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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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와 인질… 액션과 로맨스

  • 입력2005-03-15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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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치와 인질… 액션과 로맨스
    뭐든지 결국엔 돈과 연결되는 자본주의 체제가 날로 발달함에 따라 이제 ‘납치’도 조직적이고 국제적인 사업아이템으로 자리를 잡았나보다. 해외에서 납치되는 다국적 기업 중역들의 숫자가 날로 늘어나는 데서도 이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인질 구출사업’ 역시 번성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전직 스파이와 혁명분자들이 얽혀 있고 각종 신무기, 헬기, 아지트 등이 등장하는 숨가쁜 드라마가 펼쳐진다.

    영화 ‘프루프 오브 라이프’는 그러한 인질협상 과정에서 벌어지는 협상가의 활약과 인질의 생존을 위한 투쟁, 인질의 가족이 겪는 아픔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 ‘프루프 오브 라이프’(Proof of Life)란 인질 협상 용어로 인질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를 의미하며 이는 납치범과 협상에 임하는 모든 협상가들이 최우선으로 삼는 요구사항이다.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납치와 인질협상의 감춰진 진실을 파헤친 윌리엄 프로크너의 ‘인질의 몸값 협상에 관한 보고서’에서 시나리오의 영감을 얻었다.

    납치와 인질… 액션과 로맨스
    탁월한 심리묘사와 드라마틱한 연출력으로 정평이 난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이 영화에서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인질협상 과정의 팽팽한 긴장과 스릴, 그리고 협상이 진행되면서 변화되는 인물들의 미묘한 감정변화를 섬세하게 스크린에 담아냈다. 여기에 남미의 웅장한 자연을 담아낸 스펙터클한 영상과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는 파워풀한 액션은 관객을 압도하는 또다른 묘미이다.

    남미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작은 나라 테칼라. 이곳에서 댐 공사를 진행하는 미국 기업의 기술감독인 피터 바우만이 도심 한가운데서 남미의 반정부군에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납치범들은 그의 생명을 담보로 피터의 회사에 거액의 돈을 요구하지만 도산 위기에 처해 있던 회사는 위험한 지역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납치에 대한 보험정책을 이미 철회한 상태. 회사의 협상 포기에 충격을 받은 피터의 아내 앨리스(멕 라이언)는 독자적으로 인질범들과의 협상에 나서고 프로 인질 협상가인 테리 손(러셀 크로)을 고용한다. 고통스런 협상의 과정에서 결혼생활에 대한 회의에 빠지는 앨리스는 자신의 남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테리에게 묘한 감정의 끌림을 느낀다. 갈수록 긴박해지는 인질 구출 작전 속에서 두 사람은 또다른 감정의 전쟁을 치르게 된다.

    언뜻 ‘카사블랑카’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연상케 하는 앨리스와 테리의 쓸쓸한 로맨스는 액션 스릴러물인 이 영화에 애잔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납치범들과의 기나긴 협상이 결렬된 뒤, 사랑하는 여인의 남편을 구하기 위해 직접 납치범들의 캠프로 진입해 위험천만한 작전을 수행하는 남자의 우수 어린 뒷모습과, 남편의 귀환을 기뻐하면서도 한 방울 눈물로 남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여자의 마지막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영화 속에서는 안타까운 이별을 했지만, 스크린 밖에서는 실제로 사랑의 결실을 본 러셀 크로와 멕 라이언. 애초 유부남, 유부녀였던 두 사람은 각자 배우자와 헤어지고 올 봄 러셀 크로의 고향인 호주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해 할리우드는 온통 이들 얘기로 떠들썩하다. 근데 이건 어쩐지 영화보다 덜 로맨틱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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