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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올리기 MBA 열풍 못 말려!

의사·약사는 물론 전 산업 분야로 확산… 일부 대기업에선 채용 때 기회 보장도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몸값 올리기 MBA 열풍 못 말려!

몸값 올리기 MBA 열풍 못 말려!

\'약사 MBA\' 출신인 이중형씨는 ”제약회사도 비즈니스인 만큼 재무회계 분애도 어느 정도 익힐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미국계 제약회사인 ㈜한국릴리의 신제품 기획담당 매니저인 이주형 차장은 ‘약사 MBA’ 출신이다. 약국을 운영해본 경험도 있다. 그러나 이차장이 3년 전 MBA행을 결심하고 대학 시절 은사를 만났을 때 교수들은 그의 결단을 격려하기는커녕 한결같이 말렸다. ‘약사 MBA’라는 것이 약대 졸업생들 중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 때문이다. 약대 졸업자는 대부분 제약회사 취직 아니면 약국 개업으로 진로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 안정된 진로가 보장된 마당에 재무회계 전공자나 마케팅 담당자들이나 하는 줄로만 알고 있는 MBA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 주위에서 선뜻 찬성하고 나오지 않았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이씨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5월까지 미 조지타운대에서 MBA 2년을 모두 마쳤다. 학비에 5인 가족이 미국에서 2년간 체류하는 데 들어간 비용까지 합하면 이 기간 동안 이씨가 쏟아부은 돈은 줄잡아 4억원대에 육박한다. 약사로서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한 이주형씨는 무엇을 느꼈을까.

“고생도 많이 했죠.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동료 유학생들이 한 번만 읽어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을 저는 두번 세번씩 읽어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제약회사 역시 비즈니스 아닌가요? 약대에서 가르치는 내용 중에 마케팅이나 재무회계에 관한 내용이 조금만 있었더라도 그 고생은 안 했을 텐데….”

MBA 전보다 연봉 35%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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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를 통해 '뜨는'업종으로 전환하는데 성공한 김경숙씨는 ”어떤업종이건 이제 두려운은 없다”고 말한다

이씨는 MBA를 마치기 전 이미 한국릴리 채용이 결정됐다. 몇 년 전 국내 제약회사에 근무할 때와 비교하면 연봉도 35% 정도는 뛰었다는 것이 이씨의 귀띔. 최근 들어 이씨처럼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MBA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소리 없이 늘고 있다. IT거품이 걷히고 바이오, 나노테크 등으로 미래형 성장산업이 이동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MBA 전문 컨설팅업체인 JCMBA의 인터넷 사이트(www.mba.co.kr)에 등록한 회원 4만여명을 업종별로 분류해보면 전통 제조업이 35%, 하이테크 분야가 23%, 금융권이 18%, 유통·교육 등 서비스업이 17%, 컨설팅이나 회계 분야가 5%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최근 들어 이중에서도 하이테크와 서비스업 분야 종사자들이 MBA를 지원하는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 대표적으로 ‘뜨고’ 있는 분야도 제약·의료 등 바이오 산업과 부동산·유통·미디어·교육·물류 등 서비스업 분야로 압축된다.

JCMBA 정병찬 대표는 “의약분업 이후 관련산업 분야의 재편이나 이공계 기피 현상 만연에 따른 불안감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정대표는 “미국 내 1위로 꼽히는 펜실베니아대 워튼 스쿨이나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서울대 병원 출신 등 현직 의사들도 있다”고 전했다.

몸값 올리기 MBA 열풍 못 말려!

