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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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널드 웃고 코카콜라 울고

인도인 전용 채식메뉴 개발 매출 급증 … 무리한 현지 생산 강행 주민 거센 반발

  • < 이지은/ 델리 통신원 > jieunlee333@hotmail.com

    입력2004-10-18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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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도널드 웃고 코카콜라 울고
    맥도널드와 코카콜라로 대표되는 다국적 기업들은 전 세계에 같은 브랜드를 팔며 소비자의 기호와 입맛을 ‘국제화’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상품을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추고 경영 스타일도 현지 문화에 적응시키는 등 ‘현지화’(localization)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막강한 위력의 다국적 기업이라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맥도널드와 코카콜라가 인도에서 보여주는 상반된 모습은 다국적 기업의 현지화가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코카콜라가 주민들의 정서를 무시한 무리한 현지 생산 강행으로 인도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산 반면, 맥도널드는 인도 특유의 채식 습관을 고려한 메뉴 개발로 인도 진출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인도 케랄라주(州)의 플라치마다에서는 벌써 두 달 넘게 코카콜라 반대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연일 벌어지는 시위로 운동 선포 첫날부터 십수명의 주동자가 구속되었다. 특히 시위가 시작된 지 49일째 되는 지난 6월9일에는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30명의 여성과 9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3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시위 가담자 대부분은 코카콜라 공장 주변에 살고 있는 플라치마다 주민들이다. 이들은 사회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원시부족으로 인도 정부가 보호 대상으로 규정한 ‘지정부족’ 출신들이다.

    ‘현지화’ 성공 못한 다국적 기업

    맥도널드 웃고 코카콜라 울고
    공장 주변 부족민이 반대운동을 시작한 것은 물 때문. 대다수의 인도 농촌과 마찬가지로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 이 지역은 2년 전 코카콜라 공장이 들어서면서 심각한 수질오염과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이 공장이 콜라를 제조, 포장하기 위해 하루 150만ℓ의 지하수를 퍼 쓰는 바람에 이 지역의 지하수원은 날로 고갈되는 중이다. 수량이 적어짐에 따라 석회질과 미세 진흙의 함량이 높아져 수질오염이 심해지고 있다.



    ‘코카콜라 반대 시민투쟁위원회’의 주장에 따르면, 인근의 우물들은 모두 말라버리거나 수질이 떨어져 마시는 것은 고사하고 씻거나 빨래하는 데도 쓸 수 없을 정도다. 정부 공인 검사기관에 의뢰한 결과에서도 생활용수로 부적합한 경수로 판명되었다. 요즈음 인근 가정들은 모두 수km씩 떨어진 이웃 마을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먹는 실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심각한 물 부족으로 인근의 논이 말라버려 논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던 부족민 대부분이 생계마저 막연한 지경에 이르렀다. 정수와 병 세척 과정에서 나온 오물은 길가에 무단으로 버려져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힌두스탄 코카콜라사측은 ‘합법적’이라는 한마디 말로 일관한다. 회사가 이 지역에 땅을 소유하고 있으므로 지하수 사용권도 당연히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장 설립 6개월 후부터 시작된 주민과 농장주들의 물 문제에 관한 호소를 계속 무시해 왔다. 최근에는 시간이 지나도 사건이 진화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탱크로리에 물을 실어와 주민들에게 공급함로써 민심을 수습해 보려는 회유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하나같이 어림없다는 반응이어서 수습에는 역부족인 듯싶다.

    더구나 인도인들의 마음속에는 코카콜라에 대한 또 다른 감정도 있다. 인도의 토종 콜라인 ‘썸스업’이 법정분쟁에 휘말리면서 결국 코카콜라사에 인수되어 이제는 이 회사의 상표를 달고 나오기 때문이다. 토종 콜라를 코카콜라에 빼앗긴 인도인들의 감정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최근에는 케랄라주뿐 아니라 여러 지역의 코카콜라 공장의 환경훼손 사례가 속속 소개되면서 각 지역의 환경단체와 부족운동 단체들의 연대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번지고 있는 반(反)코카콜라 운동은 정부의 압력과 대다수 매체들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쉽게 가라앉지 않을 추세다.

