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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네티즌인가 재판관인가

공격받는 오프라인 미디어

‘온라인의 힘’으로 기성 언론에 도전…연예인 관련 집단 압력도 예사

공격받는 오프라인 미디어

공격받는 오프라인 미디어
‘시민이 곧 기자’라는 모토를 내세운 인터넷 언론들이 영역을 넓혀 가면서 신문 방송 등 전통적 미디어들이 협공을 당하고 있다. 특히 N세대 청소년들과 관련된 사건을 보도하는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욱 노골적 양상을 드러낸다. 서지혜양 사건의 경우에도 이를 취재한 언론사들이 왜 실제 보도는 하지 않느냐며 네티즌들이 온라인상에서 아우성을 쳤다. 관련 사이트에는 어처구니없게도 이 사건을 보도하지 않은 언론에 대해 ‘어용’을 주장하는 글마저 올라왔다. 성수여중 사건과 이번 사건을 조목조목 비교하면서 언론사의 뉴스 가치 판단 기준 자체를 문제삼는 네티즌들도 생겨났다.

이러한 현상은 전통적 미디어들과는 달리 인터넷이 갖는 쌍방향성을 바탕으로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성수여중 사건이 최초로 세상에 알려진 것도 광진구 지역 온라인 미디어인 광진닷컴을 통해서였다. 피해자의 어머니 조모씨가 딸의 피해 사실을 온라인 미디어에 탄원서 형식으로 제보한 것이었다. 서지혜양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 서양의 아버지 는 딸이 당한 폭행사건의 진상을 일단 언론사에 알리기로 하고 일부 언론에 제보해 취재가 이뤄졌지만 실제로 보도되지는 않았다. 그 뒤로 중학교 1학년인 지혜양의 동생이 청와대 신문고에 사건 개요를 올리고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홈페이지에 도움을 호소함에 따라 이 사건은 네티즌들 사이에서부터 공론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뒤로 각 방송사 등의 관련 보도가 잇따랐다. 온라인의 힘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한 것이다.

올해 들어 온라인 미디어에서 N세대 청소년들의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은 학교폭력 사례뿐만 아니라 장애인 폭행사건, 여중생 성폭행사건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그러나 이 사건들이 오프라인 미디어에서 모두 공론화된 것은 아니다. 시간과 공간의 무한성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과는 달리 지면과 시간이 제한되어 있는 오프라인 미디어의 입장에서 보자면 다소 지엽적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제동장치 갖추면 ‘다수에 의한 다수의 미디어’ 순기능 가능

한편에서는 이와 관련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특정 연예인을 열광적으로 선호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방송사 연예프로의 보도내용이 자신이 지지하는 연예인에 대해 조금만 부정적인 방향으로 비칠 경우 이 프로그램의 홈페이지를 목표로 집중 공격을 하기도 한다. 서울방송(SBS) ‘한밤의 TV연예’를 6년째 진행하고 있는 이충용PD는 “여학생들은 핑클 등 여성 그룹에, 남학생들은 H.O.T 같은 남성 그룹에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는가 하면 이들이 일치단결해 방송위원회 등에 집단 압력을 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 서비스업체인 데일리클릭의 한기현 기자는 “청소년들이 주도하는 인터넷 상의 공방이 아직까지 건설적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초기단계에서 거치는 시행착오에 불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중구난방식 비난이 아니라 차분한 의견교환을 통해 대안을 모색해가는 토론 활성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서지혜양 관련 사이트에는 ‘가해자의 부모가 청와대 인사’라는 확인되지 않은 매터도성 주장에 대해 운영자들이 나서서 제동을 거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정착된다면 온라인 미디어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오프라인 미디어의 역할이 ‘소수가 생산하고 다수가 이용하는’ 것이었다면 온라인 미디어는 ‘다수가 생산하고 더 많은 다수가 이용하는’ 역할을 떠맡고 있기 때문이다.



주간동아 2000.11.30 261호 (p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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