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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대 경영인은 B2B 손대지 마라

구시대 경영인은 B2B 손대지 마라

구시대 경영인은 B2B 손대지 마라
새해 들어 가장 유망한 인터넷 사업 중 하나로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분야가 부각되고 있다.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한 B2C 사업과 달리 B2B 사업은 기업간 거래가 중심이기 때문에 거래 단위가 크고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막대하다. 따라서 인터넷 기업 외에 굴뚝기업들도 적극적으로 B2B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심지어 정부도 B2B 시범 사업을 통해 선정 업체들에 약 170억원의 국고를 보조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180여개에 달하는 국내 기업들이 단독 혹은 연합으로 B2B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아직 이렇다 할 B2B 성공 사례가 없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물론 국내 B2B 사업은 이제 막 시작 단계이며, 선진국의 경우도 역사가 2∼3년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성급한 기대를 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B2B 사업의 문제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선진 기업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회원으로 참여 목적 달성 … 글로벌 네트워크와 협력 급선무

우선 국내 B2B 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기업간 거래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전근대적인 기업 관행을 개혁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사실 B2B 사업의 본질은 거래에 참여하는 기업의 조달 및 구매 방식을 혁신하는 것이다. 고질적인 무자료 거래, 리베이트, 어음 결제 방식, 방만한 구매 조직 등 구매와 관련된 각종 문제점을 덮어둔 상태에서 아무리 인터넷, 웹, B2B를 떠들어도 실제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경영 프로세스상의 문제점을 그대로 둔 채 컴퓨터를 통해 자동화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줄 알고 막대한 돈을 IT(정보기술) 분야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80년대 미국 기업의 양상과 같은 맥락이다. 경영 프로세스의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IT든 인터넷이든 그 파급 효과는 미미할 뿐이다.

게다가 B2B가 성공하기 더욱 어려운 것은 이러한 조달 및 구매 과정의 혁신이 한두 개 기업이 아니라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들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B2C 사업의 경우는 지분을 투자하고 주주로서의 권리만 행사하면 끝이지만, B2B 사업의 경우는 지분 투자 외에 자신의 구매 부서를 직접 혁신해야 하는 의무가 주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이미 80년대부터 기업의 전 분야에 걸쳐 꾸준히 정보 인프라를 구축한 상태에서 B2B를 추진하는 미국 기업과 아직 정보 인프라가 미진한 상태에서 B2B를 추진하는 우리나라 기업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 기업들은 B2B 사업 추진과 B2B 사업의 기대 효과를 혼동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기업이 B2B 사업을 추진하거나 공동사업에 참여하는 이유는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구매의 효율성을 높이고 나아가 구매 분야를 혁신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경영자 입장에서는 B2B 사업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목적만 달성하면 되는 것이지, 반드시 B2B 사업을 직접 추진해야 할 이유는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1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180개가 넘는 B2B 업체가 등장했고, 이들 대부분이 개별 기업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은 자신이 직접 B2B 사업을 해야만 한다는 경영자들의 고정관념 때문이다.

B2B는 말 그대로 기업들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 효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가상 시장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효율적으로 구축된 B2B 시장이 있다면 굳이 직접 만들지 않고 회원으로 참여해 목적만 달성하면 되는 것이다. 그 시장을 누가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좋은 기업들이 얼마나 많이 참여하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경영자들이 특정 기업 혹은 국내 중심의 B2B보다는 업계 공동 혹은 글로벌 B2B 네트워크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B2B 분야에서 하루 빨리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구매 분야의 혁신과 B2B 시장 구축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글로벌 B2B 네트워크와 협력을 강화하는 작업이 급선무일 것이다.



주간동아 2001.01.25 269호 (p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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