최근들어 MBA를 지망하는 직장인들 중에는 하이테크 분야와 서비스업 분야 종사자가 크게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병원경영컨설팅 전문업체인 메디소프트 이택환 팀장은 “2005년 이후 영리 목적의 병원이 허용되어 개인병원 도산율이 급증하게 되면 미국처럼 우리나라 의사들 중에서도 MBA를 통해 직종 전환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미국의 경우만 해도 월급쟁이 의사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개원 절차나 비용이 만만찮아 개원도 여의치 않은 탓에 의사들이 아예 가운을 벗고 ‘제2의 인생’을 위해 ‘의사 MBA’에 도전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바이오 쪽도 상황은 비슷하다. 바이오벤처 기업인 가농 바이오 유재흥 사장은 ‘달걀 MBA’로 통한다. 위스콘신주립대 MBA를 마친 유사장이 뛰어든 분야는 양계 사업이었다. 부친으로부터 사업을 물려받기는 했지만 ‘MBA까지 마치고 닭똥 치우는 신세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고. 유사장은 지금은 최첨단 양계시설을 갖추어놓은 남부럽지 않은 바이오벤처의 CEO로 성장했다. 액상계란을 제조하거나 계란껍데기에서 추출한 칼슘 성분을 이용해 칼슘 제재를 만드는 등 계란을 이용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면서 부친이 운영하던 양계 사업을 바이오벤처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MBA 지망생들은 컨설턴트나 외국계 투자은행으로의 이직을 꿈꿨다. 또 이를 위해 너도나도 미국 내 상위 10위 안에 드는 비즈니스 스쿨에 들어가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MBA가 ‘생존의 조건’으로 바뀌면서 MBA에도 순위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또한 MBA과정을 마친 뒤 너도나도 IT기업이나 금융권, 컨설팅 업체 등으로의 ‘화려한 변신’을 꿈꾸던 데서 벗어나 제조업이나 유통업으로 진출하거나 전 직장으로 복귀하는 경우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30대 직장인들 생존 필수조건?

㈜한국릴리 홍보실 김경숙 차장은 MBA 경력을 발판으로 정보통신 분야에서 제약업 분야로 업종 전환에 성공한 경우. 김씨는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인 국내 의류업체에 다니다 사직한 후 지난 91년 미국으로 건너가 MBA를 마쳤다. 귀국한 후 처음으로 들어간 직장이 모토롤라였다. 모토롤라에서 7년간 일하면서 IT 호황과 벤처 열풍을 모두 경험한 김씨는 IT 열기가 주춤해지고 바이오산업과 제약산업 등이 우리 산업의 ‘신(新)주력군’으로 떠오르는 것을 감지하고 다시 한번 업종 전환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IT 분야에서만 7년을 일했으니 이 바닥을 떠나면 죽는 줄 알았죠, 뭐. 경험이며 지식이며 인맥이며 모든 것이 IT 쪽에만 집중돼 있었으니…. 당연히 생판 모르는 제약 분야에 뛰어들었을 때는 두려움뿐이었죠.”

제약업 분야에서 이제 막 4개월을 보낸 김씨는 “이제 두려움은 없어졌다”고 말한다. 제약업의 특성상 정보통신 분야보다 더 많은 전문성이 필요하고 변화의 주기도 훨씬 빠르지만 “세상 어디나 하는 일은 비슷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서서히 깨닫게 되더라는 것.

한편 국내 대기업들은 얼마 전부터 30대 직장인들의 MBA 열풍을 아예 회사 내로 끌어들여 인력관리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미 SK텔레콤 등이 직원들을 국내대학 MBA 과정에 보내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고, LG전자 등 제조업체들도 해외 MBA 출신의 현지 채용 비율을 크게 높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MBA 연수를 약속하기도 했다. 합병 이후 뽑힌 첫 신입행원들이 입사 4년차가 되면 전원 퇴사시킨 뒤 MBA 연수를 보낸다는 방침. 게다가 재입사 여부까지 본인의 의사에 따라 결정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이쯤 되면 MBA는 적어도 30대 직장인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변해버렸다고 보아야 한다. 학력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일까. 이런 현상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사람들이라면 ‘뜨는’ MBA가 있으면 ‘지는’ MBA도 있지 않겠느냐고 딴지를 걸게 마련. 그러나 안타깝게도 MBA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아직까지 ‘지는’ MBA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이 분야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분명 조심할 것은 있다. JCMBA 정병찬 대표는 “MBA를 지망하는 사람들일수록 1억원이나 되는 돈과 2년의 시간을 투자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룰 수 있을지를 미리 설계해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MBA는 지나고 나면 빛 바래버리는 유행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주간동아 352호 (p32~33)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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