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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식이 찾은 세계의 명품 | 쿠바 아바나 시가(Havana Cigar) ②

천 가지 성분의 조화 한모금 마력

  • < 글·사진/ 전화식(Magenta International Press) > magenta@kornet.net

천 가지 성분의 조화 한모금 마력

천 가지 성분의 조화 한모금 마력
시가는 단순히 보면 ‘담배잎을 원추형으로 말아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담배잎에 매료되어 극찬을 아끼지 않는 것일까? 특히 ‘아바나 시가’라는 표현에는 좀더 감상적인 의미까지 들어 있어, 아바나 시가를 피우지 않으면 시가의 참맛을 모른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오늘날 명품으로 불리며 인기를 얻고 있는 마카누도나 다비도프, 후안 클레멘테 등을 지칭할 때와는 좀더 다른 의미가 이 ‘아바나 시가’에 깃들여 있다는 말이다. 이는 시가의 특성인 연기와 맛, 향 이외에 제4의 요소, 바로 자연의 선물인 태양과 토양, 그리고 숙련된 기술자들의 혼이 그 속에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담배를 경작하기 위해서는 높은 기온과 80% 이상의 습도가 필요한데, 여기에 비는 방해 요인이 되므로 한 해 강수량은 적을수록 좋다.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곳이 바로 쿠바이고 보면 최상품의 시가가 쿠바 자연의 산물이라는 말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 담배잎이 자라는 동안 수백번씩 살펴보고 또 살펴보아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3년간의 발효, 숙성 과정을 거쳐 담배잎을 만들다 보니, 그 속에는 자연스레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스며들게 된다. 담뱃진으로 얼룩진 농부의 손이, 그리고 그 손맛이 밴 담배잎이 아바나 시가의 맛을 내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되는 것이다.

아바나 시가는 이렇게 만들어진 잎 가운데서도 특히 가장 질이 좋은 상위권의 잎을 골라 직접 손으로 제작한 수공품. 보통 다섯 가지의 잎으로 만들어지는데, 시가의 겉면을 싼 화장용이라 할 수 있는 상권엽과 충전된 잎을 감싸주는 중권엽, 맛과 향을 내는 잎으로 채워진 전충엽으로 나뉜다. 각 부분은 하나 또는 두 가지 이상의 잎이 섞인다. 시가의 바깥쪽을 둘러싸고 있는 상권엽은 품질이 뛰어나고 질기면서도 연한 반쪽짜리 담배잎 한 장으로 이루어 진 것으로, 나선형으로 말려 있다. 상권엽의 안쪽에서 안감 역을 하는 중권엽은 시가에 단단한 느낌을 주는 잎으로 두 장의 담배잎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놓고 만다.

발효·숙성 제조법은 일급 비밀

천 가지 성분의 조화 한모금 마력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충엽인데, 보통 특성이 서로 다른 석 장의 담배잎을 채우며 이것이 시가의 맛과 향, 풍부함을 결정한다. 이 배합 기술이 말하자면 아바나 시가의 독특함을 만드는 요소인 셈인데, 지금까지 오랜 기간 그 비법이 비밀에 부쳐져 있다. 1000여 가지 이상의 성분이 들어 있다는 시가의 연기. 그 오묘한 향과 맛의 비밀이 바로 담배를 마는 아바나 사람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정작 아바나 시가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시가가 어떤 상표를 달고 시중에 나오는지 아는 이가 드물 만큼 그 비밀의 원칙은 철저히 지켜지고 있다.



아바나의 시가(HAVANA CIGARS)라는 메이커는 오직 아바나 주변의 7곳 시가 생산지에서만 붙일 수 있다. 그중 한 시가 공장을 찾았다. 많은 사람들이 담배잎을 펴고 정리하고 말리고 있었는데, 일하면서도 시가를 입에 물고 있는 이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한 사람의 숙련된 기능공은 하루 100여개 정도의 시가를 만든다고 하는데, 맛을 내는 과정은 20년 이상의 경력자만이 할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말고 말아 만들어진 시가는 50개 단위의 단으로 쌓아서 노란 리본으로 묶어놓는다. 이 단을 사람들은 ‘인생의 절반’이라 부르는데, 쿠바에서는 쉰 살이면 인생의 절반을 산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완성된 시가는 쿠바산 서양삼나무로 만든 상자에 넣어져 세상으로 나온다. 시가 상자에는 보통 12~13개를 두 층으로 포개어 25개씩 또는 50개씩 포장하는데, 두 층 사이에도 서양삼나무 잎을 깐다. 서양삼나무는 향이 없고 공기가 잘 통해 시가가 숨쉴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한다.

천 가지 성분의 조화 한모금 마력
이 같은 처리 방식 때문인지, 시가는 종종 와인과 견주어 이야기된다. 잎을 발효시키는가 하면 상자 안에서 숙성시키는 등의 공통점이 있는 까닭이다. 또한 지역 명산품이라는 면에서도, 생산지에 따라 달라지는 맛과 향에서도, 이를 보관하는 데도 공통점이 있다. 시가는 섭씨 15~18도의 온도와 70%의 습도에서 보관해야 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와인처럼 시가를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사실 최고 품질의 시가를 꼽으라 하면, 전 세계인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아바나 시가의 대표 몬테크리스토나 아바나에서 아바나 시가의 상징으로 여길 만큼 오래된 상표인 파르타가스, 향이 풍부하고 강한 로메오 이 홀리에타, 흙냄새가 나며 향이 강한 볼리바르, 벌꿀·나무·과일 맛이 나는 코이바, 부드러운 향의 플로르 데 후안 로페즈 등 수많은 아바나산 시가를 제치고 다른 곳에서 만든 다양한 종류의 시가를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어떤 종류의 시가를 말하건,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쿠바와 만나게 된다. 아바나 시가는 시가의 메카이기 때문이다.

아바나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담배잎을 보아왔고 그 냄새를 맡아왔으며, 하루종일 담배잎을 말아 멍이 들어 있는 어머니의 허벅지를 보며 자라왔다. 그들 생활 속에서 담배잎을 말리고 발효시켜 둥글게 마는 일은 시가를 피우는 일만큼이나 생활화된 것이다. 거리의 작은 가게에서도 즉석에서 담배를 말아 팔고 있고, 저녁 찬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빈민가의 한 집에서조차 담배잎을 말아 시가를 피우는 노인은 있다.

이렇게 말아 피우는 시가는 비록 최고의 명품들과는 맛과 향이 다를지 모른다. 하지만 쿠바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바로 아바나 시가다. 이들이 좀더 좋은 시가를 피우고자 한다면 시가 공장에 취직하면 된다. 내가 아바나 시 골목길 한 모퉁이 가게에서 산 시가를 맛나게 피웠던 것은 아마도 그 맛이나 향이 뛰어난 때문이 아니라 아바나 사람들처럼 나도 명품을 그저 생활의 하나로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간동아 2002.08.22 348호 (p78~79)

< 글·사진/ 전화식(Magenta International Press) > magenta@kor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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