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알 카에다 ‘무차별 테러’로 전술 변경?

민간시설물·서방 관련 산유 및 송유시설 공격… 빈 라덴 동조세력 ‘자발 행동’ 분석도

  • 권기태/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kkt@donga.com

알 카에다 ‘무차별 테러’로 전술 변경?

알 카에다 ‘무차별 테러’로 전술 변경?

10월12일 발생한 인도네시아 발리 나이트클럽 차량 폭탄테러 현장.

이슬람 국제 테러단체 알 카에다는 궤멸된 게 아니었다. 단지 동면에 들어갔을 뿐’.

최근 쿠웨이트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한 테러와 알 카에다 수뇌부의 경고 등을 종합 판단한 미국 영국 호주 등 서방 각국의 입장이다. 미 중앙정보국(CIA) 조지 테닛 국장은 10월17일 알 카에다가 미국 내에서 미국민을 겨냥해 또 한 차례 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또한 이날 각료들에게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와 같은 공격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경고들은 사실 확증이 없는 상태에서 나온 것이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랜 침묵을 지켜오던 알 카에다 수뇌부가 10월6일부터 추가 테러를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카타르의 위성방송 알 자지라는 6일 알 카에다측의 연락선으로부터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이 녹음됐다고 하는 테이프를 건네받아 방송했다.

아직 빈 라덴의 것임이 확인되지 않은 이 테이프 속 목소리의 주인공은 미국이 지난해 있었던 9·11 테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한 채 여전히 이슬람 세계에 대해 패권을 휘두르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미국의 경제 관련 시설물에 대한 추가 테러를 경고했다. 이틀 후인 8일에는 빈 라덴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추가 테러를 다시 경고했다. 그는 미국뿐 아니라 동맹국들에 대해서도 테러가 가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동맹국 추가 테러 경고



알 카에다 ‘무차별 테러’로 전술 변경?

카타르 알 자지라 방송이 보도한 알 카에다 병사들의 훈련 모습.

공교롭게도 이 경고를 전후로 테러가 줄을 이었다. 6일 예멘 근해에서 발생한 프랑스 유조선에 대한 폭탄 보트 충돌 사건, 8일 쿠웨이트에서 발생한 미 해병대원 피살 사건, 1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일어난 폭탄테러, 17일 필리핀 삼보앙가시 백화점에서 일어난 폭탄테러 등이 그것이다.

서방 정보당국은 이를 알 카에다 혹은 방계 조직의 소행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알 카에다가 이전과는 다른 테러 방식을 쓰고 있으며, 이에 따라 조직 자체의 형태도 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테러의 대상 선정부터 과거와 차이가 난다. 1998년 케냐 탄자니아의 미국 대사관 폭탄테러, 2000년 예멘에 정박중이던 미 전함 콜호에 대한 테러, 지난해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항공기 테러 등에서와 같이 알 카에다 혹은 연계 세력의 소행으로 보이는 테러는 미국 대사관이나 미 전함 등 미국의 공적인 시설물 혹은 상징적인 목표물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러나 10월 들어 잇따른 테러들은 쿠웨이트 주둔 미 해병대원 피살 사건을 제외한다면, 미국과 직접 관련이 없는 동맹국들의 민간 시설물들에 대한 무차별 테러라고 규정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의 동맹국이라 할 수는 없지만 테러가 발생한 발리의 사리 클럽의 경우 주고객이 호주 영국 등지의 관광객들이었다. 호주 영국은 이번 테러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았다.

알 카에다가 방향을 수정한 또 다른 전술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관련한 산유시설들에 대한 공격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대(對)테러 관계자들은 알 카에다가 이미 올해 여름 세계 최대 규모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스 타누라 석유 수출항의 정유시설 및 송유관 등에 대해 테러를 감행하려다 사우디 정보당국에 의해 사전 차단됐으며 20여명의 관련자가 체포됐다고 밝혔다. 걸프 연안에 자리한 라스 타누라항은 전 세계 하루 석유 소비량의 6%가 넘는 500만 배럴을 유조선들에 공급하는 초대형 항만시설이다. 이 항만에 대한 공격은 전 세계 석유회사들로 하여금 추가 보안조치를 하게 만들어, 보험 할증료 부담 등으로 유가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이미 예멘 근해에서의 프랑스 유조선 테러로 인근 해역을 지나가는 유조선들의 운송료가 상승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알 카에다 ‘무차별 테러’로 전술 변경?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

알 카에다측의 이 같은 산유 및 송유 시설 공격은 미국의 대이라크 군사행동의 숨은 의도를 간파한 알 카에다가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알 카에다는 미국의 메이저 석유 회사들이 이라크의 풍부한 석유자원을 노리고 있으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들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제거하려 하고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테러 전문가들은 알 카에다 수뇌부가 경고한 미국의 경제 관련 시설물과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테러가 지금까지는 크게 실패하지 않고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성공 뒤에는 이들 테러 목표에 대한 보안 및 경계가 상대적으로 허술하다는 전술상 이점도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FBI “국제 이슬람 과격 운동”

이처럼 비교적 공략하기 쉬운 목표물을 테러 대상으로 삼은 것은 그간 와해 직전까지 내몰렸던 알 카에다가 강력한 중앙지도부를 재건하기보다는 각국에 산재된 이슬람 단체들을 동조세력으로 규합시킴으로써 세력을 만회하려는 전략을 채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테러 전문가 존 파이크는 이 같은 전략에는 큰돈이나 중앙통제시스템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이러한 형태의 테러를 예방하거나 중단시키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부 미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들은 최근 일련의 테러가 알 카에다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긴 하지만 오히려 ‘미국과 동맹국들을 목표로 하는 국제 이슬람 과격 운동’이라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에 대한 전문가인 이집트의 디아 라시완은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테러 등 일련의 테러사건 범인들이 알 카에다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게 아니라 오사마 빈 라덴에 동조하는 세력이 자발적으로 행동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앙아시아 쪽을 중심으로 알 카에다 조직이 아직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의 테러공격은 알 카에다의 방식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같은 보고서에 이같이 덧붙였다.

“미국에 대한 증오심을 공통분모로 삼고 있는 이슬람인들은 세계적으로 수십만명에 이른다. 9·11 테러는 정교하게 준비된 것이었지만 예멘이나 쿠웨이트에서의 테러는 폭발물이나 총격이라는 극히 기본적인 수단이 동원된 고전적인 형태의 공격이었다. 이는 기본조직을 갖춘 테러단체라면 누구나 가능한 공격이다. 굳이 알 카에다를 배후로 거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프랑스의 아랍문제연구소 연구원 앙트완 바스부 역시 최근의 테러는 알 카에다가 저지른 것이라기보다는 이슬람 무장세력들이 방송과 인터넷상에 떠오른 빈 라덴의 부름에 따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들은 서방세계에게는 알 카에다의 조직 재건 소식보다 더 두려운 소식이 될 수밖에 없다. 알 카에다가 수뇌부의 지시가 필요 없는 무한 자가복제에 돌입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2.10.31 357호 (p62~63)

권기태/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 kkt@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7

제 1217호

2019.12.06

아이돌 카페 팝업스토어 탐방기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