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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와서 돈 쓸 일 없어요”

코리아 매력 상실(?) 여행수지 적자 행진… 즐기며 참여할 수 있는 관광상품 개발 시급

  •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한국에 와서 돈 쓸 일 없어요”

“한국에 와서 돈 쓸 일 없어요”
김치와 파전을 좋아한다는 일본인 구시마씨(20·여)와 시라토리씨(27·여)는 9월3일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명동에서 인사동으로 발길을 돌린 이들은 “싼 가격과 가까운 거리에 매력을 느껴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구시마씨와 시라토리씨는 항공편과 호텔만 여행사에 의뢰하고, 나머지 일정은 관광안내 책자를 이용해 직접 짰다. 명동, 동대문, 남대문 그리고 고궁들을 돌아보고 난타 공연을 즐긴 이들이 4일 동안 서울에 머물며 사용한 경비는 항공료와 숙박비를 제외하고 각각 40만원 정도.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중 일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7월까지 42%. 중국인 입국자 수가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일본인 비율이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절대적인 수준이다. 그런 만큼 일본 관광객의 증감이 우리 관광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최근 일본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 우리 관광업계가 입은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본관광객 급감 업계 직격탄

“한국에 와서 돈 쓸 일 없어요”
전문가들은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커지고 있는 여행수지 적자 폭이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유학 및 연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데 반해 외국인 유치 성과가 저조하기 때문이라고 지지적하면서, 특히 지난 9·11 테러 이후 일본인 관광객 수가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말한다. 일본인 방한 동향을 살펴보면 1997년 이후 4년간 평균 12.8%의 성장세를 보이다가 9·11 테러가 있었던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21.4% 감소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16.7%(102만5000명) 줄었다. 한·일 월드컵 기간중인 6월 한 달 동안만 절반에 가까운 44.6%가 감소해 월드컵 기간 중 관광 수입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게다가 최근 일본인 관광객의 주 연령층이 20대 전후로 낮아지면서 여행 방식도 단체관광에서 자유여행으로 바뀌고 방문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당연히 한국에서의 지출도 줄어들고 있다. 나고야에서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20대 청년 니시씨는 “한국 음식이 맛있어 세 번째 한국을 찾았다”며 “먹는 것 외에는 돈 쓸 일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 기업체 연수 등을 목적으로 우리나라를 찾던 일본 중장년층 관광객들의 소위 ‘기생관광’이 사라져 여행의 성격은 건전해졌으나 그것을 대신할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관광연구원에서는 일본인 관광객의 소비 지출을 늘리기 위해 ‘모녀 동반상품’, 지방문화유산 탐방 상품 등 고부가가치 상품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여행수지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또한 한국관광연구원 김향자 연구실장은 “일본인 관광객 규모는 계속해서 늘리되 국가를 다변화해 그 구성 비율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나치게 일본 관광객에만 의존하고 있어 여행수지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에 와서 돈 쓸 일 없어요”
다행히 1998년 한국이 중국의 자유관광 목적국으로 지정되면서 중국인 입국자 수는 연평균 33%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까지 전체 외국인 입국자 중 10.3%를 차지하는 높은 수준. 업계 전문가들은 2010년이 되면 중국이 우리 관광업의 제1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할 정도로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중국 시장의 잠재력에 비해 중국 관광객의 증가 추세가 둔해 실질적인 관광 수입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최근 중국은 중국공민해외여행관리법을 만들고, 해외여행객 쿼터제를 실시해 출국 인원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불법체류에 대비해 여행객들에게 3만~8만 위엔 상당의 귀국보증금을 예치해야만 출국할 수 있게 하는 등 해외여행을 억제하는 추세다.

또한 한류열풍의 영향으로 국내 스타를 만나기 위해 중국 등지에서 몇 차례 외국인들이 단체로 들어왔고, 영화 `‘엽기적인 그녀’, TV드라마 `‘가을동화’ 촬영지가 상품화되는 듯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한국일반여행업협회로부터 우수 여행상품으로 선정된 K여행사의 드라마 촬영지 관광상품은 사실상 실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K여행사 관계자는 “우수상품으로 선정되면 정부에서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 상품 홍보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이뤄진 게 없다”며 “우수상품 인증제는 아무런 실효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에 와서 돈 쓸 일 없어요”
D여행사 관계자는 “김치 만들기 등의 체험상품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고 했다. 대부분의 숙박시설이 서울에 몰려 있는 등 적절한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신종 여행상품들이 호응을 얻는 데 실패한 원인이 기반시설 부족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위치한 한국전통주연구소는 지난해 월드컵을 앞두고 외국인에게 전통주 제조과정을 체험하게 하는 문화탐험 프로그램을 1년 동안 진행하기로 계획했으나 실제로는 전혀 실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소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뒤 여행사로부터 몇 차례 문의가 있었으나 실질적으로 성사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체험 상품들의 경우 영세한 여행사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설 만한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4년 전 상품 그대로 진행”

중국과 동남아 여행객을 유치하는 C여행사 관계자는 “이러한 상품들에 여러 여행사들이 관심을 가져도 커미션이 없기 때문에 실제 실행한 여행사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업체마다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가격 낮추기 경쟁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관광객을 한 번이라도 더 쇼핑으로 유도해 커미션을 챙겨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에 와서 돈 쓸 일 없어요”
전문가들은 우리 여행업계의 영세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해외 홍보를 위한 비용을 지원하고, 외래객 유치 우수 여행사를 대상으로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여행업계가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거쳐 일본처럼 도소매업으로 분리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한국일반여행업협회 조계석 부장은 “내국인이 보지 않고, 즐기지 않는 상품을 즐기기 위해 외국인이 찾아올 리 없다”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급급해 관 주도로 개발되는 상품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연구원 김향자 연구실장은 “여행수지 적자는 이미 94년부터 계속됐다”며 “10년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매번 단발성 대책 마련에 급급하기 때문에 문제가 반복,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광객이 오래 머물고 다시 방문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벤트 상품 개발과 함께 장기적인 안목으로 고급 호텔 확산과 테마파크 조성 등 관광시설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352호 (p34~36)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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