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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바다’ 더 강력한 S/W 개발했다

MP3 이용 가능한 ‘그누텔라’ 뛰어넘는 프로그램 … ‘음악의 민주주의’ 반드시 실현하고파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소리바다’ 더 강력한 S/W 개발했다

‘소리바다’ 더 강력한 S/W 개발했다
소리바다 서비스가 중단되는 사태가 올 경우 우리는 ‘폭탄’을 터뜨리겠다. 그 파괴력은 인터넷에서 ‘저작권’이라는 개념 자체를 ‘말살’하는 ‘원자폭탄’급이 될 것이다.”

문제의 파일공유 사이트 ‘소리바다’는 3월7일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소리바다는 지난 1월 4개 음반사에 의해 지적재산권침해혐의로 고발됐다. 판결 결과에 따라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 이 사이트의 운명은 국내외 네티즌들 사이에서 ‘최대 관심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깜짝 놀랄 소프트웨어 개발했다

소리바다는 양일환(32), 정환(28) 형제 두 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별도의 사무실은 없다. 양씨 형제는 서울시 창동 S아파트 내 4평 규모의 방에서 사이트를 관리하고 있었다. ‘서버’는 임대해서 쓴다. 총 회원 350만 명, 하루 방문객 20만 명 이상의 한국 최대 MP3파일 사이트라는 명성에 비해 너무나 ‘단출한’ 모습이었다. 숙소에서 만난 일환씨는 “미국의 ‘그누텔라’(gnutella)보다 훨씬 강력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최종 시험테스트만 남았다”고 말했다.

그누텔라는 이용자가 일단 등록한 뒤 특정 사이트를 통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의 PC에 저장된 MP3파일을 검색, 다운로드받는 프로그램이다. 일환씨가 개발한 것은 같은 기능에다 등록절차마저 필요없다. 이 소프트웨어가 인터넷에 올라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리바다조차 필요치 않게 된다. 네티즌은 소프트웨어만 깔려 있으면 수백만 대의 PC에서 자유롭게 MP3음악을 가져올 수 있다. MP3의 무료 유통은 소리바다 시절보다 훨씬 자유롭고 빠르게 진행된다. 또 법적으로도 통제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다. 수백만 명의 이용자 모두에게 저작권 침해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저작권은 인터넷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일환씨) 소리바다는 재판에 의해 서비스가 중단되면 네티즌들이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이 소프트웨어를 웹에 올리겠다고 밝혔다. 소리바다는 최후의 경우 ‘저작권을 끌어안고 자폭하겠다’는 심정인 듯했다.



유료화로 갈 수 있다

네티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소리바다의 유료화 여부다. 저작권 시비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이용자들로부터 돈을 거둬 일정액을 음반사측에 주는 것 외엔 달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료화에 대한 소리바다의 본심은 무엇일까. “고발한 음반사들은 서비스 자체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어 대화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유료화로 타협점을 찾는다면 소리바다는 유료화로 갈 것이다.”(정환씨) 일환씨가 갑자기 끼여들었다. “MP3파일은 돈을 받아선 안 된다는 게 우리의 믿음이다. CD의 절반 정도 음질을 가진 MP3로 왜 돈벌이를 하려고 하는가. 우린 월 1000원은 절대 안 넘긴다.” 소리바다는 ‘유료화가 되더라도 이용자가 내는 월 사용료는 300원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냐’는 입장이었다.

일환씨는 미국 버지니아공대, 정환씨는 컬럼비아공대를 각각 졸업했다. 부친은 한국외국어대 법대 양수산 명예교수. 일환씨가 LA의 게임회사에서 잠깐 일했던 것을 제외하곤 이들 형제는 특별한 직장경력이 없다. 일환씨가 “회사에서 너저분한 일이나 하면서 살긴 싫지 않느냐”며 동생에게 동업을 제의했다. 이들 형제가 개발한 첫번째 작품은 MP3재생기 ‘소리통’. 99년 5월 귀국한 일환-정환씨는 지금까지 서울 창동 아파트에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1년여의 작업 끝에 지난해 정환씨의 생일(5월18일)에 ‘소리바다 사이트’를 웹에 올렸다. 첫날 2000명이 다운받았다. 1주일 만에 수만 명이 회원에 가입하는 등 소리바다는 삽시간에 인터넷의 ‘톱스타’로 떠올랐다.

월수입 100만원대

일환-정환씨는 지금까지 오직 소리바다에만 매달려왔다. 어머니 길항영씨는 일환씨에게 “왜 취직도 안 하면서 동생 앞길까지 막느냐”며 극구 반대했지만 이젠 소리바다로 오는 하루 100여 통의 이-메일 답장을 손수 써줄 정도로 소리바다의 팬이 됐다. 정환씨는 요즘 소송문제에 매달려 외출이 잦다. 일환씨는 지난 2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24시간 집안 작업방에 들어앉아 새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소리바다 사이트를 관리하고 있다. 취침시간은 오전 5시쯤. 소리바다가 이들 형제에게 가져다주는 수입은 사이트 내에서 제품광고를 실어주고 받는 광고료가 전부다. 정환씨는 “광고수입은 월 100만원대”라고 말했다.

음란파일 여전히 유통

MP3파일의 다운로드 피크 시간대는 오후 10시∼오전 1시다. 그러나 소리바다에선 MP3확장자만 붙여놓은 음란파일도 많이 교환되고 있다. 정환씨는 “지금은 상당히 줄어든 편”이라고 말했다. 음란파일을 차단하는 기술을 앞으로 계속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환씨는 음란파일 교환을 완전히 근절하지 못한 이유를 소리바다의 ‘불간섭주의’에서 찾는다. “운영자라도 이용자들간에 오고가는 채팅내용은 열람하지 못하도록 사이트를 설계했다. 유통되는 파일 수조차 잡히지 않는다. 통계는 통제를 위한 수단이므로 우리에겐 필요하지 않다.”(일환씨)

자유의 바다로 영원히 남고 싶다

‘제가 이 나이에 취미가 뭐가 있겠습니까. 소리바다에서 이 노래, 저 노래 골라가며 듣는 거죠’ ‘서울 시내를 다 뒤져도 못 찾았던 어머니의 50년 전 애창곡을 소리바다에서 다운받았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운영자에게 쏟아지는 이-메일 내용들이다. 소리바다는 검색엔진을 돌려 이용자가 원하는 노래를 찾아 공짜로 퍼준다. 소리바다에 대한 네티즌들의 사랑은 폭발적이다. 일환씨는 “음악의 ‘민주주의’를 이루고 싶다”고 말한다. 방송사에 연줄 많은 대형 음반사의 노래만 ‘뜨는’ 현실이 싫다는 것이다. 그는 “소리바다는 소외된 노래와 가난한 대중을 연결해주는 강력한 채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자들은 소리바다는 지금 모습 그대로 ‘자유의 바다’로 영원히 남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자본의 간섭’이 두려워, 곳곳에서 들어온 투자제의들을 거절했다고 한다. 수익모델과의 연계를 포기한 것도 ‘순수성이 훼손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운영자는 모든 일을 집으로 끌고 들어와 스스로 챙겨야 했다. 제대로 돈도 못 벌면서…. 정환씨는 “이건 자원봉사가 아니라 직업이다. 우리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소리바다 사이트를 돈으로 환산할 경우 얼마나 될까”라고 물었다. 그는 “야후는 얼마나 할 것 같으냐”고 답했다.



주간동아 2001.03.22 276호 (p70~71)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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