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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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팀 맞혀라” 베팅 열풍

세계 큰손들의 장외 대결 ‘또 하나의 재미’… 아르헨티나 우승확률 가장 높아

  • < 박광재/ 문화일보 체육부 차장 > kj59@munhwa.co.kr

    입력2004-10-08 15: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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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승팀 맞혀라” 베팅 열풍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옳고 그름을 가릴 때 툭 튀어나오는 말은 “그럼 내기할래?”다. 도박을 ‘태생적’이라고 하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는 것 같다. 항상 승부가 가려지는 스포츠는 내기의 대상으로 ‘딱’이다.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직장에서 술내기에서부터 제법 베팅 룰까지 가미된 내기가 벌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다. 요즈음의 축구 내기는 승패 맞히기에서 더 나아가 스코어까지 맞히는 식으로 점점 선진화되고 있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고액의 당첨자가 속출하기도 한다.

    현재 한국에서 스포츠를 대상으로 한 합법적인 도박(?)은 경마와 경륜, 그리고 ‘스포츠토토’라는 축구 복표사업이다. 월드컵 붐을 타고 열풍이 일 것으로 예상됐던 축구 복표사업은 시행 과정의 잡음과 한국인들의 생리(?)에 맞지 않은 탓인지 예상치를 훨씬 밑돌아 사업성 자체에 의문이 제기된 상태다.

    그러나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은 상황이 다르다.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합법적으로 시행되는 내기는 ‘토토깔쵸’와 축구복표. 방법은 국내에 도입한 스포츠토토와 비슷하다. 국내 프로리그 경기(보통 7~8경기)의 승패를 모두 맞히거나 득점자 또는 골 상황을 맞히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해당 회차에 당첨자가 없을 때는 당첨금이 이월되어 간혹 대박(100억원 이상)이 터지곤 한다.

    그러나 유럽 지역에서 ‘큰손’들은 복표보다 축구도박판에 더욱 몰린다. 축구도박은 세계적인 도박회사인 윌리엄힐사와 래드복스사 등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지기도 하지만, 이른바 ‘지하시장’의 규모가 더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지하 축구도박 시장은 영국과 유럽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에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지하시장은 특히 동남아와 중국에 엄청난 고객을 갖고 있다는 것이 도박사들의 말. 이들은 영국의 프로축구 1부리그인 프레미어리그 경기는 물론 각국에서 벌어지는 A매치(국가대표팀간의 경기)를 대상으로 베팅을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비밀번호의 전화로 베팅하고 크레디트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을 사용했으나 요즈음은 인터넷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중국 등 동남아 지역에서는 영국의 지하시장과 별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곳 시장에서는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좋은 베팅 대상이 되곤 한다. 이들 도박사들은 한국 대표팀의 전력을 분석하기 위해 극비에 내한, 대표팀 경기를 관람하는 것은 기본이고 선수들 개인에 대한 정보수집도 내국인 수준을 뺨칠 정도다.

    이들의 베팅 대상 경기는 올림픽 지역예선전과 월드컵 지역예선전. 일례로 1995년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으로 이쪽 계통에서 ‘미스터 웡’으로 알려진 한 도박사는 한국의 승패를 거의 맞추어 우리 팀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중국인의 도박성은 이미 잘 알려졌다. 지금도 중국 프로축구팀을 맡고 있는 이장수 감독은 3년 전 중국에 진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더 이상 감독직을 수행할 수 없다”며 귀국하려 했다. 이유는 도박꾼들로부터의 협박 때문이었다. 당시 이감독은 “경기에 이겨서는 안 된다”는 협박을 몇 차례 받았다고 밝히면서, 이것이 결국은 감독 사임 압력으로 현실화됐다고 한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스포츠토토식의 축구복표를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맞대기’나 ‘지하 베팅’이 크게 성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도박사들이 2002 한·일 월드컵을 그냥 보고 지나칠 리 없다. 윌리엄힐사와 래드복스사는 이미 2002 한·일 월드컵에 출전하는 32개국의 우승확률을 내놓았다. 이들의 확률이 지하시장의 기준율이 되는것은 당연한 일. 우선 도박사들은 한국의 우승확률을 151대 1로 잡았다. 확률은 출자액에 대한 배당금의 비율을 말한다. 그러니까 배당률 151인 한국에 1만원을 걸어 한국이 우승할 경우에는 151만원을 받게 된다. 결국 배당률이 클수록 우승확률은 그만큼 낮은 셈이다.

    이들 도박사는 월드컵 우승후보로는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를 지목했다. 윌리엄힐은 아르헨티나(5.00)와 프랑스(5.00)의 우승확률이 같다고 보았고, 래드복스는 아르헨티나(3.50)가 프랑스(4.00)보다 조금 높다고 전망했다.

    우리와 월드컵 예선 D조에서 만날 포르투갈은 평균 배당률 13.50으로 독일과 함께 공동 7위. 월드컵에 첫 출전하는 4개국(세네갈 튀니지 슬로베니아 중국) 중에는 에콰도르가 평균 배당률 113.00로 월드컵에 11차례나 참가한 멕시코(125.50)보다 좋은 평가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중국은 무려 550.50의 평균 배당률을 기록해 32개국 본선 진출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2 월드컵을 대상으로 한 축구 도박시장은 이들 도박회사를 통해 이뤄지는 것보다 유럽 각국과 동남아 지역에서 형성되는 지하시장이 더 크다는 것이 축구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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