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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발전 무리한 매각 추진 탈 날라

배전분할 앞선 발전회사 민영화 착수 … 정부에선 “밀어붙이기” vs 노조에선 “총력 저지”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남동발전 무리한 매각 추진 탈 날라

남동발전 무리한 매각 추진 탈 날라
9월중 남동발전 매각에 관한 세부 시행계획을 한국전력 이사회에서 통과시키고, 10월중에는 입찰제의 요청서를 발송하는 등 필요한 절차를 밟아가고 있는데, ‘매각작업이 잘 될 것으로 보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산업자원부 전기위원회 최민구 경쟁기획과장)

“남동발전 민영화 저지를 위한 하반기 투쟁 계획을 이미 세워놓았다. 우선 남동발전 매각 입찰 참여업체들이 실사를 하지 못하도록 저지할 계획이다.”(한국발전산업노조 유병철 정책기획실장)

내년 1월중 매매계약 체결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남동발전 매각작업을 두고 노·사·정이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충돌’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정부는 남동발전 매각에 필요한 절차를 하나씩 밟아가고 있고, 노조는 이를 저지하겠다고 선언한 상태. 노조는 올 2월 38일간의 파업 이후 해고 201명, 고소고발 894명, 구속 9명 등 상당한 ‘내상’을 입었지만 여전히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한전 보고 개혁하라 소도 웃을 일”

남동발전 무리한 매각 추진 탈 날라
남동발전 매각은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력산업 구조개편 과정의 일환이다. 전문가들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세계적인 추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노조의 반발이나 재계의 반대에서 보듯 실제로 이를 추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더구나 정부가 전력산업 구조개편 대상인 한전에 구조개편 작업을 맡긴 것을 두고 “개혁 대상에게 개혁을 하라고 한 것은 소도 웃을 일”이라는 지적이 처음부터 있었다.



전력산업은 크게 전기의 생산·수송·판매에 이르는 세 부문으로 이뤄져 있다. 이를 각각 발전, 송전 그리고 배전과 판매(소매)로 부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발전에서 판매까지를 모두 한국전력이 담당하는 통합된 형태로 운영돼왔다. 그러나 작년 4월 한전의 발전 부문이 1개의 수력원자력발전회사와 5개의 화력발전회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로 분할돼 발전사업자 간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5개 발전 자회사 간에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민영화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남동발전을 시장에 내놓았다. 남동발전이 재무구조 등에서 원매자(願買者) 입장에서 가장 선호할 수 있는 발전자회사라고 판단했기 때문. 남동발전은 노조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14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작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것(1662억원)과 비슷한 실적을 올렸다.

남동발전 무리한 매각 추진 탈 날라
문제는 정부 계획대로 내년 1월까지 남동발전 민영화 작업을 완료해낼 수 있을지 여부. 5개 화력발전회사의 통합노조인 한국발전산업노조 유병철 정책실장은 “산자부는 추진 강행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대중 정부가 레임덕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노조가 실력 저지에 나서면 현 정부 임기중 민영화는 물 건너 갈 것이라는 기대다.

정부는 노조의 이런 반발을 민영화에 따른 고용 불안감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 만큼 얼마든지 설득이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우리나라 전력 수요가 매년 5~6% 성장해 2015년에는 발전설비 규모가 현재의 약 2배에 달할 전망이어서 고용 감소보다는 신규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한다. 또 민영화에 따라 임금협상 등에서 과거 공기업 때보다 유리한 여건에 처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노조가 지적하는 문제 가운데 정부가 유념해야 할 것도 있다. 노조는 “남동발전 매각 시한을 내년 1월까지로 못박는 것은 정부 스스로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처사”라고 비판한다. 협상전문가들도 공감하는 대목이다. 국내기업의 해외매각협상에 참여한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과거 대우자동차 매각협상 과정에서 보았듯 정부관료들이 공개적으로 ‘언제까지 협상을 끝낼 예정’이라고 밝히는 순간 협상에서는 그것이 족쇄가 돼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여기에 최근 정부를 당혹스럽게 한 것은 엔론 등 미국의 거대 에너지 회사들의 잇따른 파산. 남동발전 매각입찰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거나 참여할 가능성이 많았던 엔론이나 미란트 같은 회사들이 파산함으로써 입찰이 제대로 성사될지 초조한 상황이 된 것. 이에 대해 한전 강동석 사장은 9월4일 한 방송에 출연해 “유럽 쪽이나 다른 쪽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배전분할 앞서 발전 민영화 최초

