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7

2002.01.10

외국 대학 분교 유치해야 대학이 산다

  • 입력2004-11-04 15: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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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 대학 분교 유치해야 대학이 산다
    동해안에서 잡은 생선을 산 채로 서울로 수송하는 방법이 재미있다. 이동식 수족관에 생선을 잡아먹는 메기를 넣어두면 된다는 것이다. 생선끼리만 있으면 몇 시간 걸리는 여행길을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고 한다. 그러나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계속 도망다니다 보면 운동이 되어 산 채로 서울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이 세계에 내놓으면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KAIST가 아시아위크(Asia Week)지의 평가에 의해 아시아 이공계대학 중 1등이라는 평을 듣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아시아 대학들이 다 그저 그런 처지에 있으니 도토리 키 재기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한국에는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도 있는데 왜 모두 우물안 개구리들뿐인가.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부족해서 그런가, 정부의 지원이 모자라서 그런가. 교육열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정부가 관심이 없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 살림이 어려운 중에도 많은 돈을 대학에 쏟아붓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BK21’ 자금 등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몇몇 대학에 돈 풍년이 들었다. 그러나 결과는 별로다.

    나는 한국의 대학에 돈을 몽땅 지원하면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적극 찬성하며 초기 기획단계에 어느 정도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판단 착오였다.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

    어느 사회든지 구성원을 활성화하고 생산성을 올리는 방법은 경쟁을 유발한다. 이러한 진리는 소련과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 체제 몰락으로 증명되었다. 한국 대학의 후진성은 바로 ‘경쟁 부재’에 기인한다. 교수 사이에 경쟁이 별로 없다. 흔히 말하는 철밥통 인식이 아직 남아 있다. 대학 사이의 경쟁은 더더욱 없다.



    한번 정해진 대학간 서열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교육과 연구를 열심히 해도 대학입시 ‘배치기준표’에 나오는 서열은 변하지 않는다. 배치기준표는 사설학원이 만들고, 사설학원은 대학의 교육연구 성과는 보지 않기 때문이다. 오로지 작년에 만들어놓은 표를 다시 인쇄할 뿐이다.

    어쩌다 한번 명문이 된 대학은 ‘만고강산’이다. 아무리 놀아도 우수 학생들은 들어오고, 그들은 4년간 머물다 졸업해 나간다. 한번 처진 대학은 아무리 노력해도 헛고생이다. 노력하여 좋은 교육연구 성과를 보여도 알아주지 않고 배치기준표도 변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수능성적에 의해 시루떡처럼 순서대로 들어오니 ‘자만’과 ‘좌절’만 있을 뿐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런 현상을 방치할 것인가. 이런 현상이 계속되는 한 우리나라는 희망이 없다.

    미래학자 다니엘 벨은 오늘날 미국이 있게 한 것은 미국의 55개 대학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대학이 살아 움직이며 창의력 있는 인력을 배출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여 지속적으로 미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학에 생동감이 없다는 사실은 한국사회에 활력이 없다는 말이다. 대학이 놀고 있는 한 한국의 미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나는 한국 대학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외국 우수대학 분교를 유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한국 대학들에 돈 주며 잘해보라고 해도 위기감이 없으니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도 외국 대학이 한국에 분교를 설치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많은 제약 때문에 분교 설치가 어렵다고 한다. 과거에 말로는 외국 기업이 한국에 들어와 사업할 수 있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던 시절과 비슷한 모양이다.

    어떤 사람들은 교육은 다른 것과 달라 외국인에게 맡기면 안 된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국경이 없어지고 있는 21세기에는 국경 없는 교육을 해야 살아남는다.

    우수한 외국 대학이 한국에 들어와 그들 특유의 선발방식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우수 학생들이 특기에 따라 외국 대학 분교에 입학하면, 우리의 입시풍토도 영향 받고 한국 대학들은 위기의식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국 대학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처방보다 수족관의 메기처럼 외국 대학을 수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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