    코카콜라의 사례에 비해 같은 다국적 기업이면서도 인도 특유의 정서를 감안해 현지화에 성공한 기업도 있다. 맥도널드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채식주의자일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이유로 음식에 매우 민감한 인도에서 햄버거 같은 외국 음식을 파는 일은 쉽지 않다. 실제 지난해에는 힌두교 원리주의자들이 채식메뉴에 동물성 기름을 사용한다며 뭄바이 맥도널드 매장을 습격한 사건도 벌어졌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엇비슷한 실내장식과 메뉴를 제공하는 맥도널드는 인도에서도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주문하기 위해 유심히 메뉴를 들여다보면 무언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먼저 메뉴판은 붉은색 테두리와 녹색 테두리 두 가지로 구분돼 있다. 붉은색 테두리는 일반(육식)메뉴, 녹색 테두리는 채식메뉴를 의미한다.

    ‘달걀 뺀 마요네즈’ 소스 판매

    일반메뉴라 해도 힌두교도의 금기식인 쇠고기와 이슬람교도의 금기식인 돼지고기는 쓰지 않고 양고기와 닭고기, 생선만 사용된다. 채식메뉴판에는 샐러드버거, 고기 대신 감자나 야채 커틀릿을 넣은 ‘고기 없는 햄버거’ 등이 눈에 띈다. 채식메뉴에는 절대 동물성 음식이 들어가서는 안 되기 때문에 ‘달걀 뺀 마요네즈’ 같은 특수 소스도 개발했다. 보수적인 수도 델리와 북인도 지역의 매장 벽에는 ‘채식과 일반메뉴는 엄격히 구분해 따로 조리하며, 매니저에게 부탁하면 언제든지 주방에 들어가 확인할 수 있다’는 내용의 게시판이 붙어 있다.

    실제 매니저를 따라 들어가본 주방 안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쪽에서는 채식을, 다른 한쪽에서는 육류가 포함된 메뉴를 다룬다. 인도 채식주의자들은 대부분 종교적 이유에서 채식을 하는 까닭에 음식이 고기와 닿거나 함께 조리되는 것만으로도 ‘오염’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료를 튀기거나 굽는 설비, 조리기구, 냉장고, 조리대 등은 모두 두 가지를 갖추고 있다. 행주도 녹색과 붉은색 줄이 쳐진 것 두 종류를 사용하며 다 쓴 행주는 녹색과 붉은색 바구니에 따로 집어넣었다가 역시 따로 세탁한다. 뿐만 아니라 녹색 또는 붉은색 앞치마를 두른 조리담당 직원들은 근무시간 내내 한 섹션에서만 일하게 되어 있다. 고기를 만진 손으로 채식메뉴를 만드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렇듯 철저한 구분으로 뭄바이 등 인도 대도시에서 어느 정도 자리잡은 맥도널드 경영진에게도 구자라트주의 새 매장 문제는 골칫거리였다. 구자라트에 먼저 진출한 피자헛도 ‘세계 유일의 채식전용 피자헛’을 만들었을 정도로 이 지역 주민들은 대다수가 채식주의자다. 그래서 맥도널드도 구자라트에는 채식만 취급하는 매장을 만들지 여부로 많은 고심을 했었다. 그러나 맥도널드측은 채식주방을 따로 만들어 두 개의 주방을 운영하고, 손님들의 좌석을 두 섹션으로 구분하는 등 타 지역보다 훨씬 엄격한 구분을 하는 데 그쳤다. 올 봄에 문을 연 구자라트주의 맥도널드가 채식주의 고객들을 얼마나 끌어들일지 인도 외식업계는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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