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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DMZ 내 사천강 습지 세계적 보전가치”

경의선 환경영향평가단 김귀곤 단장…남북 환경 협력 ‘람사 사이트’ 지정 바람직

“DMZ 내 사천강 습지 세계적 보전가치”

“DMZ 내 사천강 습지 세계적 보전가치”
지난 9월 정부는 ‘민족 숙원사업’인 경의선 철도복원 및 4차선 포장도로(통일대교∼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개설 기공식을 갖고 본격 공사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9월25일 환경영향평가단이 구성돼 생태조사활동에 들어갔지만 조사기간이 지나치게 짧고 세심한 영향 평가가 어려워 공사로 인한 DMZ(비무장지대) 환경생태 파괴를 우려하는 여론이 높다. 약 50년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DMZ는 희귀 동식물이 많은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세계적인 관심 대상이 되고 있는 지역이다. 11월13일 경의선 환경영향평가단 김귀곤 단장(56·서울대 조경학과 교수·한국환경정책학회장)을 만나 이번 생태조사의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생태계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은데….

“경의선 복원 및 도로개설에 따른 생태조사는 주로 DMZ 일대 노선 관통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사는 9월 말 시작됐고 오는 12월 말 끝난다. 좀더 시간을 두고 정밀조사를 하고 싶지만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정한 기한인 연말까지는 최종 환경영향평가서를 내야 한다. 최근 환경부에 중간보고는 했지만 11월 초 나왔어야 할 초안이 아직도 나오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많이 늦은 셈이다.”

충분한 환경영향 평가 작업을 하기엔 너무 촉박하지 않은가.

“지적대로다. 사실 환경영향평가법상 초안이 나오면 30일 이상 공람을 통해 관련 주민 의견을 듣고 필요시 공청회도 열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지금으로선 이런 절차들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형편이다. 공청회를 열더라도 현행법상 환경단체는 참여할 수 없다. 때문에 정확한 기초조사를 위한 간담회 등 정부와 환경단체 간 ‘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도로공사 진척 상황은.

“민통선지역 전 구간에서 지뢰제거 및 노면확보공사가 진행중이다. 즉 경의선 철로와 4차선 도로가 교차할 지점인 2통문 인근 구간까지다. 장단역 너머 군사분계선까지는 아직 지뢰제거작업이 시작되지 않았다.”

그동안 조사단은 몇차례나 DMZ 현장조사를 실시했나.

“현재(11월13일)까지 4차례 남방한계선∼장단역 구간(1.25km)의 DMZ 현장을 조사했다. 장단역에서 군사분계선에 이르는 나머지 750m 구간을 남겨두고 있다. 조만간 이 지역도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정이 바빠 6, 7차례 이상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따라서 공사기한인 내년 9월 말까지는 추가조사를 통해 환경생태 현황을 모니터링할 생각이다.”

예전에도 DMZ 일대를 조사한 것으로 아는데….

“지난 96년부터 99년까지 유엔개발계획(UNDP) 지원으로 남방한계선∼장단역 구간을 비롯한 파주 일대 DMZ를 조사해 올해 2월 ‘경기북부지역에서의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조사·연구’란 제목의 최종보고서를 낸 바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민간단체 차원에서 이뤄진 유일한 조사였다.”

이번 공사와 관련해 건교부와 환경부의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DMZ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인 환경대책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것이 문제다. 건교부는 공사설계가 미완성인 상태에서 통상 3년 걸리는 도로공사를 당초 못박은 대로 1년 만에 끝내려 한다. 환경부도 환경영향평가가 착공 이후에야 이뤄지고 있다는 근본 한계 때문에 나름대로 고민이 많다. 통일과 남북경협의 ‘통로’라는 공사의 명분만이 너무 강조돼 조사단의 의견이 제대로 공사에 반영될지 의문스럽다.”

계획대로 공사가 추진될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공사구간에 연구가치가 높은 대형습지가 있다. 문제는 공사로 인해 이 습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데 있다. 그러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기초조사가 선행될 수 없는 현 상황에선 공사에 따른 습지의 장-단기적 환경변화 예측과 직-간접적인 영향조사가 불가능하다. 평가서 작성 도중에도 심층조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즉각 보강조사를 벌이는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습지는 어떤 생태학적 가치가 있는가.

“조사단이 접한 습지는 사천강 지류와 인접한 DMZ에 있다. 내륙습지인데 습지마다 그 유형이 조금씩 달랐다. 물이 깊은 곳엔 갈대와 줄풀이 자라고 있었고 그렇지 않은 곳엔 아카시아와 사초군락이 형성돼 있는 등 지형에 따라 식물생육이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이런 습지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 말하자면 50여년간 인간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난 자연상태에서 형성돼 습지형성의 진행과정을 완벽하게 설명해주는 특이한 사례다. 습지는 북한땅인 사천강 본류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으므로 남북간 환경협력도 필요하다.”

좀더 과학적인 정밀조사를 해야 한다는 뜻인가.

“그렇다. 필요하다면 누구나 조사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생태계 보고’인 DMZ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인 만큼 국제 전문가들도 참여를 원한다. 그러나 일부에선 DMZ의 고유한 생태정보가 국외유출될 것을 우려해 반대하는 시각이 있다. 환경연구가 늘 차세대를 고려해 이뤄져야 하는 지상과제임을 인식한다면 국제적 전문성의 잣대로 습지를 조사할 당위성은 충분하지 않은가.”

외국 전문가와 접촉해본 일이 있나.

“개인 자격으로 미국 국립공원관리청 관계자 및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아시아담당 직원 등 2명을 습지 조사를 위한 국제전문가로 초빙하려 접촉했었다. 이를 환경부에 알렸지만 ‘아직은 보류해 달라’는 답변만 얻었다.”

다시 공사 얘기로 돌아가자. 공사시 습지를 보전할 방안은 있나.

“습지를 낀 공사구간만이라도 그 지형특성에 맞게 터널, 교량 등으로 공사해야 한다. 단 도로 개설로 인해 도로의 동서쪽 지역간 야생동물 이동이 차단될 수 있으므로 이동통로의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현재 이 문제를 건교부와 협의중이다.”

공사구간에 포함된 민통선 일대의 환경 훼손 상황은 어떤가.

“민통선지역은 개간이나 제방공사로 이미 환경파괴가 상당부분 이뤄졌다. 따라서 이 지역의 도로 노선이나 공사방법을 굳이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환경생태 훼손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공사를 추진하면 된다. 그러나 DMZ는 다르다. 물론 DMZ에서도 일부 농지전환이 이뤄진 상태지만 습지들이 두루미 등 동북아 철새들의 좋은 서식처가 되고 있으므로 공사와 관계없이 일부 구역은 국제적으로 보전가치가 있는 습지인 ‘람사사이트’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조사에서 내린 잠정적 결론은.

“환경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절차’보다는 ‘결과’다. 도로와 철도는 언제든 개설-복원할 수 있다. 하지만 파괴된 습지를 복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가 직접 토지 소유주들로부터 DMZ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사유지를 사들여 ‘트러스트’로 관리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 우리는 접경지역 대부분이 국유지였던 독일의 경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국내외 NGO들의 관심을 촉구할 계획도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생태조사는 조사단이, 공사설계 및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은 유신측이 하도록 돼 있어 올바른 평가를 위한 합의도출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임명한 조사단인 만큼 이번 평가에서 조사단의 견해가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학자로서의 양심을 걸겠다는 의미다.”



주간동아 2000.11.30 261호 (p4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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