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9

2002.11.14

헤쳐 모여!… 대권 ‘빅2’로 가나

민주당 후단협 집단 탈당 지각변동… 후보단일화 압박 ‘1강2중’ 판도 바뀔 가능성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2-11-07 1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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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쳐 모여!… 대권 ‘빅2’로 가나

    민주당 후단협 인사들이 집단 탈당을 하면서 40여일 남은 대권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11월2일,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하루 종일 전화기에 매달렸다. 그동안 외면했던 민주당 탈당파 인사를 영입하려는 시도였다. 정후보는 통화에서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다”는 사과성 발언을 연발했다. 그가 통화한 인사들 가운데에는 지난 8월 “대선 전과 후의 정치 플랜을 각서로 써달라”고 요구한 사람도 있었다. 당시 정후보는 “각서는 무슨…”이라며 그의 요구를 외면했었다. 이번 전화통화에서 정후보는 그들로부터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전화를 받은 민주당 K의원은 “그동안 어디서 뭘 하다가…”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정후보는 “그동안 나한테 섭섭한 감정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이런 분위기를 인정했다. 때늦은 후회였다.

    중진들도 동참 가능성 뒤통수 맞은 노후보

    헤쳐 모여!… 대권 ‘빅2’로 가나

    11월4일 민주당 후단협 소속 의원들이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선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민주당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이하 후단협) 인사들의 탈당이 몰고 온 파장이다. 4일 하루 동안 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는 김영배 김원길 박상규 의원 등 11명. 홍재형 장성원 송영진 의원 등 이인제 의원의 계보도 정기국회가 끝나는 8일 이후 추가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분당(分黨)이라는 외길로 접어들었다. 탈당한 인사들은 제3의 교섭단체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장 밖에서는 김종필 총재(JP)와 자민련 인사들이 이 흐름에 몸을 맡길 태세다. 이런 흐름이라면 ‘1강2중’의 대선구도는 변화가 불가피하다. 거세지는 후보단일화의 압력도 대선지형의 변수다. ‘빅2’의 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 2, 3차로 예정된 민주당 탈당 대열은 20여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사태의 심각성은 탈당자의 수가 아니라 탈당자들의 면면이다. 탈당 대열에 당 중진들이 동참할 기세다. 이미 유용태 사무총장, 박상천 최고위원은 탈당 원칙을 정했다. 이인제 의원 등 또 다른 중진인사 주변에서도 탈당설이 흘러나온다. 만약 이들이 탈당 대열에 동참하면 노후보의 정치생명은 위태로워질 수 있다. 후보로서의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다. 10월 말까지만 해도 노후보측은 후단협 의원들의 조직적 ‘거사’를 생각하지도 않았다. 일부 인사들의 탈당 움직임에 “앓는 이는 빠지는 게 낫다”라며 느긋한 분위기였다. 오히려 바닥을 치고 상승중인 지지율에 고무돼 참모들은 ‘빅2’와 양강구도를 염두에 두었다. “11월 초 정후보와의 1차전을 마무리하고, 이회창 후보와 ‘빅2’ 체제를 형성한다(측근 K씨)”는 장밋빛 전략을 수립했다. 정후보가 3위로 처질 경우 중도사퇴할 가능성도 내다봤다.

    그러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다급해진 노후보는 “살아온 과정과 철학, 정치 노선이 달라 단일화는 불가능하다”는 원칙과 소신을 접고 국민경선제를 입에 올렸다. 그러나 탈당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후보측은 무엇보다 정풍(鄭風) 재점화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탈당 인사들이 국민통합21로 몰릴 경우 하락곡선을 보이던 정풍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중립지대에서 별도의 교섭단체를 추진하고 있지만 언제 어떤 형태의 변화된 지형을 형성할지 알 수 없다. 탈당파들이 부른 후유증은 당장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헤쳐 모여!… 대권 ‘빅2’로 가나

    이인제 의원, 박상천 민주당 최고위원, 이한동 전 총리(왼쪽 부터)

    10월 말, 지지율 하락이 몰고 온 패배주의로 가득 찼던 통합21 인사들 주변에는 활기가 감돈다. “솔직히 (끝까지) 갈지 안 갈지 의문이다”는 극단적인 우려도 자취를 감추었다. “김민석을 불러놓고 장세동과 손을 잡는다는 게 무슨 말이냐”며 지도부를 성토하던 젊은층의 불평도 쏙 들어갔다. 탈당파들을 영입, 지지율 하락을 막고 반전의 수를 찾자는 건설적인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다. 통합21측은 “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은 잠정적으로 우리 세력”이라고 말하며 세 확산에 자신감을 피력한다. 그러나 문제가 생각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옥석구분론’을 버리고 ‘흑묘백묘론’으로 무장한 정후보가 러브콜을 보냈지만 탈당파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후단협 인사들과의 전화 접촉에 나섰지만 명확한 입장을 밝힌 인사는 거의 없었다. 후보단일화파, 중부권 신당파, 한나라당 입당파 등으로 나뉜 탈당파들 가운데 정몽준 지지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정후보와 전화통화를 한 탈당파 한 인사는 “민주당 탈당파가 비노(非盧) 세력인 것은 분명하지만 무조건 정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는 비관적인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정후보측은 막판 후보단일화가 대선의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정후보는 노후보와 마찬가지로 후보단일화론에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본인 주도로 단일화 문제를 풀어 나가자는 입장이 강하다. 때가 되면 단일화가 추진될 것이고 그에 대한 내밀한 계산서도 들고 있다. 그렇지만 민주당을 탈당한 후단협 의원들이 잠정적으로 내놓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개방형 국민경선)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후보간의 절충과 협의를 통한 단일화라는 정후보 주장보다 노후보의 국민경선과 유사한 내용 때문이다. 정후보의 한 측근은 “한 번도 검토해본 적이 없는 정체불명의 방법”이라며 거부감을 보였다. 정후보로서는 선뜻 받기 힘든 카드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거절하기 힘든 것이 후단협이 내놓은 오픈 프라이머리다. 그들의 경선방식에는 ‘반창(反昌) 연대’라는 명분이 내재해 있다. 정후보의 한 참모는 “일단 시간을 갖고 접근하겠다”는 입장임을 밝혔다. 앞으로 나갈 수도, 그렇다고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정후보측의 고민과 갈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잠정적으로 우리 세력” 국민통합21 활기

    후단협 인사들은 조만간 교섭단체를 구성, 망설이는 노-정후보를 압박해 들어갈 계획이다. 늦어도 11월 중순 이전까지 결말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후보단일화 문제가 당장 가닥을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후보단일화에 대한 양 진영의 해법이 워낙 다르고 민주당 이탈 세력들이 단일 대오를 형성, 압력을 가할 수 있느냐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후보단일화의 시너지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음도 양 진영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두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성향과 지지 지역 등이 현격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음이 여론조사 결과 확인됐다. 노-정후보측은 가능성만 남겨둔 채 당분간 후보단일화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나 각개전투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 정후보의 한 측근은 “결국 힘에 의한 단일화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이 경우 지지율이 판단의 잣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정후보측은 보고 있다. 노후보측 역시 합의에 의한 단일화가 불가능할 경우 밑으로부터의 단일화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입장이다. 양 진영은 대선 막판인 11월 말이나 12월 초까지 후보에 대한 지지율을 봐가며 단일화 문제를 매듭지으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 결과에 따라 ‘1강2중’ 또는 ‘빅2’ 라는 새로운 대선구도가 형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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