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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공공의 적’ 햄버거

왜 10대 ‘치매환자’ 나올까

인간광우병 쇠고기와 부산물 섭취로 감염 추정 … 뼈에서 떼어낸 고기 ‘MRM’도 의심거리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왜 10대 ‘치매환자’ 나올까

왜 10대 ‘치매환자’ 나올까
1996년 3월20일 영국 정부는 소해면상뇌증(BSE·소의 뇌가 스펀지처럼 변하는 병)에 감염된 쇠고기가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발표해 전 세계를 ‘광우병’ 공포로 몰아넣었다.

영국 내 전문가들이 인간광우병(변형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중반 40세 이하의 젊은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 환자들이 속속 보고되면서부터. 종래 100만명당 1명꼴로 자연 발생하는 산발형 CJD 환자는 대부분 60대 이상이었다. 그러나 10대 환자가 치매증세를 보였을 때 의학계는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99년까지 가장 어린 발병자는 14세,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은 53세로 발병시 평균연령은 28세였다(사망연령 29세). 기존 CJD 환자와 비교해 평균연령에서 30여년의 큰 차이를 드러냈다. 영국CJD감시단 팀장인 신경학자 로버트 윌 박사는 “vCJD가 부분적으로는 연령과 관계 있는, 특히 30세 미만의 사람들에게 압도적으로 많이 발병하는 새로운 질병”이라고 결론지었다.

“햄버거 소시지 파이 등 가공육 상당한 위험에 노출”

그렇다면 왜 vCJD는 특별히 젊은 사람들에게 자주 발생할까. 영국 ‘광우병백서’(한국어판 식품의약품안전청 발간)를 보면, 이들이 식품과 백신으로부터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한다. 백신의 경우 직접 소의 성분을 함유하지 않아도 생산 과정에서 소태아혈청, 소혈청알부민 등이 사용되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와 그 부산물을 직접 먹었을 경우다. 특히 햄버거(쇠고기버거), 소시지, 쇠고기파이 등 가공육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즉 지금까지 의학계가 밝혀낸 vCJD의 감염 경로를 보면 광우병 오염도가 높은 동물의 뇌, 척수 등이 포함된 쇠고기 제품에 의해 전파된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영국에서는 1989년 소내장육(뇌, 편도선, 척수, 비장, 흉선, 창자 등) 사용이 금지되기 전까지 햄버거용 패치나 소시지, 고기파이 등 다진 고기를 뭉쳐 만든 식품에 소의 뇌를 갈아 만든 액을 접착제처럼 사용해 왔다. 또 유럽에서는 소시지를 만드는 데 뇌가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1999년 기센대학이 500개의 샘플에 대해 생화학적 분석을 실시한 결과, 소시지 무게의 최대 5%까지 뇌를 비롯한 다른 중추신경계 물질이었음이 밝혀졌다. 이처럼 직접 소의 뇌를 먹지 않았더라도 햄버거나 소시지 등 가공육을 통해 광우병에 오염된 뇌를 섭취할 수 있다.

또 다른 감염경로로 지적된 것이 MRM(Mechanically Recovered Meat) 식품이다. 소, 양, 돼지, 닭 등의 도살과정을 기계화하면서 과거에는 발라내기 어려웠던 뼈에 붙은 살을 떼어내기 쉬워졌고 그만큼 고기의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이렇게 뼈에서 떼어낸 고기를 MRM이라 한다. MRM은 고기파이, 소시지, ‘값싼 버거’ 등 여러 가지 육가공품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영국 가축위생과의 팀 렌더 박사는 “MRM은 얇게 저미거나 다진 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이라면 어디든지 이용될 수 있다. 주요 용도는 식품매장 아래에 위치한 냉동 소시지, 버거, 파이 등의 제품”이라고 말한다.

‘광우병백서’는 이 제품들에서 MRM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이르며 일부는 그 이상의 함량을 나타낸다고 했다. 문제는 고기 자체가 아니라 뼈를 톱으로 자르는 MRM 처리과정에서 광우병에 오염된 척수가 고기로 흘러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CJD감시단이 젊은 vCJD 환자의 발병 원인을 추적하면서 유독 ‘햄버거’에 의혹을 두는 이유는 제품 소비와 나이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쇠고기, 소시지, 고기파이는 나이에 관계 없이 누구나 즐겨 먹는 식품이지만 햄버거의 경우는 달랐다. ‘광우병백서’는 햄버거를 가리켜 나이가 많아질수록 소비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유일한 고기제품이라 했다. 이는 어른보다 햄버거를 많이 먹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광우병 감염 위험성도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주간동아 345호 (p26~26)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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