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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삼성 현대, 북한에 300억 뜯길판

남북협력기금 줄 테니 투자해!

제일모직·SK글로벌에 떠넘기기식 기금 배당 … 정작 필요한 中企엔 ‘그림의 떡’

  •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남북협력기금 줄 테니 투자해!

남북협력기금 줄 테니 투자해!
정부가 30대 그룹 계열사에 대해 기금을 지원할 수 없도록 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지침을 어기고 제일모직과 SK글로벌 등 30대 그룹 계열사에 기금을 대출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들이 기금을 신청하지 않았는데도 ‘떠넘기기’식으로 경협기금을 배당해 말썽을 빚고 있다.

제일모직과 SK글로벌은 지난 5월과 6월, 각각 3억8800만원과 2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위탁가공 설비 반출자금 명목으로 대출받았다. 적용 금리는 연리 6%. 제일모직은 평양에서 운영하는 련못공장과 은하무역의 노후 설비 교체 명목으로, SK글로벌은 평양 의류 임가공 공장의 설비 반출 목적으로 협력기금을 받았다. 이 두 기업이 받은 6억원 규모의 협력기금 대출은 올해 대출된 남북협력기금 460억원 중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금강산사업에 지원된 450억원을 제외하면 유일한 협력기금 대출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회사측은 한결같이 “우리가 신청한 것이 아니다”고 발뺌하고 있다. SK글로벌의 한 관계자는 “SK글로벌 정도의 신용상태면 어디서도 그 정도 금리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 협력기금의 경우 제출 서류만 20가지가 넘는 등 서류가 복잡하고 실익이 별로 없어 처음에는 받지 않으려고 했으나 거래관계가 있는 수출입은행의 적극적 권유에 따라 협조차원에서 대출받았다”고 말했다. 제일모직 관계자 역시 “수출입은행에서 전화가 와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수출입은행 관계자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기금 대출 실적이 부진해 사용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두 업체에 기금 사용을 권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남북협력기금의 지원 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정작 이 기금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두 기업의 지원에 대해 정부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재경부 등 일부 정부 부처에서 협력기금 대출을 결정하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반대 의견을 냈으나 묵살당한 것. 제일모직에 대한 협력기금 대출의 경우 교류협력추진협의회 11명의 위원 중 재경부 차관이 ‘30대 기업집단에 속하는 제일모직에 대해 투자자금과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는 설비반출자금을 융자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불참자를 제외한 나머지 8명의 위원은 자금이 소규모인 데다 상환기간이 짧다는 점을 들어 대출 승인을 결정했다. SK글로벌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대출 승인도 위원 11명 중 2명이 반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위험 부담이 많은 남북경협사업의 성격에 비춰볼 때 자체 신용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위주로 대출해 주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30대 그룹 계열사 지원 금지 지침 어겨



정부측은 이들 30대 그룹 계열사에 대한 기금 대출이 남북협력기금 지원지침에서 금지하고 있는 경제협력사업자금 대출이 아니라 위탁가공용 설비 반출자금이라는 점에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측은 금강산 사업처럼 대규모 공동투자 사업은 경협사업자금이므로 30대 기업을 배제하고 임가공 공장 등은 위탁 가공사업이기 때문에 30대 기업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 그러나 남북경협에 참여해 온 기업인들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라고 만들어놓은 남북협력기금을 떠맡기듯 재벌 기업에 대출해 주면서 정작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요건은 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10년 넘게 남북교역사업을 펼쳐온 한 기업인은 “남북협력기금의 취지에 비춰볼 때 경협사업이니 위탁가공사업이니 하는 구분은 ‘눈 가리고 아옹’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주간동아 2001.12.13 313호 (p24~24)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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