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1

2002.07.04

“잠이 보약”… 투수는 잠꾸러기

  • < 김성원/ 스포츠투데이 야구부 기자 > rough@sportstoday.co.kr

    입력2004-10-19 10: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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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이 보약”… 투수는 잠꾸러기
    선수들의 휴식법은 각양각색이다. 지금은 은퇴한 ‘팔색 변화구’의 투수 조계현은 해태 시절 선발 등판 전날인데도 개의치 않고, 긴장을 푸는 차원에서 말술로 밤을 보낸 적이 허다하다. 그런 다음날이면 무등경기장 트랙을 돌며 주독을 남김없이 빼냈다.

    선동렬 현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과 정삼흠 전 LG 코치는 현역 시절 둘 다 선발 등판이 예정돼 있는 상태에서 서로 밤새 술내기를 한 적도 있다.

    그러고도 그들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오랜 동안 선수생활을 했다. 지금 선수들에겐 정말 전설 같은 이야기다. 술로 휴식을 취한 80년대 선수들처럼 풍류나 멋은 없지만 프로무대에서 살아남기가 더 어려워진 요즘 선수들은 철저히 잠을 자는 것으로 자기관리를 한다.

    계약금 7억원을 받고 기아 유니폼을 입은 고졸 우완투수 김진우. 시즌 초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신인왕 0순위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그가 요즘 난데없이 살빼기에 한창이다. 김진우는 요즘 외야에 머무는 시간이 부쩍 길어졌다. 그동안 등판이 없는 날이면 30∼40m의 단거리를 10차례 왕복했는데 요즘엔 20차례로 두 배나 늘었다. 김성한 기아 감독이 김성현 트레이너에게 “근력과 순발력을 기를 수 있도록 김진우를 다그치라”고 불호령을 내렸기 때문.

    김진우는 보통 선수들이 시즌중 몸무게가 주는 데 반해 오히려 살이 찌는, 약간 특이한 체질이다. 하와이 전지훈련 때 배고픔의 고통과 싸워가며 체중을 줄였는데 다시 ‘비만’으로 돌아왔으니 코칭스태프가 몰아붙일 만도 하다.



    김진우의 비만은 아무래도 잠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김진우는 등판 전날 절대 아침을 먹지 않는다. 대신 낮 12시까지 충분히 잠을 잔다. 그야말로 ‘잠보’가 따로 없다.

    미인과 좋은 투수는 모두 잠꾸러기여야 하는 걸까.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에 출전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은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하고 있고, 또 변함없이 잠을 많이 잔다.

    이미 애리조나 지역 언론은 물론, 미국 유일의 전국지인 ‘유에스에이 투데이’까지 그가 어디에서나 머리만 대면 잠을 잔다고 소개했다.

    김병현은 예전 국가대표팀 시절에도 팀에서 유독 잠을 많이 자 그 ‘악명’이 두루 알려진 바 있고, 이 버릇은 미국에 가서도 고쳐지지 않았다. 잠 때문에 팀 훈련에 늦어 벌금을 문 적도 더러 있다고 한다. 투수들의 긴 수면시간을 애써 바꿀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생활을 단순하게 해 시즌중 야구에만 집중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된다. 올 시즌 팀을 옮긴 뒤 부진한 텍사스 레인저스의 박찬호도 잠을 충분히 잔다. 선발 등판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틈만 나면 눈을 감는다. 근육 피로엔 잠만한 보약도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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