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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민정수석실 ‘司正사령부’로 떴다

최고급 정보 토대로 비리 척결작업 시동…“사정이 집권기반 허물 수 있다” 우려도

청와대 민정수석실 ‘司正사령부’로 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司正사령부’로 떴다
감사원을 비롯한 정부기관을 총동원해 마지막 결전이라는 생각으로 비리를 척결해 나가겠다.” (11월13일 김대중 대통령 ‘SBS 창사 10주년’ 특별회견)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바빠졌다. 여권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사정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신광옥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중심으로 한 30여명의 민정수석실 직원들은 비상체제에 들어간 모습이다.

사정비서실 민정비서실 공직기강비서실 민원비서실 등 네 분야로 이루어진 민정수석실은 사정작업의 전략사령부. 민정수석실의 기본적인 힘은 정보에서 나온다.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에서 올라온 각종 최고급 정보들이 이곳으로 모인다.

금감원·공정위 직원 보충론 제기

사정작업과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곳은 사정비서실이다. 전남 장흥 출신으로 대검찰청 범죄정보과장과 중수3과장, 서울지검 특수 3부장 등을 거친 이귀남 사정비서관이 이끌고 있다. 이비서관과 함께 사정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9명.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에서 검증된 베테랑들이 1, 2명씩 파견나와 있다.



이들은 과거에는 청와대와 각 기관을 잇는 단순한 ‘연락관’ 내지 ‘업무협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대통령 하명사항을 담당해 온 경찰청 조사과(일명 사직동팀)가 해체(10월17일)된 뒤 역할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사직동팀’이라는 손발이 없어졌으니 급한대로 직접 내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는 것. 때문에 일부 인사들은 “경험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 가서 정보를 얻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주변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사정정국’이 열렸고 여권과 청와대 일각에서는 사정비서실 인원보강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사정비서실이 지금처럼 기획-조정 기능만 갖고는 ‘특별한 사건’을 처리하기 힘들다. 권력형 부정부패사건 등과 관련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사전에 조사-확인해 검찰에 넘기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금융감독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추가 인원을 파견받아 최소 10여명의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과거 사직동팀이 부활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비판론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사정비서관이 책임지고 청와대 소속으로 운용하면 별 문제가 없고, 현재와 같은 위기국면일수록 상황을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 구상이 현실화할 경우 사정비서실은 과거 사직동팀을 관할할 때보다 더욱 막강한 힘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향후 사정시스템 확립 문제와 연결돼 매우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번 사정작업에서 이른바 ‘사정비서실 파일’이 활용될지도 관심사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사정비서실은 여권 관련 인사들도 포함된 다수의 사정파일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동안 각종 루트를 통해 올라온 정보 가운데 언젠가 쓰일 때를 대비해 축적해 놓은 여권 주변 인사들과 관련한 파일이 있다는 것.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또 해체된 사직동팀이 보유하고 있던 파일도 사정비서실로 넘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여권이 사정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정비서실과 사직동팀 파일을 이용해 권력기관 주변 인사들을 상대로 한 사정을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정비서실 관계자들도 여권 내부, 그 중에서도 권력기관을 먼저 사정하지 않고서는 사정작업이 힘을 받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사정비서실과 발맞춰 사정작업을 펼치고 있는 곳은 정부 부처에서 파견된 인원 10명이 근무하는 공직기강비서실(정영식 비서관)이다. 기본 업무가 공직 인사, 공직 감찰활동으로 공무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곳이다. 장-차관급은 물론 대학교수, 언론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인물파일인 ‘존안카드’도 관리하고 있다. 현 정부가 김영삼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존안카드는 2665명 분. 지금은 숫자가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게 정설이다.

정부기관 장으로 있다가 민주당 현역의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A씨. 그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현 정부까지 몇 차례나 장관 후보에 올랐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사정을 잘 아는 한 여권 인사는 “공직기강팀의 인물검증 과정에서 결격 사유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감사기관에 근무했던 B씨는 담당 기관을 상대로 청첩장을 대량 돌렸다가 문제가 됐다. 존안카드에 이런 내용이 기록돼 진급 누락은 물론 옷까지 벗어야 했다. 지금 그는 한 공기업에 근무하며 가끔 존안카드의 위력을 되새기고 있다.

