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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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신의 눈’으로 남한 경제 생생 체험

북한 중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장성택

  • 박인철/ 북한전문가

    입력2002-10-31 15: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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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신의 눈’으로 남한 경제 생생 체험

    외부 세계에서는 북한의 ‘2인자’로 통하는 장성택.

    북한 경제시찰단이 8박9일 일정으로 10월26일 남한에 왔다. 이번에 온 경제시찰단의 멤버들은 정전협정 이후 지금까지 남한 땅을 밟은 북한 사람들 중 가장 강력한 파워를 가진 그룹이다. 연형묵 정무원(현 내각) 총리가 남한에 온 적이 있지만 북한 총리는 남한 총리와는 정치적 지위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북한은 당-국가체제다. 당은 지도기관이고, 국가는 당의 지도를 ‘받들어’ 충실하게 집행하는 기관이다.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국가는 공산주의 사회의 일정단계에 들어가면 조락(凋落)한다고 본다. 국가는 결국 소멸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가 ‘국가’라고 할 때의 의미와는 다른 것이다. 이 때문에 각종 남북회담 합의문에는 ‘국가’라는 말 대신 ‘나라’라는 용어를 쓴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모든 권력은 당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북한은 모든 권력이 오로지 ‘수령’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는 수령절대주의 독재체제다.

    그렇다고 당의 전반적인 권력이 약화된 것은 아니다. 현재 북한이 ‘선군정치(先軍政治)’를 한다고 해서 군이 당보다 우위에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공산주의 사회의 시스템을 모르고 하는 소리일 뿐이다.

    김정일 위원장 매제 … 경제 시찰 이상 ‘모종의 역할’ 가능성

    조선노동당의 최고 의결기구는 당 중앙위원회다. 이를 줄여서 흔히 ‘중앙당’이라고 한다. 중앙당에는 조직지도부, 선전선동부, 통일전선부, 국제부, 작전부 등 여러 부서가 있다. 이중 중앙당의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곳이 조직지도부다. 현재 김정일 위원장이 조직지도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장성택은 중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다. 이 때문에 외부 세계에서는 그를 흔히 ‘제2인자’로 부른다. 그러나 절대권력자인 김정일 위원장이 있는 한 명실상부한 제2인자는 있을 수 없다. 그저 ‘김정일 위원장이 가장 신임하는 사람’ 정도로 보면 된다. 1946년생인 장성택은 만경대 혁명학원, 김일성종합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 평양시 당지도원으로 출발, 72년 당 조직지도부 지도원, 81년 당 청년사업부 부부장, 89년 청년 및 3대혁명소조 부장을 지냈다.

    장성택은 김정일 위원장의 유일한 친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이다. 장성택과 김경희는 김일성종합대에서 만나 연애했다. 교내 합창단에서 장성택을 만난 김경희는 술 잘 먹고 말 잘하고 잘 노는 장성택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한다.

    급기야 둘 사이에 혼담이 오가자 생전의 김일성 주석은 둘 사이를 떼어놓기 위해 장성택을 원산경제대학으로 보내버렸다. 그러나 김경희는 장성택이 아니면 절대 시집 안 간다고 버텼다. 할 수 없이 김정일 위원장이 중재에 나섰고 둘은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 이후 줁89 평양청년학생축전 때 광복거리 건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여 김일성 주석의 신임을 얻었다. 그러나 술 먹고 놀기 좋아하는 기질 탓에 한때 강선제강소 노동자로 강등되어 수령에 대한 충성을 다지는 이른바 ‘혁명화’ 기간을 보내기도 했다.

    장성택의 형 장성우는 군에서 승승장구하여 현재 인민군 차수(次帥)이며, 동생 장성길은 군단장이다. 장성택 집안에 대한 김정일 위원장의 신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이번 경제시찰단에 장성택을 합류시켰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장성택과 함께 오는 김히택도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으로 언론에 알려지고 있다. 국가계획위원회 박남기 위원장도 이번 경제시찰단에 포함되어 있다. 북한의 실세 그룹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그렇다면 김정일 위원장이 뭔가 ‘단단히 한 건 하고 돌아오라’는 뜻을 비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경제시찰단’이지만 단순한 경제시찰단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햇볕정책 정부의 임기 만료와 남한의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오면서 김정일 위원장도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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