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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유색 이민자들 ‘인종차별’에 운다

학교, 직장 등서 ‘2등국민’ 설움… 툭하면 불심검문, 디스코텍서도 ‘퇴짜’ 일쑤

  • < 송지연/ 연세대 유럽문화정보센터 전문연구원 kshps@unitel.co.kr>

佛 유색 이민자들 ‘인종차별’에 운다

佛 유색 이민자들 ‘인종차별’에 운다
톨레랑스’(관용)의 나라 프랑스는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국가로 알려졌다. 하지만 프랑스 식민지였던 아프리카인들, 특히 이슬람교도인 마그레브(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인에 대한 프랑스 토박이들의 인종차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프랑스에 통합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외국인으로 마그레브인(50%), 아프리카인(19%), 아시아인(15%)을 꼽았다. 또한 68%의 프랑스인들은 외국인 문제가 ‘톨레랑스의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물론 축구선수 지네딘 지단, 영화계의 요정 이자벨 아자니 등 일부 아프리카계 프랑스인들은 프랑스의 영웅이다. 하지만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 뒤에는 하루하루 고통받는 외국인, 토박이가 아닌 유색 프랑스인의 고통이 그늘져 있다. 최근 프랑스 시사주간지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감춰진 인종차별 실태를 이렇게 전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프랑스에 온 이주자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학교를 다니고, 방해받지 않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며, 원하는 집에서 살고 싶어한다. 이것들은 이들의 당연한 권리다. 그렇지만 인종차별은 학교에서부터 시작된다.

佛 유색 이민자들 ‘인종차별’에 운다
프랑스 청소년들과 이민자 청소년들에게는 서로 다른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성적이 같더라도 프랑스 토박이 학생은 우(優)반에 이민온 학생은 열(劣)반에 배치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프랑스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식들과 이민자의 아이들이 섞이는 것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교사들도 우반의 프랑스 아이들을 선호한다.



직업자격증을 얻기 위해 필수적인 기업 연수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외국인 혐오증’ 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연수를 원하는 학생들이 기업에 전화를 걸 때 마그레브인 학생에게 돌아오는 대답은 뻔하다. “우리는 파랑-하양-빨강(프랑스의 국기)을 원해요. 우리 고객들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자리를 구하는 데도 같은 어려움이 따른다. 25세의 아이샤는 판매원을 구하는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그녀의 성을 물었다. 물론 마그레브식 성이었다. 그러자 자리가 없다는 말과 함께 전화가 뚝 끊겼다. 놀란 아이샤는 프랑스인 친구 나딘에게 다시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결과는 딴판이었다. 나딘과는 자세한 대화가 이어졌던 것.

지난 2000년 가을, 프랑스 노동부 장관 마르틴 오브리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채용시의 차별을 금지하는 이 법안은 프랑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국회에서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1999년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실업률은 11%인데 반해 이주자들의 실업률은 두 배가 넘는 23%에 이르렀다. 알제리 출신 프랑스인의 20대 실업률은 무려 30%나 됐다. 이주자들의 실업률이 높은 것은 유럽연합(EU) 출신이 아닌 외국인에게 금지된 일자리가 무려 700만 개에 달하기 때문. 의사, 약사를 포함한 50여 개 직종엔 외국인이 취업할 수 없다. 특히 공기업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유럽연합국을 제외한 외국인들은 프랑스 텔레콤, 에어 프랑스, 파리교통공사(지하철, 버스) 등에 취업할 수 없다.

채용에서의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오브리 법안이 통과되면 이러한 관행이 철폐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인종차별을 당한 고소인이 그 증거를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실 관계’만 적시해 제출하면 된다. 반대로 채용을 거부한 쪽은 객관적 증거와 함께 인종차별 사실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리고 노조가 피해자 대신 소송을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취업 후에도 차별은 계속된다는 것. 대부분 3차 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들은 3D업종에서 시달린다. 파출부나 청소부, 접시닦이 아니면 기껏해야 판매원이지만 이런 일자리를 유지하기도 힘들다. 회교의 단식기간인 라마단 동안 음식 먹기를 강요당하기도 하고 ‘더러운 검둥이’라는 욕을 먹기 일쑤다. 한 카메룬 여인은 처음엔 커다란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다 작은 체인점으로 쫓겨났고 결국은 해고당했다. 주인의 말에 따르면 “가게 하나에 흑인이 둘이나 있으면 재수가 없다”는 것.

이민자들은 집을 구하기도 힘들다. 일반 아파트는 물론, 임대아파트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집주인들은 세놓을 때 토박이 프랑스인인지 묻게 마련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집세를 제때 내지 않는 쪽은 프랑스 토박이 가정이 오히려 더 많다는 사실이다. 이민 노동자들은 법을 어기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오히려 집세를 꼬박꼬박 잘 낸다는 것이다. 97년 6월 좌파인 조스팽 정부가 집권한 뒤 서로 다른 인종들을 ‘혼합’하려는 중앙정부의 노력이 계속됐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이를테면 노르 지방의 오몽에서 이민자가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이 집을 사려 할 때마다 시장이 선매권을 행사해 훼방을 놓기 때문. 드골주의 우파 정당인 RPF(프랑스 연합) 소속 시장 조엘 빌모트는 단호하다. 알제리 출신 부부에게 집을 팔려던 프랑스 할머니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알제리인이 집주인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 시가 쓰레기통이 되는 것이 싫다는 뜻이지요.” 시는 이민자가 사려는 집을 선매권을 행사하여 미리 구입해 ‘본토박이 프랑스 가문’에 넘긴다. 빌모트 시장은 토요일에 알제리계 이슬람교도의 결혼을 집례하는 것까지 거부했다. 이날은 ‘기독교인의 날’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길거리에서 경찰의 검문에 걸리는 것도 대개 마그레브인이다. 경찰은 “불법 이주자들을 가려내기 위한 통상적인 검문이다”고 말하지만 마그레브인들은 경찰이 의도적으로 모욕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이들은 디스코텍에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다. 2000년 12월 31일, 엘렌은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디스코텍에 가기로 했다. 미리 예약을 해뒀기 때문에 자리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입구에서 출입을 거절당했다. 어떤 해명도 없었다. 잠시 후 예약 없이 온 네 명의 백인이 자유롭게 들어가는 것을 보고서 그는 자신이 들어가지 못한 이유를 깨달았다.

많은 프랑스 시민단체들이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사회당 정부의 사회통합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다행히 외국인을 혐오하는 극우파 정당 ‘국민전선’의 힘은 점차 약화되는 추세다. 프랑스 국기의 파랑-하양-빨강은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한다. 평등을 상징하는 하양이 백인만의 평등을 넘어서는 날이 과연 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주간동아 2001.03.22 276호 (p52~53)

< 송지연/ 연세대 유럽문화정보센터 전문연구원 kshps@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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