사정정국 분위기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쪽은 조근호 민정비서관이 이끄는 민정비서실이다. 행정자치부 재경원 감사원 등에서 파견된 인원을 포함, 11명의 인원이 근무하는 민정비서실은 요즘 ‘민심 청취’에 여념이 없다. 한 관계자는 “밖에서 대통령이 민심을 모른다는 말이 많다보니 민심동향 보고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 이슈가 된 모든 사안에 대해 지역별 계층별 반응을 담아내고 있다. 신광옥 수석은 특히 여론이 좋지 않은 영남권에 직원을 상대적으로 많이 파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8명이 근무하는 민원비서실(이재림 비서관)은 친인척 관리와 청와대로 들어오는 한달 평균 400여건의 각종 민원을 처리하는 것이 주 업무다. 친인척 문제는 민감한 폭발력을 갖고 있기에 담당자들은 ‘요주의 인물’들을 특별 관리하며 점검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하도 말이 많아 그저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규제를 심하게 해 친인척들로부터 “이래도 되는 거냐”는 항의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민정수석실 비서관들이 맡고 있는 각각의 고유 업무는 상호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때문에 이들 각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엮는지에 따라 사정의 시너지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검찰 국세청 감사원 등 다른 사정기관과의 협조체제 구축도 마찬가지다. 이 부분에 대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람이 신광옥 수석이다.

이런 이유로 여권일각과 사정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신수석이 또 다른 시험대에 올랐다”는 말이 나온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민정수석실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신수석이 생생한 바닥 민심을 대통령에게 그대로 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 한 동교동계 인사는 “대통령이 부담을 느낄 만한 내용에 대해서는 과감한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평이 많다”고 표현했다. 권력 내부 사정에 밝은 또 다른 동교동계 인사도 “신수석이 충성심은 강하지만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신수석이 김대통령과 한광옥 비서실장의 공통점인 ‘신중함’의 벽을 뚫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있다. 김대통령이 10월 중순 이상수 총재특보단장을 불러 “시중 민심을 있는 그대로 직보해 달라”고 당부한 것이 한 사례로 거론된다. 김대통령이 청와대의 민심 파악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고 당에 ‘특별 주문’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실 내부 분위기가 신수석으로 하여금 ‘과감한 직보’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대통령에 대한 직보 채널이 가로막혀 있다는 것.

신수석에 대한 이런 평가들이 사정정국을 거치며 어떤 변화를 겪을지 두고볼 일이다. 특히 이번 사정이 권력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했을 때 ‘전략사령관’인 신수석은 사정의 성공 여부, 나아가 여권의 정국주도권 확보 여부를 결정짓는 키를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정과 관련해 “검찰과 감사원이 교차사정을 할 것이다”는 등 말이 많지만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결국 다른 권력기관에 대한 사정은 검찰이 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끌어가기 위해서는 검찰의 힘이 필요하고 △교차사정이 현실화했을 경우 사정기관간 갈등이 벌어질 수 있으며 △민정수석이 대검 중수부장, 사정비서관과 민정비서관이 검찰 범죄정보과장을 지냈다는 사실 등에 주목한 진단이다.

조근호 민정비서관이 대검 범죄정보 1담당관인 황희철, 2담당관인 양재택 검사와 사시 동기(23회)라는 점도 이색적인 부분이다. 민정수석실 한 관계자는 “과거에 하지 않은 성역 부분을 들춰낼 것이다. 사정기관부터 강하게 할 것이다”는 말로 분위기를 설명했다.

그러나 고민도 있다. “썩은 부분을 과감히 도려냈을 경우 야당과 언론이 손뼉을 치기보다 ‘그만큼 썩었다’며 공격하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 사정을 통해 집권층에 대한 신뢰감을 회복코자 했는데 오히려 집권 기반을 더 허물 수도 있다는 우려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나 여권 인사들이 사정과 관련해 우려하는 고민의 핵심이 이것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마지막 결전’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한 마당에 적당히 시늉만 낼 수도 없는 현실. 전반적인 상황도 ‘권력기관에 대한 사정’을 강제하고 있는 형국이다. 청와대 한 비서관은 “팔을 자른다는 심정으로 정도를 걸어야 지금의 위기 국면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철저한 사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주간동아 2000.11.30 261호 (p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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