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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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에 불가능은 없다

편리성은 기본, 위치 추적·결제 기능까지 첨단 무장 … 유선전화와 격차 ‘더 멀리’

  • 김규태/ 전자신문 기자 star@etnews.co.kr

    입력2002-11-08 1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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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에 불가능은 없다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휴대전화 결제 방식은 내년 상반기쯤 본격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편리성 때문에 유선전화를 냉대하도록 만들었던 휴대전화. 이제 이 휴대전화는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에 갖가지 첨단 기능이 첨가되면서 유선전화가 따라잡을 수 없는 세계로 저만치 가버렸다.

    요즘 TV에 나오는 휴대전화 광고를 보면 ‘휴대전화 만능시대’라는 말이 실감난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휴대전화를 아직도 ‘공중전화 대체용’으로만 사용하는 데 반해 TV 속 광고모델들은 휴대전화로 버스도 타고, 서로 얼굴을 보면서 통화도 한다.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로 신용카드 결제를 대신하기도 하고 밖에서 집에 있는 냉장고와 세탁기를 원격 작동시키기도 한다. 휴대전화가 ‘만능 리모컨’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이 같은 광고는 어느 정도 과장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내년 이맘때쯤부터는 일반 소비자들도 TV 광고 속 모델들처럼 휴대전화로 버스 요금이나 음식값을 지불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이동전화업체들은 ‘기지국이 몇 개죠?’, ‘지하철에서도 잘 터집니다’라는 내용으로 자사 기기의 통화 품질을 강조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그만큼 휴대전화의 선택 기준은 단연 음성통화가 잘 되는가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10대와 20대 소비자들은 음성통화보다는 문자 메시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한 달에 몇 건의 문자 메시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통신업체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들 소비자들은 단말기 하나를 고를 때에도 컬러 액정 단말기인지, 벨 소리는 16화음 이상인지부터 살펴본다.



    듣는 전화에서 보는 전화로 … 시대 흐름에 편승

    휴대폰에 불가능은 없다
    그러나 여기까지만 해도 휴대전화는 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 고유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편이다. ‘전화’의 ‘외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음성과 문자 전달을 주기능으로 삼던 휴대전화는 점차 멀티미디어 기기로 변신중이다. 의사소통 기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나온 휴대전화에는 소형 카메라가 달려 있는 제품이 많다. 소형 카메라로 즉석에서 사진을 찍어 문자 메시지와 함께 혹은 목소리를 녹음해 상대에게 보낼 수 있다. 일부 휴대전화로는 동영상 메시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

    또 3세대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IMT2000 서비스에서는 영상통화도 실현될 전망이다. 5월 KT아이컴에서는 일본 J폰과 국제 영상 로밍 전화에 성공했다. 내년 하반기에 2GHz 대역 IMT2000 서비스가 개시되면 서로 얼굴을 보면서 통화하는 모습을 길거리에서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이처럼 휴대전화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넘어 인터넷 서핑(네비게이션) 도구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무선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경. 불과 2년 만에 휴대전화는 컴퓨터의 윈도처럼 ‘아이콘’ 기능을 채택하고 단축키를 통한 무선인터넷 접속 기능까지 갖추게 되었다. 무선인터넷을 통해 벨 소리, 캐릭터 등을 다운로드 받는 것도 더 이상 자랑거리가 못 된다. 이제 휴대전화를 통해 유선인터넷 접속도 가능하다. 물론 화면이 작아서 PC를 이용한 것처럼 원활하지는 않지만 급한 대로 인터넷에 접속해 각종 정보를 확인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휴대전화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해 e메일과 각종 첨부 파일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인터넷에 있는 플래시 만화를 볼 수도 있다. 또한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현상소에 전송, 사진을 우편으로 받을 수도 있다.

    뭐니 뭐니 해도 휴대전화의 새로운 기능 중에 최근 들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다. 통신회사 대부분이 이 무선 결제 기능을 채택하고 있다. 휴대전화에 칩 형태 또는 암호 형태로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해놓고 휴대전화 결제 단말기가 있는 상점에서 휴대전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지갑 속에 있는 여러 장의 신용카드, 적립카드 등이 휴대전화 속으로 들어오는 셈이다.

    휴대폰에 불가능은 없다

    휴대전화의 위치 추적 서비스는 운전자나 보행자들에게 목표 지점까지의 이동 경로를 알려준다.

    휴대전화는 신용카드뿐만 아니라 버스카드, 전자화폐 등의 기능도 가지고 있다. 버스를 이용하고 요금을 후불로 지불하면 된다. 전자화폐를 통해 결제가 가능한 자판기 등에서 동전 대신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무선인터넷을 통해 영화 예매 대행 사이트나 인터넷 쇼핑몰에 접속해 영화표나 각종 소비재들을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모든 기능이 완전히 대중화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기능을 활용하려면 결제 기능을 갖춘 신형 휴대전화를 구입해야 한다. 또 아직까지는 일부 상점 등에서만 휴대전화 결제가 가능하다. 이동전화 사업자들은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 확산을 위해 공동으로 결제 인프라를 갖추는 문제를 놓고 협의중이다. 어쨌든 내년 상반기부터는 휴대전화 결제 서비스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휴대전화 서비스 중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위치 추적 서비스다. 휴대전화 통화는 곳곳에 위치한 기지국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특정 기지국 반경 내에 전화 사용자가 있다는 점을 활용하면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해낼 수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해 제공되는 위치 추적 서비스들이 ‘친구 찾기’, ‘애인 안심’, ‘수호천사’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10, 20대용 서비스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친구나 애인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고로 인한 실종자를 찾을 수도 있다. 실제로 휴대전화를 통해 산골 국도에서 사고를 당한 운전자를 찾은 적도 있고 풍랑으로 고립된 낚시꾼들을 구조한 적도 있다.

    위치 추적 서비스는 교통정보 등에도 활용된다. 자동차에서 목적지만 입력하면 현재 자신의 위치가 자동으로 확인되고 교통 상황이나 목표 지점까지의 최단 거리 구간을 알려준다. 기지국 기반 서비스는 대략 500m 이상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위성을 활용하면 거의 정확한 위치 확인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보통신부는 내년부터 생산되는 휴대전화에 위성항법장치(GPS) 기능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유무선 혼용 가능한 ‘원폰’도 등장 예고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일회용 휴대전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미국 통신업체인 호프온사는 최근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일회용 휴대전화를 대형 의약 소매업체인 월그린의 사우스캘리포니아 지역 체인점 3곳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총 60분을 사용할 수 있는 발신전용 단말기인 일회용 휴대전화의 가격은 30달러인데 인기가 높아 호프온사는 조만간 판매량을 늘릴 계획이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동전화는 모든 기기를 제어하는 최첨단 조정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3년 뒤 IMT2000 서비스가 국제적으로 확산되면 세계 어디에서나 자신의 휴대전화를 국내에서와 똑같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하나의 휴대전화로 집에서는 유선전화 방식으로, 밖에서는 휴대전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무선 통합형 ‘원폰’도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무렵이면 휴대전화를 통해 PC, 냉장고, TV 등 모든 가전 기기들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5년 뒤면 휴대전화로 불가능한 것을 나열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최근 유선전화의 활발한 마케팅 전략은 이처럼 빠르게 첨단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휴대전화와 경쟁하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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