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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

남아공서 9개월 된 여아 6명이 윤간 … 충격받은 국민들 ‘살인미수죄’ 적용 요구

  • < 고현주/ 요하네스버그 통신원 > hyunju_sa@hotmail.com

“동물도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

“동물도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내 조국이 자랑스럽지 않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일간지에 기고한 어느 독자의 분노에 찬 절규다. 그는 오랜 투쟁 끝에 아파르트헤이트(흑백인종 분리정책) 백인 정권을 붕괴시키고, 1995년 이 나라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를 탄생시킨 열렬한 지지자 중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극심한 빈부차, 하늘을 치솟는 범죄율, 500만명의 에이즈 환자 등이 지금 남아공의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던 남아공 국민은 최근 생후 9개월의 여자아기가 집단으로 강간당한 사건에 경악하고 절망했다.

이 참담한 사건은 요하네스버그에서 1200km 떨어진 흑인 빈민촌 루이스발레벡에서 벌어졌다. 지난 10월 말, 16세의 미혼모인 아이 엄마는 9개월 된 아기를 양철 공동주택의 단칸방에 남겨두고 인근 선술집으로 나갔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엄마가 없는 동안 강간당한 아기는 피투성이로 발견되었다. 아기는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현장에 있던 여섯 명의 남성이 강간범으로 체포되었다. 아기의 수술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나 이미 여자로서의 능력은 상실된 후였다. 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동물도 이런 짓은 하지 않는다”며 비통해했다.

이 충격적인 사건 이후에도 남아공에는 2, 3일에 한 번씩 여자아기, 어린이 강간사건이 보도되고 있다. 주로 흑인 빈민촌에서 일어나는 강간사건의 내막은 차마 들여다보고 싶지 않을 정도다. 생후 7개월 된 아기가 밤중에 납치된 후 강간당하는가 하면, 세 살 된 여아는 할아버지에게 강간당했다. 또 아버지가 자신의 네 살 된 딸을 강간한 후 살해했으며 두 명의 삼촌이 14개월 된 조카를 번갈아 강간한 사건도 있었다.

경찰 통계에 따르면 남아공에서 어린이 학대는 현재 8분마다 한 건씩, 폭력은 14분 만에 한 건, 강간은 24분 만에 한 건씩 저질러지고 있다. 2000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어린이에 대한 폭력이 3만6211건, 강간이나 강간미수는 2만1438건이 신고되었다. 그러나 경찰은 신고되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한다.

강간은 에이즈라는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남아공에는 ‘유아·어린이 등 성 경험이 없는 처녀와 성관계를 가지면 에이즈가 치유된다’는 그릇된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500만명이 HIV 보균자거나 에이즈 환자인 남아공에서 강간당하는 것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강간범에 대한 형사처벌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제1야당인 DA당은 어린이 강간사건 중 10%만이 유죄판결을 받으며 90%의 범인이 풀려나고 있다며 관련 형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한다. 실제 강간범의 상당수는 보석으로 풀려나거나 터무니없이 짧은 복역기간 후 다시 사회로 돌아와 재범을 저지르는 일이 허다하다. 14세 된 미성년자 딸을 강간한 아버지는 불과 7년형을 선고받았다.

어린이 강간범 10%만 유죄 판결

생후 9개월 아기의 강간 사건에 기소된 여섯 명에 대한 재판은 12월 중순에 열릴 예정이다. 이들에게 살인미수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시위가 남아공 전역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다. 아기 아버지는 ‘정의가 법정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자신의 부족사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실제로 한 유아 강간범을 동네 사람들이 체벌을 가해 죽게 만든 사례도 있다.

어린이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여론에 밀려 정부는 내년 초 ‘도덕성 재생을 위한 국가적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도 어디에선가 저질러지고 있을 성폭행의 악몽을 겪는 아이들은 당장 어떻게 도와줄 것인가. 그 해결책을 찾을 길은 막막하기만 하다.



주간동아 2001.12.13 313호 (p48~48)

< 고현주/ 요하네스버그 통신원 > hyunju_sa@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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