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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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린내 폴폴… 모양새 구긴 태권도협회

  •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4-10-28 14: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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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린내 폴폴… 모양새 구긴 태권도협회
    최근 서울지검 특수2부의 태권도 국가대표 선발비리 수사에서 김운용 대한체육회장 겸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의 아들(43)이 임윤택씨(49) 등 대한태권도협회(약칭 대태협) 전ㆍ현직 간부들로부터 10여억원을 받았다 되돌려준 정황이 포착돼 조사를 받는 등 태권도 종주국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또 ‘태권도 개혁’을 주창한 ‘범태권도바로세우기운동연합’과의 갈등 등 태권도계 내홍(內訌)으로 지난해 11월 대태협 회장에서 물러난 김운용 전 회장의 후임 경선(2월5일)에서 구천서 현 대태협 회장(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ㆍ전 자민련 의원)과 이윤수 후보(민주당 의원)측 간에 폭력사태가 빚어져 난장판을 빚기도 했다.

    태권도계 파행의 주 원인인 대태협 회장직은 대체 어떤 자리기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일까.

    “거의 모든 경기단체장은 명예 봉사직으로 대태협 회장도 마찬가지다.” 대태협 관계자는 “임기 4년의 대태협 회장은 무보수로 판공비나 업무용 차량도 제공되지 않는다”며 “대태협 중앙회 간부에 대한 인사권은 물론 회장이 갖지만, 부회장ㆍ이사ㆍ감사 등 대태협 임원의 선임은 관례상 회장에게 위임하되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 총회가 최종 결정한다”고 말한다.

    때문에 국내 태권도계 수장(首長)이란 상징적 의미를 지닌 대태협 회장직이 실제 ‘막강 파워’를 과시하는 자리로 변질된 것은 김운용 전 회장(대태협 회장 10회 역임)이 지난 30년간 세계 스포츠계의 ‘거물’로 실력을 행사하며 줄곧 ‘자기 사람’을 대태협 핵심간부로 포진시킨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직 태권도관장인 신성환 태권도정보연구소장(45)은 “대태협은 정치판과 닮았다. 구속된 임윤택씨(전 대태협 전무)의 경우에서 보듯, 그가 심판진 구성을 좌지우지해도 파벌을 형성한 이들이 비호해 왔다. 여기에 일부 ‘힘있는’ 일선 관장들까지 줄 서기를 하는 가운데 대태협 회장이 ‘절대 권력’으로 떠오른 것”이라 비판한다. 그동안 자리가 사람을 규정한 게 아니라 사람이 자리의 성격을 ‘창조’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일부 대태협 간부들이 직위를 이용, 심판 편파판정을 유도해 각종 경기 대표선수 선발과 승ㆍ단품 심사에 영향을 미치며 선수 학부모 등 청탁자들로부터 뒷돈을 챙겨왔음에도 사실상 이를 견제할 장치가 전무했던 태권도계 내부의 고질적 부정비리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 대태협 산하 지부의 일부 간부는 업무상 횡령과 배임수재 혐의가 뒤늦게 드러나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굳이 금품이 아니더라도 각계 인사들과 폭넓게 연을 맺고 있는 대태협의 위상만 봐도 간부들의 ‘자리보전’의 개인적 명목은 충분한 셈이다.

    경희대 전익기 교수(45·태권도학)는 “회장직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누가 그 자리에 앉는지가 더 관건”이라며 “대태협 회장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는 데 있어 이번 경선에 나섰던 두 후보가 모두 정치권 인사란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라 지적한다. 새 대태협 회장이 볼썽사납게 흐트러진 국기((國技) 태권도의 ‘품새’를 바로잡을 수 있을 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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