전문가들은 “남동발전 매각에 따른 노조 반발 등 ‘외부적’ 요인보다는 매각 작업 자체의 ‘기술적’인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더 절박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매각작업자체가 ‘기술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일이어서 이를 해결해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

우리의 경우 특이하게 배전분할에 앞서 발전회사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단행한 다른 나라의 경우 대부분 배전분할을 한 다음에 발전회사를 민영화했다(예외적으로 영국은 배전분할과 발전회사 민영화를 동시에 추진했다). 이는 배전분할이 이뤄져야 전력 도매경쟁시장이 생기고, 전기요금에 대한 시장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이 어떻게 될지 ‘확실히’ 알아야 발전회사의 수입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고, 그래야 발전회사의 기업가치도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한전의 배전부문 분할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한전은 2003년까지는 한전 내에서 지역별로 6개의 배전영업회사로 분할하고 1년 동안 모의 운영을 거쳐 시행착오를 보완한 후 빠르면 2004년 4월에 법인으로 만들어 분할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어 2009년까지 배전과 영업부문도 몇 개 회사를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소비자가 전력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시기는 2010년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동발전 무리한 매각 추진 탈 날라
전력산업구조 개편의 순서가 이처럼 뒤바뀐 것에 대해서는 ‘한전 음모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배전부문 분할로 인한 고용불안을 우려한 한전 관리직들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배전분할 순서가 뒤로 밀렸다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도 “하기 싫은 사람에게 구조개편을 맡겨놓았으니 노조를 충동질해서라도 구조개편을 미루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물론 발전회사 민영화를 먼저 추진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송광이 박사는 “배전분할이 발전자회사 민영화의 절대적인 전제조건은 아니다”고 전제, “전체 물량의 80~90%를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에 상관없이 구매해주겠다고 보장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를 전문용어로는 베스팅계약(vesting contract)라고 한다. 한전은 현재 이를 위해 연구 용역을 의뢰한 상태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 반발 예상

그러나 베스팅계약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 전문가는 “베스팅계약은 기술적으로 상당히 난해하다는 점을 정부나 한전 관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신국환 산자부장관은 전력산업구조 개편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의 업적 과시용으로 남동발전 매각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듯싶다.

한편 정부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 과정에서도 큰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가 배전분할을 앞두고 8월 말 용도별 요금 격차를 없앤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재계와 농민들의 반대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에 따라 이르면 내년 초부터 주택용과 사무용 빌딩 등의 일반용 전기요금이 단계적으로 각각 7.8%, 25.6% 인하되는 반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10.7% 오르고 농사용은 관개농업용 양·배수시설만 특혜 요금을 적용받게 되기 때문.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과정에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궁극적 목적이 전력산업에도 시장원리를 도입해 경쟁을 활성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전력소비자들에게 요금 인하와 서비스 향상 등의 혜택을 돌아가게 하자는 것이기 때문. 지금까지 전기요금 체계는 원가 논리보다는 농업을 포함한 산업을 육성한다는 정책적 측면에서 운용돼 왔다.

남동발전 매각이나 전기요금 개편 작업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명분만으로는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설득하는 게 쉽지 않다. 임기 말의 김대중 정부가 이를 얼마나 슬기롭게 추진해 나갈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352호 (p28~29)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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