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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단순한 규칙의 거대한 컴퓨터”

천재 과학자 ‘울프램 이론’ 학계 논쟁 불러… “머지않아 몇 개의 부호로 설명 가능” 장담

  • < 이한음/ 과학 칼럼니스트 > ehanum@freechal.com

“우주는 단순한 규칙의 거대한 컴퓨터”

“우주는 단순한 규칙의 거대한 컴퓨터”
아마 모든 과학자들과 과학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의 꿈은 이 세계와 우주를 설명해 줄 간단한 원리를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과학사에서 그런 원대한 목표에 가까이 간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몇 개의 운동 법칙으로 모든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려 한 뉴턴, 자연선택 이론으로 생명의 다양성을 설명하려 한 다윈, 그리고 상대성 이론으로 우주를 설명하려 한 아인슈타인이 그렇다. 이 밖에도 놀라운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상 이들만큼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꾼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최근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다. 스티븐 울프램이라는 이 과학자는 지난 5월 ‘새로운 종류의 과학’이라는 1200쪽에 이르는 책을 내놓으면서, 그 반열에 들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울프램은 자타가 인정하는 천재 과학자다. 그는 15세에 처음 물리학 논문을 발표하고, 20세에 이론물리학 박사가 되었다. 그가 27세에 개발한 수학 소프트웨어 ‘매서매티카’는 현재 고급 수학을 다루는 분야에서는 거의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다. 그는 또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혼돈 이론과 복잡성 과학 분야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했다.

“우주는 단순한 규칙의 거대한 컴퓨터”
그런 그가 10여년간의 은둔 생활 끝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사람들이 그와 그의 책에 주목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두 달이 지난 지금 그는 오히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듯하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과학계에서 열띤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새로운 분수령이 된 대작이라는 찬사에서부터 논리적 비약이 심하고 새로운 것이 없다는 비판까지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다. 모든 것을 자신이 처음 발견한 것처럼 말한다는 비난까지 들린다.

학계를 이처럼 시끄럽게 만든 울프램의 주장은 어떤 것일까? 그의 주장은 단순해 보인다. 단 몇 줄의 부호로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옳다면, 그는 당연히 뉴턴과 다윈, 아인슈타인과 대등한 수준에 놓일 것이다.



‘새로운 종류의 과학’ 전세계 주목

울프램은 20년 넘게 ‘셀룰라 오토마타’라는 프로그램을 연구해 왔다. 이것은 띠처럼 길게 이어진 네모 칸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흑색이나 백색으로 칠하는 단순한 프로그램이다. 가령 좌우 양쪽의 칸이 흑색이면, 가운데 칸을 백색으로 칠한다는 규칙이 한 예다. 처음 흑색으로 채운 사각형의 위치와 개수에 따라 이 프로그램이 만들어낼 수 있는 문양의 종류는 무한하다. 그런데 울프램은 이 프로그램에서 육각형 눈의 결정체, 나뭇잎 잎맥, 소라 껍데기 무늬, 담배연기가 퍼져나가는 모양 등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것과 흡사한 무늬나 패턴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컴퓨터 화면에서 펼쳐지는 이런 자연과의 유사성을 집중 탐구했다. 그리고 불가사의해 보였던 자연의 모든 무늬들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새롭게 등장하면서 이 규칙을 대담하게 확장했다. 그는 이 단순한 규칙과 계산을 기본 틀로 삼아 열역학 제2법칙, 자연선택, 상대성 이론, 인공 지능, 양자 역학, 주식 시장, 자유 의지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몇 개의 부호로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주는 단순한 규칙의 거대한 컴퓨터”
단순한 원리로 복잡한 것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보면, 울프램의 관점은 기존의 과학이 지닌 관점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기존의 과학은 방정식에 치중해 왔다. 한 예로 아인슈타인은 만물을 설명해 줄 하나의 방정식을 찾기 위해 평생 노력했다. 시간의 역사로 유명한 스티븐 호킹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방정식만 찾아내면 우주의 모든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울프램은 그런 접근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방정식은 예측이 가능하다. 즉 숫자를 대입하면 언제나 같은 결과가 나오게 마련이다. 하지만 울프램의 규칙은 단지 초기 조건만 정하고 있다. 특히 그는 어느 정도 질서를 갖고 있으면서도 예측이 불가능한 행동을 보이는 규칙들에 주목한다. 그는 우주를 바로 그런 단순한 규칙을 가진 거대한 컴퓨터라고 본다. 그러므로 미래의 과학은 예측 불가능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렇게 기존 과학과 생각하는 틀이 다르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이론이 단지 `‘새로운’ 과학이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울프램의 ‘새로운 종류의 과학’을 가장 폭넓게 비판한 사람은 인공지능 전문가이자 발명가인 레이 커즈웨일이다. 그는 단순한 반복 과정으로부터 복잡한 것들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것은 이미 기존의 프랙탈, 혼돈 이론, 복잡성 과학, 자기 조직화계 같은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내용이다.

‘정보의 흐름과 변환’으로 파악 시도

“우주는 단순한 규칙의 거대한 컴퓨터”
하지만 그는 울프램이 논리적 비약을 한다고 본다. 즉 울프램의 규칙이 보여주는 복잡성이 우주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규칙을 반복하면 어느 정도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패턴을 얻을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생명의 다양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의 고도 지능을 낳기 위해서는 셀룰라 오토마타 외에 진화와 기나긴 시간과 환경이라는 다른 차원의 요소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복잡성에도 차원이 있으며, 셀룰라 오토마타는 인간 지능 같은 복잡한 차원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유 의지 같은 개인의 주관적인 사항을 객관적인 제3자 입장에 있는 과학이 다루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러면서도 커즈웨일은 울프램이 노벨상 수상자인 리처드 파인만과 인공두뇌학의 개척자인 노버트 위너의 계보를 잇고 있다고 파악한다. 그들은 우주를 물질과 에너지가 아니라, 정보의 흐름과 변환으로 파악하려 했다. 모든 복잡성을 컴퓨터 속에서 이루어지는 단순한 계산으로 파악하는 울프램의 견해는 그들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관점이 과학의 거대한 흐름 중 하나가 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주는 단순한 규칙의 거대한 컴퓨터”
기존의 과학이 자신의 이론을 담기에는 미흡하다고 생각한 울프램은 다른 과학자들의 검토를 전혀 받지 않은 채 자신의 출판사에서 책을 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대중 강연과 세미나 등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확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울프램은 아직 우주의 규칙을 찾아내지 못했지만, 머지않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는 자신의 이론이 함축한 의미에 자신도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과연 그는 스티븐 호킹을 제치고 우주의 비밀에 가까이 다가간 제2의 아인슈타인이 될까, 아니면 몰락한 천재가 될까.



주간동아 345호 (p70~71)

< 이한음/ 과학 칼럼니스트 > ehanum@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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