보가 단일후보로 등장할 경우 선거가 쉬워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단일후보의 힘 ‘1+1+α’

    2002년 3월 민주당 대선 경선장에서 노사모 회원들을 만나고 있는 노무현 후보(위). 2002년 6월 월드컵 경기장을 방문, 관중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는 정몽준 후보.

    그러나 단일화 합의 이후 이상기류가 발생했다. 노후보로의 단일화에 기대감을 표하는 유권자들이 많아진 것이다. 중앙일보가 영어신문 중앙데일리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후보로의 단일화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46%, 정후보로의 단일화 지지 의견이 40.5%로 나타났다. 한 주 전 조사에서는 정후보로의 단일화가 41.1%, 노후보로의 단일화가 39.9%로 반대였다. 이런 흐름에 대해 국민통합21의 김행 대변인은 “이회창 지지세력의 전략적 선택이 반영된 왜곡된 결과”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단일후보는 1강2중 구도를 양강체제로 재편하고 그만큼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동안 ‘2중’ 캠프 주변에 감돌던 패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한다고 볼 수 있다. 당장 확산일로를 걷던 민주당의 내홍이 진정상태로 돌아선 것이 증거다. 경우에 따라 단일후보는 영남권에 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특히 노후보로의 단일화가 현실화할 경우 그동안 외면했던 영남 민심이 그에게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일후보의 등장은 제3세력의 역할 공간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보인다.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와 자민련은 이미 행로를 잃고 헤매고 있다. 이들은 하나로국민연합 이한동 후보측과 연대, 제3신당 창당 의지를 접고 단일후보 진영에 몸을 맡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단일후보의 등장은 만만찮은 역풍도 예고한다. 단일후보의 등장은 반창(反昌) 세력의 결집을 유도하지만, 반대로 이회창 지지세력의 ‘역연대’도 가져올 수 있다. 92년 부산 초원복집 사건과 같은 부메랑 효과가 나타나 영남 표가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여론조사에 대한 패자의 승복 여부도 관건이다. 노-정 후보측은 “0.1% 차가 나더라도 승복할 것”이라고 명문화했지만 불공정한 여론조사 등을 이유로 불복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 경우 양자는 동반 몰락의 길을 피할 수 없다.

    또 단일화 이후 노-정 후보 두 진영이 순조로운 공조체제를 구축할 수 있느냐는 점도 단일후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잣대로 평가된다. 단일화 협상단은 “패자가 선대위원장을 맡는다”는 원칙을 확인했지만 이념과 철학, 성장 배경이 다른 두 인사가 호흡을 맞추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한 배를 탄 두 후보를 보는 국민의 눈길이 어떨지도 단일후보의 파워와 직결되는 문제다. 결국 관건은 협상의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가느냐로 귀결된다. 이 결과에 따라 ‘플러스 알파’의 크기가 결정된다. 단일후보의 파워는 여기서 출발하고, 이는 곧바로 대선의 승패와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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