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8

2001.11.08

마늘, 식초, 사과 먹으며 풍요 기원

  • < 백승국/ ‘극장에서 퐁듀 먹기’의 저자·기호학 박사 > baikseungkook@yahoo.co.kr

    입력2004-11-18 14: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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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 식초, 사과 먹으며 풍요 기원
    요즘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천인공노할 테러사태를 접하면서 이슬람 사람들은 모두 전투적 기질을 타고난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지만, 이런 편견은 이들 나라의 ‘착한’ 영화들을 보면 한순간에 무너져내릴 것이다.

    이란의 떠오르는 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영화로 우리나라에서도 개봉된 영화 ‘하얀 풍선’은 이란의 설날 풍습을 만날 수 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이란 사람들도 우리나라처럼 명절이 가까워오면 음식을 준비하느라 바쁘고 마음이 들뜬다. 이란에서의 새해 첫날은 헤지라 태양력 1월1일로 우리의 춘분에 해당한다. 이날을 이란에서는 ‘노우르즈’(‘새로운 날’이라는 뜻)라고 부르는데, 이란의 최대 명절이자 공휴일로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이란의 설날 노우르즈에는 각 가정마다 특별한 상이 차려진다. 이를 ‘하프트신 소후레’라고 하는데, 이란어의 알파벳 ‘신’자로 시작하는 일곱 가지 음식으로 준비한 설날 축하상이다. 상에 오르는 일곱 가지 음식은 배고픔을 멀리하고 모든 것이 풍성해지기를 기원하는 ‘시르’(마늘), 웃으며 살기를 바라는 뜻의 ‘세르케’(식초),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십’(사과) 등. 이때 상의 중앙에는 살아 있는 금붕어를 어항에 담아 올려놓는다. ‘하얀 풍선’에서 라지에가 그토록 설날 상에 올려놓고 싶어했던 것이 이 금붕어 어항이다. 여기서 금붕어는 풍요와 은총의 상징이다. “설날에 금붕어가 없으면 복을 못 받아요”라고 말하는 이곳 아이들의 순박한 꿈을 앗아가는 전쟁은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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