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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송수권의 풍류 맛기행 | 여수 붕장어구이

五味를 한입에… 스태미너가 쑥쑥

  • 시인 송수권

五味를 한입에… 스태미너가 쑥쑥

五味를 한입에… 스태미너가 쑥쑥
여수지방에서 서대회는 보편화된 음식이다. 동시에 제사상에 서대찜이 오르지 않으면 어쩐지 서운하게 생각한다. 돔 종류인 금풍선어도 마찬가지다. 광주 한정식에서 조기가 오르지 않으면 밥상이 가벼워 보이듯이 순천-여수지방의 한정식에서 조기 대신 금풍선어가 오르지 않으면 역시 밥상이 가벼워 보인다. 그러므로 서대와 금풍선어는 여수지역의 특산물로 보아도 괜찮겠다.

그러나 금풍선어는 맛이 좋아 붙인 ‘샛서방 반찬’이라는 말 때문에 어쩐지 어감이 좋지 않고, 서대회는 빙초산 맛 때문에 자주 먹으면 물리니 오종쫑하다. 그 대신 많이 잡히고 있는 참장어와 꾀붕장어는 서민 음식으로 제격이다. 참장어집이 여수 앞 바다 경도에서 성황을 이룬 것도 이 때문이고, 시내 한복판에서 꾀붕장어가 판을 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五味를 한입에… 스태미너가 쑥쑥
꾀붕장어집은 ‘7공주’를 상호로 달고 주로 구이만을 전문으로 한다. 그래서 20여년째 여수시 교동에 터를 잡고 일곱 공주를 키우듯이 장어집을 키워왔다.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로 해서 남해안 생선요리축제 경진대회(제1회와 제5회)에서만 대상을 두 번씩이나 받았다. 동시에 여수시가 선정한 으뜸요리집 선정 목록에도 들어 있다.

이 업소의 주인인 고정자 여사(061-663-1580)는 억척으로 소문나 있기도 하다. “노하우요? 사실 장어의 맛은 양념에 따라 좌우되지요. 풋고추, 마늘, 생강, 깻잎 채 등이 부수 재료며 양념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시마국물, 간장, 청주, 물엿, 고추장 등이 더 필요합니다”고 말한다. 은근슬쩍 말하는 품새가 양념간장을 어떻게 맛을 내는지에 따른 오랜 경험에서 온 노하우인 듯하다.

그 노하우란 것이 이렇다. 붕장어 토막낸 것을 석쇠 위에 얹고 굽되 약한 불을 사용한다. 이것이 초벌구이다. 그 다음은 양념장을 내리는데, 장어뼈와 머리를 두서너 시간쯤 푹 곤다. 이 물에 진간장을 물 양만큼 타서 끓이는데 물엿으로 단맛을 맞추고 고추장을 풀어 간을 맞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청주를 붓고 거품이 증발할 때까지 오래도록 끓인다. 이때 다진 마늘과 생강을 넣어 맛을 낸다. 이 양념장을 식혀 초벌구이한 장어를 손님상에 올려 석쇠로 굽고 한두어 번 이 양념장을 발라준다.



석쇠 위에서 타지 않게 익힌 살점이 입안에서 감칠맛 있게 살살 녹아 ‘앵기는 맛’이 7공주집의 독특한 풍미다. 단맛(sweet)인가 하면 짠맛(salty)이고, 신만(sour)인가 하면 쓴맛(bitter)이고, 매운맛(spicy, hot)인가 하면 달씁스레한 맛이다. 아니 달새콤하다. ‘bitter sweet’(쓰다+달다)라고 쓰고 싶지만 영어로는 ‘시원섭섭하다’라는 뜻이니 그렇게는 쓸 수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하여튼 비린내(smells fish·비린내가 아닌 ‘수상하다’라는 뜻)가 나지 않고 달보드라운 감칠맛이다. 이는 오래 전에 인기를 끌었던 TV 외화 ‘형사 콜롬보’에서 따온 말이다.

五味를 한입에… 스태미너가 쑥쑥
붕장어는 ‘자산어보’에도 단 한 줄, ‘눈이 크고 배 안이 묵색으로 맛이 좋다’고 기록되었을 뿐 별다른 언급이 없고 기타 문헌에서도 마찬가지다. 1952년 모리(Mori)가 분류한 내용을 지금까지 받아쓰는 실정이고, 최근 민어 양식까지 와 있지만 붕장어 양식은 아직 그 정보가 누출되지 않고 있다.

특히 장어(長魚)는 ‘기럭지’가 길고 맛이 좋아 유감주술(類感呪術)에 부합하고 스태미너 음식으로 각광받는다. 붕장어과(科) 뱀장어목(目)에 들기 때문이다. 꾀붕장어, 갈붕장어, 희붕장어, 은붕장어, 먹붕장어 등을 포함하여 붕장어라 부르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고 맛이 좋아 손쉽게 잡을 수 있는 것이 꾀붕장어다.

7공주집처럼 대를 잇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쉬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를 이어 운영하는 집에 대를 이어 손님이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그 집의 음식이 정갈하고 맛이 있다는 증거렷다. 더구나 붕장어는 계절을 타지 않는 음식이고 보강음식으로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다. 오동도의 동백꽃이 피고 영취산(흥국사)의 진달래가 피면 여수를 찾는 손님들은 그만큼 늘어난다. 최근에는 ‘돌산갓’이 토산품으로 정착되고 향일암의 해돋이 때문에 부쩍 손님들이 늘고 있단다.



주간동아 2001.01.25 269호 (p110~110)

시인 송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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