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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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란 말도 못 들어봤수?

유창혁 9단(백):이세돌 3단(흑)

  • < 정용진 / 바둑평론가>

    입력2004-10-18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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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마불사란 말도 못 들어봤수?
    월드컵의 역사에서 이번 2002 한·일 월드컵만큼 이변과 파란이 많았던 적이 있을까. 그 여진(餘震)에 바둑계도 흔들렸음인가. 새로 생긴 KTF배 프로기전 처녀 우승자를 가름하는 최종 결승3국에서 눈을 의심케 하는 일대 해프닝이 벌어져 팬들을 즐겁게 했다.

    기전규모 2억원의 KTF배는 우승상금 2000만원이 걸린 제한시간 20분의 속기대회다. 20분을 다 쓰고 나면 그때부터 30초 안에 한 수씩 착점해야 하는 속사포 대결이다 보니 예기치 않은 ‘반상 희극’이 종종 펼쳐지곤 한다. 결승에 진출한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이나 ‘한국 바둑의 황태자’ 이세돌 3단의 기풍(棋風)은 긴 말이 필요 없는 ‘인파이터’들이다. 반상에 불꽃이 튀고 포연이 자욱한 것은 예상했던 바.

    서로 한 판씩 주고받아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결승전은 그러나 전혀 엉뚱한 착각으로 막을 내렸다. 를 보자. 지금 백이 가운데 흑대마를 잡기 위해 ‘고래사냥’에 나선 국면이다. 작살을 들어 백1로 급소를 찌르고 흑2로 비껴 받을 때 가차없이 백3~7로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씨익 상대를 쳐다본다. ‘어때? 딱 걸렸지?’ 그러자 이세돌 3단이 ‘형님! 대마불사란 말도 못 들어봤수?’하는 표정으로 흑8~10을 두들기자 갑자기 유창혁 9단이 “억!”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진다.

    대마불사란 말도 못 들어봤수?
    착각! 9단 정도 되면 흑10의 장문수 정도는 한눈에도 척 본다. 다만 백5로 단수 치면 흑 한 점이 잡히므로 장문(장면도 흑10)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았는데, 흑6 다음 백A에 때리는 순간 흑이 자리에 되때리는 환격수를 그만 깜빡한 것이다. 95수 끝, 흑 불계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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