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3

2002.02.28

“유엔에 지구촌 분쟁 전담기구 설치해야”

세계평화초종교국가연합 주최 국제회의 … 인종과 종교 초월한 각종 평화 방안 제시

  •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입력2004-10-29 1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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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에 지구촌 분쟁 전담기구 설치해야”
    2월15일 오전 9시 서울시 중구 힐튼호텔 컨벤션센터는 ‘세계평화’를 주창하는 세계인의 열기로 가득 찼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서로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과 그들이 입은 전통의상이 섞여 컨벤션센터는 온통 인종 박람회를 방불케 했다.

    이날 행사는 세계평화초종교국가연합(회장 곽정환)이 9·11 테러사태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미국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등으로 형성된 세계 긴장구조의 완화를 위해 마련한 국제회의. ‘평화문화 실현 국제회의’로 명명된 이날 회의에 참가한 세계 120개국 NGO와 전·현직 대통령, 총리 등 저명 인사 500여명은 ‘평화문화의 정착을 위한 세계관, 제도, 지도력 그리고 실천’이란 회의 주제에 동감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17일까지 계속된 국제회의에서 와히드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슈스케비치 전 벨로루시 대통령, 허만슨 전 아이슬란드 총리, 엘 다하브 전 수단 대통령, 카라소 전 코스타리카 대통령 등 제3세계 전직 국가 수반들은 “진정한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인종과 정파, 종교를 초월한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특정 국가나 이익단체의 영향력에 흔들리는 유엔을 비판했다.

    특히 개회식 축사에 나선 남궁진 문화관광부 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염두에 둔 듯,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요받는 시대에는 문화의 정체성을 잃기 쉽다. 모두가 더불어 사는 평화와 화합의 시대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약소국의 문화 정체성은 보장받을 수 없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 지난해 7월 국회 탄핵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압둘라만 와히드도 연설을 통해 “이슬람 코란에도 서로를 이해하지 않으면 평화는 없다라고 쓰여 있다. 평화에는 신에 대한 해석 차이나 종교적 상이성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이슬람교는 다원적 입장을 받아들일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며 9·11 사태 이후 이슬람교권에 대한 편향된 시각의 수정을 요구해 눈길을 끌었다.

    각국 전직 수반 등 500여명 참석



    3일간 계속된 심포지엄을 통해 이들은 △평화 문화의 토대인 가정의 강화와 NGO의 역할 △평화 추구와 종교의 역할 △세계 평화를 위한 지도력과 통치력의 새로운 모델 등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특히 허만슨 전 아이슬란드 총리는 날로 다원화하는 세계 문화의 급속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기존 선진국 정치인들의 국가 지도력과 통치력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사회·문화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번 국제회의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 문제는 유엔의 위상과 새로운 유엔의 건설 문제. 참가자들은 최근의 종교 분쟁이 잇따르는 이유는 유엔에 이를 중재할 기구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유엔에 지구촌의 각종 분쟁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초종교적 상설기구를 설치할 것을 촉구했다.

    심포지엄을 마친 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서울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을 둘러보고 ‘평화월드컵’의 성공을 기원했으며, 장애아동·결식아동 등 17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월드컵 티켓을 추첨 전달하고, 리틀엔젤스 공연을 감상하는 등 주최측이 마련한 ‘꿈과 사랑의 월드컵 축제’에도 동참했다.

    곽정환 세계평화초종교초국가연합 회장은 “지난해 9월 이후 최근 상황을 두고 볼 때 지도자들은 세계 평화를 위한 기반으로 종교간의 조화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점점 더 깊이 인식해 가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얻은 성과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라틴아메리카, 중동, 북미, 오세아니아 등 7개 대륙별 소회의를 개최해 각 지역의 당면 현안과 발전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후 실천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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