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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종근 전북지사

“새만금, 산업용지 활용 고려해야 한다”

유종근 전북지사 “사업 성사 위해 총력 로비 … 노장관 유보 발언은 오렌지를 사과라고 한 셈”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

“새만금, 산업용지 활용 고려해야 한다”

“새만금, 산업용지 활용 고려해야 한다”
3월말로 예정된 국무총리실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새만금간척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 사업에 대해 환경부-해양수산부가 반대입장을 명확히 하는 등 정부부처 내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동진수역 우선 개발이라는 ‘절충안’이 정부에서 흘러나오자 환경단체들은 ‘전면 백지화’를 더욱 강도 높게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할 광역단체장인 유종근 전북지사가 3월5일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환경부 보고서는 ‘패배주의’에 빠져 있다. 지사직을 걸고 새만금을 중단시키려는 ‘음모’에 맞서겠다. 200만 도민과 호남향우회의 힘을 결집하겠다”고 말했다. 유지사는 ‘민관합동조사’를 이끌어 내는 등 최근 수년 간 ‘여권실세’의 한 사람으로서 새만금사업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이다. 미묘한 시점에서 그는 전례 없이 강경한 발언으로, 새만금 간척사업문제를 ‘사생결단의 장’으로 몰고 가고 있다. 유지사의 발언에 대해 환경단체는 즉각 “우리가 음모세력이란 말이냐”며 반발했다.

유지사를 곤혼스럽게 만드는 것은 새만금사업만이 아니다. 그가 공을 들이고 있는 ‘전북의 또 다른 숙원’ 전주 신공항 사업도 군산공항에서 불과 27km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국고낭비 논란에 휩싸여 있다.

“새만금, 산업용지 활용 고려해야 한다”
“정치생명 끊기고 매장당해도 할 수 없다”

‘주간동아’는 3월9일 전북도청 서울사무소에서 유지사를 만나 그의 심정과 계획을 들어봤다. 인터뷰 내내 그는 ‘새만금 결사항전’의 ‘전의’를 불태웠다. 특히 유지사는 새만금간척지의 산업용지 활용 가능성을 다시 꺼내기도 했다.

최근 새만금사업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어 여러모로 바쁠 텐데….



“요즘 내가 ‘왕따’ 당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중앙일간지가 내 기고를 거부했는데 내 말을 들어주기 위해 찾아줘서 고맙다.”

지사직을 걸겠다는 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도민의 기대가 무척 크기 때문에 새만금사업이 무산됐을 경우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청와대, 국무총리실을 상대로 새만금사업이 성사되도록 총력로비를 펴겠다. 이 일로 정치생명이 끊기고 매장 당하더라도 할 수 없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하는 게 내 생활신조다.”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이 3월7일 군산에서 새만금사업을 유보하자고 발언했는데….

“매우 유감스럽다. 2월15일 새만금 관계장관 회의 때 노무현 장관이 ‘네이처’지 등 리포트 세 개를 들고 나와 갯벌이 농지보다 가치가 높다고 했다. 내가 나중에 네이처지를 구해 읽어보니 거기엔 습지를 밭으로 바꾸는 사례가 나와 있었다. 그건 새만금사업처럼 갯벌을 논으로 바꾸는 것과는 다른 사안이다. 노장관의 발언은 오렌지를 사과라고 한 것 아닌가. 해양수산부 하위직은 부처이기주의에 빠져 있다. 그러나 국무위원은 부처이기주의를 초월해야 하는 것 아니냐. 물론 노장관이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도민과 호남향우회를 결집하겠다는 발언은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것은 아닌지….

“새만금문제는 지금 여론몰이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 입장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는 선이고 관은 무조건 악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론몰이를 저지하려면 도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 토론에 의해 결정되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힘을 결집하자는 것이다.”

유지사의 ‘패배주의’ 발언에 대해 ‘불리한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공직자가 공권력까지 부정하는 건 심하지 않느냐’는 시각이 있다.

