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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재웠수? 에로게임 한판 어때!”

온라인에도 성인용 게임 기지개… 선정적 장면·잔인한 묘사 ‘새로운 실험’

  • < 김재원/ 게임칼럼니스트 > sharkman@hitel.net

“애들은 재웠수? 에로게임 한판 어때!”

“애들은 재웠수? 에로게임 한판 어때!”
지난 7월 말 액토즈소프트사에서‘A3’라는 게임을 발표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게임이 등장하는 한국에서 이 게임이 유독 화제를 모은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성인용’을 표방하고 만들어진 온라인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는 국내에 성인용 게임이 전혀 없었던 걸까?

물론 그렇지는 않다. 인터넷에 접속해서 한게임(hangame.com)이나 넷마블(netmarble.net) 등의 종합 온라인 게임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19세 이상 이용가’라고 적힌 글씨와 그 아래로 죽 늘어선 고스톱·고스톱II·민화투·7포커 등의 게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야후나 라이코스 등의 포털사이트에서도 19라는 붉은 숫자와 함께 고스톱·포커·블랙잭 등을 찾을 수 있는 것을 보면 한국의 성인용 게임 시장의 규모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박이 곧 성인용 게임인가. 국내에서는 청소년보호법과 영상등급위원회의 강력한 규제로 에로게임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만큼, 도박게임이 성인용 게임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등식은 일단 한국을 벗어나면 완전히 달라진다.

성인용 게임은 대개 세 가지 이유 때문에 ‘성인용’이라는 붉은 낙인이 찍히게 된다. 사행성, 과다한 성적 표현, 잔인한 묘사나 비윤리적인 내용이 그것이다. 성인용 게임 특성상 이런 요소들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제작되게 마련이다.





그동안 성인게임은 ‘도박’이 주류


국내에서는 인터넷상에 유료 도박이나 카지노 사이트를 개설하거나 이용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성인용 게임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실물화폐의 거래가 없는 무료사이트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법망을 피하기 위한 교묘한 우회책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넷마블의 경우, 게임시에 자신을 대신하는 ‘아바타’를 치장하는 각종 아이템을 구입하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사이버머니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올린다. 다른 게임 사이트들 역시 아바타용 아이템을 판매하거나 혹은 별도의 쇼핑몰과 연계해서 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할 경우 일정액의 게임머니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현재의 게임 방식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강한 자극을 찾아서 현금 거래가 가능한 인터넷 카지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다국적 신용카드와 인터넷 카지노 사이트의 등장으로 인해 돈만 있으면 누구든지 쉽게 도박을 즐길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신용카드 번호만 갖고 있으면 성인이 아니라도 손쉽게 인터넷 카지노에서 도박을 접할 수 있다.

인터넷 도박의 폐해는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 불법으로 단속 대상이 되는 한국에서는 아예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도박이 합법화되어 있는 미국 등에서는 인터넷 도박으로 몇 만 달러의 빚을 진 끝에 자살한 가정주부 등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인터넷 도박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인터넷 카지노는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카지노를 통해서 누군가가 이익을 얻을 수 있고, 또 그것을 합법화한 국가가 있는 한, 당장 인터넷 카지노를 뿌리뽑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 없다.

사행성 게임 다음으로 많은 성인용 게임은 ‘에로게임’이다. 미국의 경우 성인용 게임이란 ‘극도로 폭력적이거나 성적인 표현이 포함되어 있어 17세(한국 나이로는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는 부적합하다’고 업계가 판단한 작품을 의미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성적인 코드가 들어 있지 않은 ‘둠’이나 ‘퀘이크’ 등 FPS(1인칭 시점 액션게임)류도 잔인한 시각적 표현 때문에 성인용으로 지정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는 노골적인 성적 표현 때문에 성인용으로 지정되는 게임은 드물다.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게임을 통해 성적인 환상을 즐기려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성인용 게임’은 곧 ‘에로게임’을 의미한다. 제작비가 적게 들고 단기간에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으며, 안정된 시장이 있는 등의 이유 때문에 매해 엄청난 양이 생산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게임 시장인 미국에서도 일본산 게임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정도다.

“애들은 재웠수? 에로게임 한판 어때!”
일본 내에서 성인용 게임은 ‘18禁게임’ ‘미소녀게임’ ‘갸루게(ギャルゲ)’ 등으로 불리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이를 속칭 ‘야게임’이라고 부른다. 소재와 표현에서 일본산 게임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 제작된 것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자극적이고 비윤리적이다. 원칙적으로 이들 야게임은 국내에 수입될 수 없지만,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WINMX나 E-DONKEY, 구루구루 등의 P2P 서비스를 통하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성인용 게임은 어떨까? 최근 성인 전용 게임을 표방하며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액토즈소프트의 A3에 대해 제작사는, ‘게임의 내용 중에는 성적인 매개체 역할을 하는 양성 캐릭터, 사제의 일탈 장면을 다룬 퀘스트, 다양한 갬블링적 요소, 칼을 맞은 몬스터의 몸통이 양쪽으로 절개되고 피가 분출되는 세밀한 그래픽, 플레이어 킬링 등이 포함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가 밝히는 새로운 요소란 실은 우리 게임시장에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던 것들이다. 다만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에 막혀서 활성화되지 못했을 뿐이다.

인간은 늘 몸에 좋은 음식만을 먹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가끔은 불량식품을 먹고 탄산이 듬뿍 든 음료수를 마시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골치 아픈 예술영화 대신 치고 받는 B급 영화를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성인용 게임은 그런 충동을 해소시켜주는 하나의 도구다.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해외의 게임을 접할 수 있는 지금, 합법적인 성인용 게임의 등장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추세다.

그런 면에서 액토즈소프트의 ‘A3’는 그동안 터부시되어왔던 ‘성인용 게임’이라는 존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최초의 게임이라는 데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 때문에 게임업계와 게이머들이 ‘A3’의 등장에 걸고 있는 기대는 자못 크다. 우리 성인용 게임에 원죄처럼 찍혀 있는 주홍색의 ‘19금’이라는 낙인이 ‘성인을 위한 게임’이라는 말뜻 그대로 받아들여지게 될지, 아니면 여전히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본능을 자극’한다는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에 밀려 어둠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주간동아 352호 (p74~75)

< 김재원/ 게임칼럼니스트 > sharkman@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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