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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 이인제 비장의 ‘대권 승부수’ 띄운다

“金心 멀어진다” 판단에 국면전환 시도… 내달 대규모 후원회·지역별 세몰이 시동

  • < 조용준 기자 abraxas@donga.com>

초조한 이인제 비장의 ‘대권 승부수’ 띄운다

초조한 이인제 비장의 ‘대권 승부수’ 띄운다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심상치 않다. 2월27일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최고위원은 곧이어 러시아, 미국, 호주 등을 잇따라 방문하고 4월3일 ‘대권 출정식’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후원회 개최를 계획하는 등 차기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최고위원의 적극적인 해외 방문이야 이번 방중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부주석 등 중국 고위지도자들로부터 ‘환대’를 받은 데 고무된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의 최근 어록과 행보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적극적인 압박 작전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게 한다(방중에 대해서는 상자기사 참조). 특히 이위원의 부산한 몸짓은 최근 그에 대한 여권의 기류가 긍정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중권 대표 겨냥 비판의 포문 열어

초조한 이인제 비장의 ‘대권 승부수’ 띄운다
이위원은 3월5일 기자간담회에서 “영남후보론은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며 “어디 출신이든 국민의 지지를 많이 받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일 아니냐”고 김중권 대표를 겨냥해 ‘직설적인’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그러자 곧바로 민주당 고위 관계자 입을 빌린 김대통령의 경고가 나왔다. “정치지도자는 개인 의견을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함부로 말하면 엄청난 파행이 오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 “영남권 지지를 얻기 위해 정성을 들이고 있는 판에 영남권 후보를 비난하면 영남권에서 우리를 지지하겠느냐”는 비판론도 나왔다.

문제는 이러한 신경전의 배후에 이른바 ‘김심’(김대통령의 의중)의 소재를 둘러싼 분열 기류가 존재한다는 사실. 다시 말해 이위원측이 그동안은 ‘김심이 김중권 대표에게 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만 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면, 영남후보론에 대한 이위원의 비판에 즉각적인 ‘경고’가 내려옴으로써 이제는 ‘김심이 우리보다는 김대표에게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다 구체적으로 진단할 단계가 됐다는 얘기다. 이위원 캠프 입장에서는 무엇인가 적극적인 국면 전환을 시도하지 않고서는 점차 힘들어진다는 판단을 했음직하다.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JP)와의 사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것도 이위원으로서는 매우 갑갑한 일이다. DJP 공조체제 강화에 따라 JP가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 거의 분명해지고 있다. 따라서 JP의 눈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결격 사유’가 되는 셈.

이에 따라 이위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JP를 ‘지는 해’로 폄하한 데 대해 3월5일 “해는 매일 뜨고 지는 것”이라며 “그분(JP)을 만나면 국내외 정세나 우리나라 장래에 대해 높은 경륜과 풍부한 경험을 많이 배우고 싶다”고 자세를 바짝 낮췄다. 특히 자신의 지역구인 논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문제로 민주당과 자민련의 갈등이 불거지자 “지구당 당직자들이 난리”라고 말하면서도 거듭 “(JP를 조만간 만나) 높은 경륜과 풍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많은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해 자민련에 후보를 양보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JP는 3월7일 일본으로 떠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위원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위원은 지난해 말부터 여러 차례 JP에게 회동을 제의했지만, 부시 대통령 취임식 때 미국에서 30여 분 동안 만나 의례적인 이야기만 나누었을 뿐이다.

따라서 이위원이 3월4일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는 지방선거와 월드컵 개최 등이 변수가 되겠지만 늦어도 내년 6∼7월까지 국민으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인물이 경선을 통해 선출돼야 한다”고 차기 후보 선출시기 문제를 처음 거론한 것도 이와 같은 ‘상황 판단’의 반영으로 보인다. 이위원의 이같은 ‘전당대회 연기론’은 김대표가 대표 프리미엄을 활용해 내년 1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강행’하려는 데 대한 강력한 견제로 정가는 해석하고 있다. 특히 내년 하반기가 되면 당에 대한 김대통령의 장악력이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계산도 작용하는 듯하다.

이위원 캠프는 최근 △광주-전남 이희규 의원 △강원 원유철 의원 △경기 북부 이근진 의원 △부산 김윤수 특보 △경남 김충근 특보 등 ‘권역별 담당제’를 도입해 본격적인 지역 관리에 나섰다. 대의원 표를 잡기 위한 구체적 행동에 벌써 돌입한 셈. 특히 이위원 캠프는 지난해 최고위원 선출 전당대회 이후 그쳤던 ‘지구당 단위’의 지역 방문을 재개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수위를 달리고 있는 사실을 강조하는 대세론을 설파한다는 방침이다. 밑바닥에서부터 대중적 인기도를 무기 삼아 여권 핵심부를 압박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위원의 한 핵심 측근은 “우리로서는 믿는 게 국민밖에 없지 않느냐”며 “이런 방향 외에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한다.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는 이위원의 ‘대세 몰이’가 과연 김대통령에게 어떻게 비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01.03.22 276호 (p10~11)

< 조용준 기자 abrax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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