“자치단체와 중앙부처가 불편해지면 결국 자치단체만 손해다. 많은 인내심을 갖고 환경부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김명자 장관도 자주 만났다. 수질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게 환경부 일이다. 그런데 환경부는 ‘대책은 너희들이 내놔라, 안 되니까 하지 마라’는 식이다. 그러니까 패배주의며 억지논리다. 만경강 수질은 매년 좋아지고 있다. 환경부보고서 중 ‘총 인’ 한 분야에서만 미세한 차이로 농업용수 부적합으로 나왔다. 따라서 새만금호에 가둬지는 물은 얼마든지 기준에 적합한 수질로 만들 수 있다. 과거에 수질보호에 실패했다고 해서 앞으로도 실패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 나라는 희망이 없다.”

정부에서 만경-동진수역으로 분리해 동진수역을 우선 개발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런 방안에 대해서는….

“동진수역을 먼저 간척한 뒤 만경강의 수질개선 정도를 봐가면서 추후에 만경수역을 개발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단, 동진수역과 만경수역 사이 내부개발지에 방조제를 쌓는 것은 반대한다. 그것은 새만금간척지를 동진수역만으로 축소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새만금, 산업용지 활용 고려해야 한다”
전북은 재정자립도가 전국에서 두번째로 낮고 갈수록 부채도 늘고 있다. 새만금 수질 개선을 위한 환경기초시설 조성에 지방비가 투입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전북도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대략 8000억원이며, 2005년까지 3000억원이 넘는다. 공공관리기금에서 장기저리융자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캐나다 민간기업으로부터 외자유치를 받아 이 기업에 하수처리시설 관리를 맡기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그러나 하수처리사업은 새만금간척사업과는 별도로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다.”

정부발표대로 새만금 간척지가 정말 농지로만 활용될 것으로 보는가.

“지금까지 내부개발문제에 관해 말을 안 해왔다. 국민의 혈세를 2조원 넘게 투입해 간척했을 경우, 가장 경제적 효과가 높은 방향으로 간척지가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산업용지가 더 효율성이 높다면 그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인 정부방침이다.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오염이 가중된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과거 다른 지역에서는 그랬는지 몰라도 새만금에는 농업용수 논쟁이 필요 없을 정도로 깨끗한 물을 흘려보낼 수 있다.”

최근 전주 신공항 예정지인 김제를 찾았다가 계란세례를 받았는데, 지역주민이 반대하고 예산낭비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신공항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김제는 전북의 희생양이 아니다. 소음 피해는 없을 것이다. 10년 뒤 김제시민들이 내게 고맙다고 할 것이다. 군산공항은 전주에서 너무 멀다. 한-미 공군이 사용하는 관계로 사용시간도 제약돼 있어 전북지역으로의 기업 유치에 제약을 받고 있다.”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강원도와 경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정부 내에서 후보지 조율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전북이 먼저 해외로 동계올림픽유치 홍보에 나선 것은 선후가 바뀐 일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전북은 97년 동계올림픽유치를 선언했다. 그 후 내가 사마란치 위원장 등 IOC 관계자들을 만나 유치전에 나섰다. 강원도는 불과 몇 달 전 정부에 유치 신청을 했다. 진작에 원서가 마감됐는데도 정부가 뒤늦게 갖고 온 원서를 받아준 것 아닌가. 그러나 앞으로 강원도와 페어플레이하겠다. 정부도 양 도간 유치경쟁이 과열되기 전에 개최 후보지를 빨리 결정해야 한다.”

미국의 팝가수 마이클 잭슨이 무주리조트에 투자하려다 포기한 이유는?

“마이클 잭슨이 무주를 방문한 뒤 99년 초 내게 편지를 보내 ‘카지노 허가를 받는다는 전제 하에 무주에 3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나는 ‘당신이 한국에서 카지노 사업을 하는 것은 국민 정서상 쉬운 일이 아니므로 없었던 일로 하자’고 답장했다. 그러나 개인사업자가 정부의 허가를 받아 무주에 카지노를 유치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기자들 사이에 지역 국회의원들과 사이가 좋지 않다는 말이 있던데….

“누가 그러더냐. 기자들은 기삿거리를 만들기 위해 있지도 않은 갈등관계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유지사가 제왕적 스타일이라며 TV 드라마 ‘왕건’에 나오는 견훤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다.

“왕건이라는 드라마는 한 번도 본 적 없다. 나를 만나보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독선적’이라는 등의 선입관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나를 만나 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주간동아 2001.03.22 276호 (p28~29)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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