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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현관문, 켜져라 에어컨”

가전제품, 가구 등 원격조종하는 ‘홈오토메이션’시대 … 음성제어 기능도 곧 등장

  • < 조미라/ 하우pc 기자 > alfone@hanmail.net

“열려라 현관문, 켜져라 에어컨”

“열려라 현관문, 켜져라 에어컨”
아침이 되면 일어나라는 애교 섞인 여성의 목소리와 함께 저절로 커튼이 열리면서 방안 가득 햇살이 들어온다. 바깥 날씨에 맞춰 보일러나 에어컨이 켜진다. 말로 TV를 켜고 밥도 짓는다. 상상 속 얘기가 아니다. 머지않아 실제로 실현될 일들이다. 최근 사이버 아파트가 붐을 타면서 홈오토메이션이 인기다.

홈오토메이션을 풀이하면 자동화된 집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전제품, 냉난방기구, 현관문, 창문, 커튼, 블라인드 등 지금까지 손을 대 구동해 왔던 일체의 집안 기구들을 인터넷이나 전화로 조정하거나 예약으로 작업시킬 수 있다. 홈오토메이션 이전 단계의 명령 입력기는 사람의 손이었다. 1차적 홈오토메이션 단계는 원격조종 기능을 가진 PC의 인터넷, 전화기, 리모컨이 될 수 있다. 2차 단계는 사람의 입이 된다. 현재 국내에서 상용화되는 홈오토메이션 수준은 홈오토메이션 이전 단계에서 1, 2차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이다.

이는 대단위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집단적 주거 형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독특한 주택건축 방식과도 연관된다. 즉 단독주택 위주의 외국에 비해 홈오토메이션 시스템 1개당 사용자가 많기 때문에 홈오토메이션 시장이 성장하는 데 유리한 환경이라는 것. 주택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파트 건설업계에선 점점 더 치열한 분양 경쟁이 벌어지게 되는데, 주변환경의 쾌적성, 교통 편리성, 학군 등 기존의 3대 경쟁요인 외에도 아파트 실내의 자동화 여부가 새로운 경쟁요인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럴 경우 홈오토메이션은 지금보다 훨씬 보편화되며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홈오토메이션이 막 적용되고 있는 주택건설 현장에선 홈오토메이션의 현재와 미래가 함께 녹아 있다. 국내에선 인텔리전트 아파트, 생활과학 디자인 아파트, 사이버 아파트 등 홈오토메이션 시스템을 채택한 아파트가 속속 상용화되고 있다. 특히 초고속 통신망의 확대 보급으로 이런 지능형 주택 보급이 앞당겨졌다.

아파트 업체들 사이버 경쟁 가열



“열려라 현관문, 켜져라 에어컨”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현관이나 대문의 상황을 알려주는 비디오 전화 기능이다. 아파트 단지 내 각 가정을 연결하는 인터폰에서 발전한 비디오 전화는 방문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일층에 있는 출입문을 20층 집에서 여닫을 수 있게 한다. 열쇠 없이도 지문인식이나 정맥인식 또는 비밀번호 입력 등으로 문을 여닫는 자동 도어록 시스템도 홈오토메이션의 일부다.

그러나 요즘엔 아파트 이름에 사이버 글자를 넣기 위한, 무늬만 사이버 아파트와 진정한 의미의 홈오토메이션 아파트를 구분하는 시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 주택부문이 공개한 서울 중구 중림동 사이버 빌리지에서 입주자는 똑순이라 불리는 무선 웹패드 하나로 집 안의 모든 가전기기, 인터넷을 이용한다. 홈쇼핑, 홈뱅킹도 가능하다. 벤처기업인 지맥스테크놀러지(http://www.ziemax. com)는 전력선과 블루투스를 사용한 홈네트워킹 제품을 선보였다.

음성으로 가전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주거단지도 곧 등장할 예정이다.

홈오토메이션 설치업체인 MAX-GATE는 연말까지 음성으로 TV, 에어컨, 오디오, VCR, 조명, 현관문 등 가정 내 기구 대부분을 조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조그만 리모컨을 향해 말로 명령어를 입력하면 해당하는 가정 내 기구가 그대로 실행되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경기 용인의 한 공동주택에 이를 설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장인선 대표이사는 음성을 이용한 진정한 의미의 홈오토메이션 시대는 올 연말이면 드디어 실제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도 e-편한세상 모델하우스에서 음성시스템을 적용해 시현중이다. 음성인식 솔루션 전문업체인 제너시스에 따르면, 기존 아파트나 주택은 약 150만∼200만원 정도면 가전기기 및 조명기구 등에 대한 음성 제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마이크 달린 리모컨을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은 2004년 이후에나 극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밖에도 집 밖에서 휴대폰이나 PDA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동영상으로 확인 제어할 수 있는 네트워킹 기술을 채택한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홈오토메이션과 함께 각광받고 있는 것이 홈네트워크다. 홈오토메이션이 디지털 가전을 기반으로 모든 기기들을 개별적인 디지털통신 장비로 보는 것과 달리 홈네트워크는 가정 내에 있는 가전, 통신기기 등을 네트워크로 연결한다는 뜻으로 홈오토메이션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네트워크 정보가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홈네트워크 시장은 가전업체, PC업체, 통신사업자, 건축업자 등이 모두 관심을 갖는 분야다.

홈네트워크가 이뤄지면 집 안과 밖을 연결할 수 있다. 모 냉장고 광고처럼 냉장고에 달린 모니터를 통해 동영상 메일을 주고받거나 화상으로 통화할 수 있다. 냉장고와 인터넷 쇼핑몰을 직접 연결해 필요한 식료품이 떨어지면 자동으로 구입할 수도 있다. 세탁기는 최적의 세탁 방법을 인터넷으로 내려받은 뒤 알아서 세탁해 준다.

이런 홈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기술은 유·무선을 통틀어 여덟 가지. 먼저 집 안에 배선을 설치해 이더넷(Ethernet)으로 LAN을 구축하는 방법이 있다. 선이 필요 없는 블루투스와 무선랜 방식이 있다. 전화선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방식 가운데 요즘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이 전력선통신(PLC) 방식이다. PLC는 기존의 전기배선을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배선이 필요 없다. 또 설치가 쉽고 값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 3사는 최근 PLC 기반의 홈네트워킹 가전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용인 수지의 사원아파트 100가구에 PLC 방식 에어컨, 세탁기를 설치했다. 이 회사는 오는 10월 완공 예정인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상당수 아파트와 오피스텔에도 PLC을 기반으로 한 홈네트워킹 가전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LG전자는 계열사인 LG건설이 시공하는 아파트에 PLC 기반의 홈네트워킹 가전제품을 연결한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홈네트워크에도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개별적인 가전기기들 사이에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표준화의 길이 아직 멀기 때문이다. 미래시장의 잠재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업계간에는 표준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와 관련해 자바, Windows, CE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가전 3사가 각 사의 특성을 반영한 운영체제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력선 통신방식의 경우 타사 제품과 호환되기 위해서는 PLC 모듈 규격을 표준화해야 한다. 통신분과위원회에서 표준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위원회에 소속된 통신업체들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 통일된 규격을 내놓기까지는 1∼2년 지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간동아 341호 (p72~73)

< 조미라/ 하우pc 기자 > alfon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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