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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책

억만장자 될 뻔했던 SF 작가

  • < 박상준/ 과학해설가 > cosmo@chollian.net

억만장자 될 뻔했던 SF 작가

억만장자 될 뻔했던 SF 작가
요즘같이 지적재산권이 대접받는 시대라면 무궁무진한 과학기술적 상상력을 지닌 SF 작가들 중 왜 갑부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시대를 너무 앞서가기 때문인가?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로 유명한 세계적인 SF 작가 아서 클라크가 바로 그런 경우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통신위성 아이디어를 세계 최초로 내놓은 인물이지만 시대를 잘못 만난 탓에 억만장자가 되지 못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서 클라크는 영국 공군 레이더 담당 교육장교로 복무하고 있었다. 그는 군 장교라는 신분 덕택에 당시로서는 일급 기밀로 분류되던 최첨단 통신장비 등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며, 그런 고급 정보들을 바탕으로 과학기사를 써서 일반인 대상의 과학잡지에 발표했다. 물론 그의 글은 군 당국의 검열을 거친 것이었다.

1945년 7월 클라크는 ‘국제통신의 미래’라는 글을 썼는데, 군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금방 발표 허가를 내주었다. 이 글은 ‘지구 밖의 통신중계’로 제목이 바뀌어 그해 무선통신 전문잡지인 ‘와이어리스 월드’(Wireless World) 10월 호에 실렸다.

“…라디오나 TV 신호는 비용과 기술적 문제 등으로 도저히 대륙간 통신이 불가능하다(당시는 바다 속은 말할 것도 없고 육지에도 통신용 케이블이나 중계기지가 건설되기 전이었다·역주). 그렇다면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것은 어떨까? 만약 로켓을 초속 5마일 정도로 쏘아올릴 수 있다면 지상으로 추락하지 않고 지구 둘레를 도는 제2의 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위성의 고도는 여러 가지 높이를 택할 수 있겠지만, 지상에서 2만2000마일 상공이라면 가장 효과적인 궤도가 될 수 있다. 이 높이에서는 인공위성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정확히 하루 걸린다. 따라서 이 위성을 적도 상공에 쏘아올리면 그 자리에 가만히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즉 정지위성이 되는 것이다.”



클라크는 여기까지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당시 우주항공역학을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글은 계속된다.

“…정지위성 궤도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하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무선송수신기를 설치하면 장거리 무선통신의 중계국 역할을 할 수 있다. 위성 하나로는 지구 전역을 다 커버하지 못하지만, 3개를 띄우면 모든 지역이 위성 중계통신의 범위에 들어간다.”

그의 예언대로 통신위성이 실제로 만들어진 것은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뒤의 일이다. 1964년에 발사된 신컴(Syncom) 3호는 정지궤도에 오른 첫번째 TV 중계위성이며, 이 위성을 통해 1964년 도쿄올림픽이 세계 최초로 생중계되었던 것이다.

웃지 못할 일은 당시 미국의 꽤 많은 지역에서 올림픽 생중계를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기술적으로는 완벽하게 중계되었지만 정작 미국의 TV 방송사들은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아 기존 프로그램이나 광고방송을 중단하지 않고 그냥 내보냈기 때문이다.

현재 팔순이 넘은 원로작가이자 미래학자로서 스리랑카에 거주하고 있는 클라크는 당시를 회고하며 통신위성 아이디어로 번 돈은 원고료 40달러가 전부라고 웃었다. 하지만 나중에 유네스코에서는 과학 발전에 이바지한 그의 공로를 기려 칼링가상(Kalinga Prize)을 수여했고, 영국 왕실은 그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했다. 그만하면 통신위성의 아버지로서 충분한 보상을 받은 게 아닐까.



주간동아 2001.12.13 313호 (p82~82)

< 박상준/ 과학해설가 > cosmo@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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