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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뒷이야기|못말리는 LG 극성팬

한국판 쌍둥이빌딩 테러 소동

  • < 김성원/ 스포츠투데이 야구부 기자 > rough@sportstoday.co.kr

한국판 쌍둥이빌딩 테러 소동

한국판 쌍둥이빌딩 테러 소동
미국의 심장부 뉴욕의 월드트레이드센터 참사를 다시 한번 상기하는 것은 참 몹쓸 짓이다. ‘스포츠 뒷이야기’에서 느닷없이 테러 이야기는 왜 꺼내느냐고? 하지만 불과 2년 전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이른바 1999년 ‘한국판 쌍둥이빌딩 테러 소동’이다.

LG 본사인 여의도 쌍둥이빌딩은 알려진 바와 같이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를 본뜬 건물이다. 바로 이 건물을 대상으로 폭파 협박소동이 벌어졌다. 프로야구팀 LG의 탓이었다. 99년 LG는 팀 성적이 5할을 맴돌며 좀처럼 상위권으로 치고 가지 못해 팬들의 원성이 대단했다. LG가 어떤 구단인가. 80년대 해태 이후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구단 아닌가.

당시 LG는 5월 말 15경기서 3승12패로 부진했다. 그러던 중 6월5일 대치동 LG구단 사무소로 익명의 팩스가 날아든 것. 전직 탄광회사 직원이기 때문에 폭탄에는 전문가라고 자처한 협박범은 “6월15일 오전 11시 정각에 쌍둥이빌딩을 폭파하겠다. 빌딩 구조를 잘 아니 폭탄을 찾으려 해도 헛수고다”며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심재학을 중간계투로, 김민기를 선발로 돌려 대스타로 키울 것 등 누가 보더라도 광적인 팬의 소행이었다.

장난편지로 치부하려 했으나 시간이 다가올수록 LG 관계자들은 초조해졌다. 결국 경찰에 신고한 뒤 빌딩관리 계열사인 LG 운영팀 유통부에 사실을 알려 만반의 대비를 갖췄다. 이 사실은 결국 그룹 구조조정본부까지 올라가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LG 계열사의 모든 건물을 수색하는 등 보안 강화를 시작한 것. 익명의 협박범을 무시하기엔 아무래도 찜찜한 모양이었다. 게다가 그는 “첫번째 요구조건을 들어준 뒤라도 다음 2차 요구조건을 위해 폭탄을 제거하지 않겠다”는 으름장까지 놓았다. 운명의 6월15일은 다가오고….

6월15일 오전. 쌍둥이빌딩에는 만일을 위해 소방차가 대기해 있었다. 그리고 11시. 갑자기 폭탄 터지는 소리가 ‘우르릉 쾅!’ 하고 들렸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봐도 건물 파손은 없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LG 관계자 중 누군가가 틀어놓은 TV에서 난 소리였다. 공교롭게 이 날은 남북한의 서해안 교전이 일어난 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었다.



결국 장난편지로 결론이 났지만 LG 사람 중 일부는 다른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협박편지가 배달된 뒤 LG는 열흘 간 7승1패의 좋은 성적으로 상위권 진입의 청신호를 켠 것. 혹시 그 때문에 협박범이 마음을 돌려 폭탄을 치운 것이 아니겠느냐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웃었다.

99년 쌍둥이빌딩 폭파협박 소동은 야구계에서 ‘공부하는 단장’으로 소문난 최종준 LG 단장이 펴낸 ‘최종준의 LG야구 이야기’에 자세히 나와 있다.



주간동아 2001.10.04 304호 (p176~176)

< 김성원/ 스포츠투데이 야구부 기자 > rough@sport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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