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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비난 한몸에 ‘무대포 탈리반 정권’

극단적 회교율법 적용, TV·영화·여성 교육 금지 … 불상 파괴도 우상 제거 차원서 시작

  • <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지구촌 비난 한몸에 ‘무대포 탈리반 정권’

지구촌 비난 한몸에 ‘무대포 탈리반 정권’
아프가니스탄은 두 가지 측면에서 지구촌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왔다. 하나는 22년을 끌어온 만성적인 내전,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극단적 회교원리주의에 바탕한 탈리반 정권의 특이한 폐쇄정책이었다. 그런데 이즈음 아프가니스탄은 또 다른 두 개의 우울한 자화상을 덧칠하고 있다. 하나는 극심한 식량위기와 이에 따른 난민의 대량 발생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적인 불교 문화재 파괴행위다.

탈리반 정권은 최근 2∼5세기 사이에 건축된 각각 38m와 53m 높이의 거대 불상 두 개를 포함한 이른바 비이슬람적 문화재들을 그들 나름의 샤리아(회교) 율법 해석에 따라 ‘우상’으로 규정해 파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탈리반 정권은 다시 한 번 “국제사회의 이단아”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탈리반 정권은 지난 1996년 수도 카불을 점령한 이래 여성교육 폐지 등 온갖 극단적 조치들을 내놓고 22년 내전에 지칠 대로 지친 국민들을 몰아세우고 있다.

최악 식량난 … 100만명 아사 직전

지구촌 비난 한몸에 ‘무대포 탈리반 정권’
불교 문화재 파괴 아이디어는 탈리반 정권 내 강경파로 알려진 물라 투라비가 처음 꺼낸 것으로 알려진다. 간지, 잘랄라바드, 그리고 헤라트 세 곳의 박물관에 보관돼온 작은 불상들은 이미 파괴돼 가루가 돼버렸다는 소식이다. 바미얀 지역의 거대불상들은 회교의 종교적 휴일 때문에 파괴가 뒤로 미뤄진 상태다. 국제사회의 압력에 따라 두 개의 거대불상은 파괴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유엔은 불상 파괴를 명한 탈리반 정권의 칙령이 “아프가니스탄의 문화적 유산에 대한 납득할 수 없는 폭력행위”라며 파괴 중지를 촉구한 바 있다.

파키스탄 주재 탈리반 대사에 따르면, 현재까지 25% 정도의 불상이 파괴된 상태로 알려진다. 주변 아랍국들도 “코란을 너무 좁게 해석하지 말라”며 문화재 파괴를 말리는 상황이다. 이슬람이 이 지역을 지배하게 된 것은 14세기부터다. 그러나 지구상에서 탈리반 정권의 대표성(정통성)을 인정하는 국가는 단지 세 곳. 파키스탄과 사우디 아라비아, 그리고 아랍에미리트뿐이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은 3년째 내리 계속된 가뭄으로 100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다. 농민들은 굶주림에 지쳐, 애지중지 아끼던 곡식 씨앗마저 먹어 치운 지 오래다. 현재 약 70만에 이르는 난민들이 식량을 찾아 도시로 몰려들거나, 국경을 넘어 이란 또는 파키스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그나마 차비라도 마련해 움직일 수 있으니 형편이 나은 편이라고 유엔 관리들은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도가도 못하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재 100만명이 굶어죽기 직전 상태인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앞으로 몇 달 동안이다. 이렇다할 국제적 도움이 없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을 상황이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의 기후는 겨울이다. 열악한 도로사정과 눈, 그리고 내전 때문에 산간마을에서 굶어죽어 가는 사람들에게는 국제구호기관이 접근하기도 어렵다.

사실 식량위기가 일어나기 전에도 아프가니스탄의 사정은 비참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5세 아래의 어린이 4명 가운데 1명이 죽을 정도로 유아 사망률이 높다. 아프가니스탄의 평균수명은 46세에 지나지 않는다. 총인구는 2000년 7월 현재 2600만 명이다.

지난 79년 회교 무장세력(무자헤딘)들이 친소 정권에 반기를 든 것으로 시작된 지난 22년 동안의 내전에 시달릴 대로 시달려온 나라가 아프가니스탄이다. 이곳은 동서냉전의 첨예한 전장이기도 했다. 78년 공산혁명이 일어났고, 79년 소련군이 개입해 친소정권을 세운 이래 10년 동안의 반소 게릴라 투쟁을 벌인 무자헤딘 세력들을 지원한 것은 미국, 사우디 아라비아, 파키스탄 등이었다. 소련군이 물러난 다음에는 무자헤딘 집단끼리의 권력다툼이 이어졌고, 탈리반이 득세한 지금까지 20년 넘게 내전중이다.

탈리반이란 회교 무장집단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94년부터다. 파키스탄의 회교학교에서 훈련받은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탈리반은 파키스탄 상인들을 약탈하던 중앙아시아 일대 무장그룹들을 제압했다. 그후 급속히 세력을 키운 탈리반은 2년 뒤인 96년 수도 카불을 점령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다른 군벌들에 비해 회교율법에 충실해 부패하지 않았던 탈리반이 내전에 지친 아프가니스탄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분석된다.

