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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國 ‘더위와의 전쟁’에 레저시장 용틀임

전문직·고소득층은 해외 바캉스… 피서법이 소비패턴 변화 유도

  • < 강현구/ 베이징 통신원 > beha@263.net

中國 ‘더위와의 전쟁’에 레저시장 용틀임

中國 ‘더위와의 전쟁’에 레저시장 용틀임
장마전선이 주춤한 틈을 타고 한국은 때 이른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의 기온은 높아야 30℃ 안팎. 7월14일 최고 기온 40.1℃를 기록한 베이징과 비교하면 차라리 서늘한 편이다.

베이징의 여름이 무덥다 해도 40℃를 넘는 일은 흔치 않다. 베이징은 서울보다 습도가 낮아 34~35℃라 해도 견딜 만하다. 하지만 35℃를 넘어서면 베이징 시내는 달궈진 철판으로 변해버린다. 정부가 꾸준히 녹화사업을 했음에도 도시 구조 자체가 아스팔트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열이 그대로 지상으로 방출된다. 35℃면 체감기온은 40℃쯤 되는 살인적인 더위다. 베이징, 톈진, 선양 등 중국 북부와 동북지방의 도시들은 지난 4월 이미 30℃에 육박하는 여름철 날씨를 보여 일찌감치 올 여름 불볕더위를 예고했다. 아니나 다를까 40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도심 수영장 젊은이들 만원

中國 ‘더위와의 전쟁’에 레저시장 용틀임
베이징에 여름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것은 갑자기 도심에서 벌어지는 택시 잡기 경쟁과 생수 사기 전쟁이다. 무더운 날 베이징 도심에서는 푸캉(富康)이라 불리는 중국-프랑스 합작의 시트로엥 택시가 최고 인기다. 보통 때는 비싼 요금 때문에 외면당하던 이 택시가 수은주가 오르면 냉방이 잘 된다는 이유만으로 갑자기 귀해진다. 평소 최고 인기의 대중차 씨아리(夏利)도 이때만큼은 찬밥신세. 생수도 여름이면 반짝 인기를 누린다. 평소 팔리지 않는 생수를 들고 길게 늘어서 있던 노점상들이 35℃가 넘어서면 자취도 없이 사라진다. 위협적인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답게 곧바로 품절돼 버리는 것. 어렵사리 찾은 상점도 상황은 마찬가지고 얼린 생수는 물론, 빙과류도 동이 난 지 오래다.

택시와 생수로 더위를 달래는 도심과 달리 조금만 변두리로 나가 베이징의 아파트촌으로 가면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할머니에서부터 웃통을 벗어 던진 아저씨들, 무슨 얘기인가에 열중하고 있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우리의 농촌 풍경과 비슷하다. 해거름 도시에 어둠이 감쌀 때쯤 되면 조그만 공터라도 어김없이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윽고 귀에 익은 서양 음악이 흐르면서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교댄스가 시작된다. 각 지역 부녀회가 조직한 스포츠댄스 시간이다.



이렇게 밤이 익어갈 무렵 베이징 곳곳에 도깨비불처럼 야시장이 선다. 동네 식당 앞에 파라솔이 내어지고 여러 가지 먹을 거리와 맥주를 판다. 맥주 값이 생수 값보다 싼 베이징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다.

라오바이싱(老百姓)이라 불리는 일반 인민들의 여름나기가 생활 속에서의 피서라면, 요즘 신세대들의 여름나기는 서구화된 우리의 바캉스 문화와 비슷하다. 요즘 베이징 신세대들에게 최고 인기 있는 피서지는 해양낙원(海洋樂園)이라 불리는 대형 수영장. 마치 바닷가에 와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베이징의 대형 수영장들은 규모나 시설 면에서 한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야자수가 늘어져 있는 대형 수영장에서 선탠을 하거나 인공 파도타기를 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스징산(石景山)구에 자리잡은 수상세계(水上世界)라는 대형 수영장은 매일 1300여명의 사람들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런 교외의 대형 수영장 외에도 베이징 도심 곳곳에 있는 수영장들도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칭니엔호(靑年湖)공원에 자리잡은 수영장 수상낙원(水上樂園)은 7월12일 개장 후 하루 평균 방문객이 1500여명에 이르고, 가장 더웠던 7월14일에는 2500명을 돌파했다.

수영장 외에 역시 신세대들의 피서지로 각광받는 곳은 실내 스케이트장이다. 베이징 중심가인 시단(西單)에 자리잡은 한 실내 스케이트장은 하루 150여명 정도가 찾는다. 이곳에 들른 한 커플은 “이렇게 더운 날 어디에서 놀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스케이트장에 오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가장 시원한 것 같아요”라며 스케이트장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는다.

中國 ‘더위와의 전쟁’에 레저시장 용틀임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피서는 여행이다. 베이징에서 해변으로 피서를 가는 일은 과거 일부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말 그대로의 특권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도시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피서법이 되었다. 과거 중국 특권층의 별장들이 즐비했던 베이타이허(北戴河)가 여전히 사랑받는 피서지지만 최근 들어 베이징 사람들은 베이타이허에서 조금 떨어진 난타이허(南戴河)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베이타이허가 사람들이 너무 많고 오염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곳보다도 인기 있는 지역은 중국의 제주도라 할 수 있는 하이난타오(海南島)다. 최근 몇 년 국내선 항공편의 가격경쟁이 불붙으면서 보다 저렴한 가격에 하이난타오로 피서 가는 것이 중국 전문직 종사자들 사이에 유행이 됐다. 국내 여행뿐만 아니라 최근 대폭 개방된 해외 여행도 불이 붙었다. 특히 국내 여행 경비 수준으로 갔다 올 수 있는 동남아 여행은 일찌감치 매진이다.

중국인들의 피서법은 현재 중국의 최대 고민인 빈부격차, 즉 계층간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지난 몇 년간 중국의 급격한 변화는 베이징 사람들의 피서 형태를 바꿔놓았다. 이렇게 바뀐 피서법이 곧바로 그들의 소비패턴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해변으로의 피서나 해외 여행에 따른 새로운 소비의 창출은 만성적인 내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경제에 반가운 소식임은 틀림없다.

한편 중국인들의 생활패턴 변화는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도전해야 할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었다. 과거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중국의 레저시장이 서서히 용틀임하고 있는 것이다. 수영복 한 벌을 사기 위해 시내 중심가 백화점까지 가야만 했던 베이징은 이미 과거가 돼버렸다. 그들은 시원한 여름을 나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 변화하는 중국의 흐름을 한발 앞서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간동아 345호 (p52~53)

< 강현구/ 베이징 통신원 > beha@263.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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