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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열풍’ 대만 강타

주 2회 발매일마다 복권창구 장사진… 시행 1년도 안 돼 시장점유율 76%

  • 타이페이=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로또 열풍’ 대만 강타

‘로또 열풍’ 대만 강타

줄을 서서 로또를 사는 타이페이 시민들.

대만에선 요즘 매주 화, 금요일 두 차례씩 진풍경이 펼쳐진다. 오후 6시 어둠이 깔리면 대만 전역 온라인 로또복권 4000여개 판매소 앞에는 긴 줄이 형성된다.

10월11일 금요일 76회 복권 추첨이 있기 직전 시내 중심가의 한 복권 판매소에서 만난 웨이홍등씨(65)는 “당첨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어차피 기금의 상당부분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이기 때문에 자선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주에 한 번 정도 로또를 구입하는데 5등(6자리 숫자 중 3개를 맞히면 약 8000원의 상금을 받는다)에 당첨된 적이 두 번 있다며 웃는다.

직접 숫자 기입·거액 상금 ‘매력’

뤼메이리(40), 뤼메이훼이(31) 자매도 “복권을 사는 것이 곧 자선사업”이라면서 “4회 때부터 매주 1만5000~2만원어치씩 샀다”고 했다. 초기 로또 열기에 비하면 많이 가라앉은 상태라고 하는데도 기자의 눈에는 사람들이 복권을 사기 위해 긴 줄을 이루는 모습이 이채롭기만 했다.

복권 판매소 주변에는 어김없이 작은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여기서 사람들은 OMR카드에 자신이 선택한 번호를 기입한다. 그조차 번거로우면 컴퓨터가 무작위로 뽑아주는 번호를 받는다. 화교 출신으로 대만에 정착한 유가문씨는 한때 대만인들 사이에서 천수이볜 총통의 생일을 적어 넣는 것이 유행하기도 했으나 보통 가족의 생일이나 의미 있는 숫자를 적고 함께 맞혀보면서 즐거움을 나눈다고 했다.



‘로또 열풍’ 대만 강타

가족, 이웃들이 함께 로또에 기입할 숫자를 정한다

올해 1월16일 음력 설에 맞춰 온라인복권사업을 시작한 대만에서는 지금 ‘락투(樂透·로또의 중국식 표기) 열풍’이 거세다. 대만에서 첫 추첨이 이루어진 1월22일 1등 당첨자가 없자 47억원에 이르는 상금이 고스란히 다음 회차로 이월됐고, 3일 뒤 2회 추첨에서 1위로 당첨된 4명 중 태국인 노무자가 특별 세금면제 혜택까지 받으며 20억원에 달하는 상금을 챙기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이 같은 폭발적인 인기로 대만에서는 한때 복권 영수증 용지가 품귀현상을 빚기도 했다. 유가문씨는 “부동산 가격이 3분 1, 2분의 1까지 폭락하는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복권이 위안이 되고 있다”고 했다.

시행한 지 1년도 채 안 돼 온라인복권은 대만복권시장 점유율 76.2%로 즉석식(吉時樂) 23.1%, 전통추첨식(對對樂) 0.7%를 훌쩍 뛰어넘었다. 타이페이은행 채권부(복권사업부) 자이샤오비 차장은 “로또가 다른 복권에 비해 상금 액수가 많고, 번호를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복권 ‘로또(lotto)’는 전용전산망을 이용해 복권방과 같은 판매소에서 취급하는 새로운 개념의 복권. 운영방식은 구매자가 OMR카드에 예상 숫자(40여개의 숫자 중 6개를 고른다)를 적어넣으면 전용단말기와 회선을 통해 자동 집계되고 특정 시간에 추첨한다. 상금은 총매출액과 6자리 번호를 맞힌 당첨자 수에 따라 다르므로 정확한 산출이 어렵다. 만약 그 회에 1등 당첨자가 없을 경우 당첨금액이 다음 회차로 이월되기 때문에 배당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론상 상금액은 무제한.

‘로또 열풍’ 대만 강타

대만 로또 운영사업자인 타이페이 뱅크 복권사업부

이미 1971년부터 이 사업을 시행해온 미국을 비롯 프랑스(1976년), 영국(1994년), 일본(2000년), 대만(2002년) 등 세계 60개국에서 온라인복권을 발행하고 있으며 로또의 세계복권시장 점유율은 60.7%에 달한다.

뒤늦게 시작했지만 열기만큼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대만 현지에서 10월11일 오후 7시 로또 추첨행사가 열리는 타이페이시 종티엔(中天) 케이블TV 스튜디오로 향했다. 이곳은 약속된 방청객과 스태프 외에 엄격하게 출입을 통제했다. 이 자리에 공인회계사가 동석하고, 추첨에 사용할 공(6개 세트를 준비해서 1세트를 무작위로 선택)과 기계(2대 중 1대), 통에 공을 집어넣는 순서를 정한다. 다소 번거롭게 보이지만 공신력을 높이기 위한 절차였다.

로또 추첨은 1~42번까지 숫자가 적힌 탁구공만한 공을 투명한 통에 넣으면 바닥에서 바람이 나와 공들이 공중에 뜨면서 섞이고 그중 1개의 공이 작은 입구로 튀어오르는 장치를 이용해 이루어진다.

이날 행운의 숫자는 2, 5, 23, 28, 37, 40. 6자리를 모두 맞힌 1등 당첨자 2명에게 각각 20억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5자리와 특별번호 1개를 맞춘 2등 8명에게는 각 1억500여만원, 5자리를 맞힌 3등 283명에게는 각 540여만원, 4자리를 맞힌 1만4450명에게는 각 25만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추첨 결과는 오후 9시반 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일제히 공개되고 다음날 조간신문에도 빠지지 않고 실린다.

‘로또 열풍’ 대만 강타

종티엔 케이블TV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로또 추첨행사.

대만의 로또사업은 1년도 채 안 돼 흥겨운 잔치로 자리잡았지만 일부에서는 과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54, 55회 연거푸 1등 당첨자를 내지 못하자 56회 때는 매출이 평소 3배 가량 껑충 뛰어 약 940억원(회당 평균매출액 295억원)에 이르렀고, 1등 총상금 약 260억원, 6명의 당첨자 각자에게 돌아간 배당금만 44억원이었다.

타이페이은행의 자이샤오비 차장에게 정부의 복권사업에 대한 비난 여론은 없는지 묻자 “매출의 60%가 상금이고 관리비용이 13.25%, 나머지 26.75%의 잉여금은 전액 공익사업에 활용되기 때문에 그런 염려는 없다”면서 “지금까지 국민연금, 지방정부, 국민건강보험에 지원한 액수가 1조4000억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복권 판매소를 운영하는 것도 큰 ‘혜택’이 되고 있다. 타이페이은행측은 장애인, 저소득층, 대만 원주민 등 사회적 약자에게 판매권을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경쟁자가 많을 경우 추첨으로 정한다. 타이페이 유흥가 뒷골목에 있는 복권 판매소 주인 홍윈파씨(53)는 원주민 자격으로 판매권을 따냈다. 아내 리슈웨이씨(52)와 함께 로또 판매소를 운영하고 있는 홍씨는 “토목공으로 일할 때 월 수입이 20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350만원으로 늘었다”며 즐거워했다.

연간 복권구입비로 32만원(미국의 2배)을 지출할 만큼 내기와 도박을 좋아하는 대만인들에게 로또는 새로운 레저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주간동아 2002.10.31 357호 (p58~59)

타이페이=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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