현재 탈리반 정권은 북서부 일부를 뺀 전 국토의 95%를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 대표권은 갖지 못하고 있다. 부하누딘 라바니 전 대통령 쪽에서 임명한 대표가 현재로선 공식대표다. 미국이 500만달러의 상금을 걸어 체포하길 원하는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유엔의 경제제재를 감안하면, 적어도 당분간은 유엔 대표권을 넘겨받지 못할 전망이다. 탈리반 정권의 기반은 종교상으로는 수니 회교도(전체 인구의 85%)이고, 종족으론 파쉬툰 족(전체인구의 38%)이다. 파쉬툰 족은 아프가니스탄의 다수 부족이다. 반탈리반 투쟁을 하고 있는 라바니 정권은 타지크 족(인구의 25%) 출신이다.

지구촌 비난 한몸에 ‘무대포 탈리반 정권’
1962년생으로 알려진 탈리반 정권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는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신비의 인물로 꼽힌다. 외국 언론과의 접촉도 거부해왔다. 파키스탄에서 공부한 뒤 80년대 반소 지하드(Jihad·성전)에 참여해 전투중에 한쪽 눈을 잃었다. 탈리반 정권은 오마르를 중심으로 10명이내로 이뤄진 이른바 내부 서클(inner circle)에서 모든 결정이 내려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탈리반은 세계와 담을 쌓고 지내는 매우 폐쇄적인 정권이다. 탈리반의 이상은 지구상에 가장 순수한 회교국가를 세우는 것이다. TV나 서양음악, 영화 같은 것은 악마적인 것으로 여겨져 금지됐다. 비이슬람적인 음악 테이프는 보이는 대로 풍기 단속 경찰에 압수당한다. 탈리반을 찬양하거나 종교적인 것 말고는 모든 음악을 금지했다. 남자는 머리에 터번을 둘러야 하고 수염을 반드시 길러야 한다. 술도 마시지 못한다. 풍기를 단속하는 탈리반 경찰들은 곳곳에 회초리를 들고 다닌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사진도 함부로 찍을 수 없다. 사진 자체가 반이슬람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사진에 새겨진 이미지가 우상숭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엉뚱한 논리에서다.

한편 탈리반은 가뜩이나 답답한 아랍세계의 대여성 정책을 극단적으로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여성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두 눈동자만 빼고는 검은 차도르로 감싸야 하고 외출도 함부로 할 수 없게 단속해왔다. 여성은 집에 머물러야지 함부로 거리에 나다닐 수가 없다. 탈리반 정권 아래에서 모든 여자학교는 문을 닫았다. 여자들에 대한 교육과 노동기회도 빼앗았다. 이로 인해 탈리반은 전세계적인 비난에 부닥쳤다. 외국에서 파견되는 여기자는 기자회견장 안으로 들어서지 못한다.

이처럼 극단적인 회교율법을 적용하는 것을 놓고 같은 아랍권 국가들도 너무 지나치다는 표정들이다. 한마디로 이단아 취급을 당하는 것이 탈리반 정권의 현주소다. 탈리반의 엄격한 회교율법은 전제군주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와 닮은 데가 많다. 제도개혁과 민주화를 둘러싼 내부의 불만세력을 누르고 전제정치를 유지할 속셈으로 적용하는 태형 등의 고전적인 회교율법을 고집하는 부분이 그러하다. 탈리반 정권을 인정하고 있는 3개 국가 가운데 사우디가 끼여 있는 배경을 짐작케 한다.

엄격한 회교율법이 지배하는 아프가니스탄이지만, 이곳은 전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아편 생산지다. 미얀마(버마)보다 재배면적(5만ha)이 더 넓다. 탈리반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의 여러 회교 무장단체들이 아편 재배로 자금원을 마련해왔다. 탈리반 정권은 지난 99년 아편재배를 금지하는 칙령을 발표해 이를 엄격히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아편생산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지구촌의 이단아 탈리반 정권도 마약 문제에서만큼은 유엔과 의견이 맞는 셈이다.

그러나 △유엔 대표권 교체문제 △빈 라덴 보호로 인한 경제제재 △미국의 탈리반 정권 뉴욕사무소 폐쇄 요구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써 탈리반 정권의 카불 주재 유엔 연락사무소 퇴거 등등 최근 몇 달 사이에 유엔과의 불편한 관계는 더 심화된 느낌이다. 물론 유엔의 제재조치에도 탈리반 정권이 빈 라덴을 추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유엔 제재, 식량난, 또는 내전으로 인해 탈리반 정권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결국 정치-경제적으로 민초들의 고통만 더해 가는 상황이다.



주간동아 2001.03.22 276호 (p50~51)

< 김재명/ 분쟁지역 전문기자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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