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5

2001.03.15

성공시대 꿈꾸는 ‘일본 킬러’

  • < 고진현/ 스포츠서울 체육팀 기자 jhkoh@sportsseoul.com >

    입력2005-02-17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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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시대 꿈꾸는 ‘일본 킬러’
    ‘포스트 선동열 탄생하다.‘

    구대성(32)이 일본열도를 정복한 선동열의 ‘황금바통’을 이어받을 선두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오릭스 블루웨이브에 입단한 구대성은 최근 일본 오키나와 미야코치에서 열린 한 달 간의 스프링캠프를 성공적으로 마치며 현지 매스컴으로부터 ‘언터처블 투수’라는 극찬을 받고 있다. 국내와는 토양이 판이한 일본야구에서도 그의 ‘성공시대’는 계속될 것인가.

    지난 96년 한국 프로야구선수 중 최초로 주니치 드래곤스에 입단한 선동열에 버금가는 선풍을 불러일으킬 기대주로 평가받는 구대성은 자신보다 앞서 일본에 진출한 국내 투수들의 혹독한 데뷔 징크스를 떨쳐내고 대한남아의 기개를 맘껏 떨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에서 4시즌 동안 통산 10구원 승 4패 98세이브 방어율 2.70을 기록하며 ‘주니치의 수호신’으로 군림했던 선동열도 입단 첫해인 96시즌에는 꼬리를 문 부진으로 ‘패전처리’ ‘2군 강등’ 등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던 게 사실. 지금은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로 떠난 이상훈도 주니치 입단 첫해 일본야구에 적응하지 못해 무던히도 애를 먹었고, 현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뛰고 있는 조성민, 정민철도 약속이나 한 듯 선배들의 전철을 밟으며 ‘일본 데뷔 징크스’에 빠져 허우적댔었다.



    이런 데뷔 징크스에도 불구, 구대성은 질기디 질긴 ‘악연의 고리’를 끊는 데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현미경처럼 세밀한 야구관으로 유명한 일본 야구 전문가들도 구대성의 성공 가능성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 있기 때문.

    구대성은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한 국내선수들 가운데 가장 근성이 강한 투수로 꼽힌다. 정신력을 강조하는 일본 야구 풍토에 그만큼 적합한 투수는 없다는 것. 흐르는 물처럼 냉정함을 유지하면서도 고비에서 불같은 기질을 발휘하는 ‘타고난 승부사’가 바로 구대성이다.

    게다가 좌타자가 즐비한 일본 프로야구에서 비교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왼손 강속구투수인데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때부터 ‘일본킬러’로 명성을 날린 심리적 우월감도 그의 일본무대 정복의 꿈을 부풀리게 하는 요인이다. 선발과 마무리를 동시에 소화해내는 전천후 투수라는 것도 강점이다.

    대부분의 한국투수들이 일본 진출 첫해에 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심리적인 중압감 때문이었다. 국내에서 누렸던 최고의 이미지를 일본무대에서도 그대로 이어가야 한다는 의욕과다증은 통과의례인 데뷔 무대에서의 실패 경험과 맞물리면서 극심한 슬럼프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구대성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속내를 도무지 알 수 없는 ‘크렘린’ 같은 성격에다 고집도 세다. 즉, 외부적 환경에 주눅들지 않고 실패를 곧바로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장점을 타고난 것.

    감독도 잘 만났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감독은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서로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성공시대’를 꿈꿀 수 없다. 오릭스 감독 오기 아키라(66)는 일본의 다른 지도자와 달리 선수를 틀에 얽매는 스타일이 아니다. 각자의 장점과 기를 살려주는 미국식 야구철학을 갖고 새로운 스타를 키우는 덕장(德將)이다. 자유분방한 구대성에겐 오기감독과의 만남은 더할 수 없는 행운이다. 모든 조건이 마련됐다. 그에겐 이제 잘 그려진 밑그림에 화려하게 색칠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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