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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T-2000 실사보고서 왜곡됐다”

비동기 시스템 개발 현황 보고서 단독입수…현장 실사 참여 전문가들 문제 제기

“IMT-2000 실사보고서 왜곡됐다”

“IMT-2000 실사보고서 왜곡됐다”
정보통신부가 IMT-2000 기술표준을 결정하면서 동기방식을 끼워넣기 위해 비동기 시스템 실사 결과를 고의로 왜곡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IMT-2000 기술표준협의회는 비동기 시스템과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정작 현장 실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배제한 채 실사에 참여하지 않은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들의 의견만으로 ‘비동기 개발현황 조사 참석자 의견서’를 작성해 ‘고의 누락’ 의혹마저 증폭시키고 있다. 현장 실사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비동기 시스템 상용화 가능’ 의견을 낸 반면 현장 방문에 참여하지 않았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들은 대부분 ‘판단 보류’ 또는 ‘상용화 불가’ 의견을 냈다.

‘합의’ 뒤집고 현장 실사 돌연 불참

이같은 사실은 ‘주간동아’가 단독 입수한 비동기 시스템 개발현황 실사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차세대 이동통신의 기술표준을 결정하기 위한 ‘IMT-2000 기술표준협의회’(위원장·곽수일 서울대 교수) 5차 회의가 열린 10월6일자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A4용지 50여장 분량으로 이뤄져 있다. 기술표준협의회는 이 보고서 작성에 앞서 국내에서 비동기 시스템 개발에 가장 먼저 착수한 LG전자 중앙연구소(경기도 안양 소재)를 대상으로 지난 10월2일, 2002년 5월까지 비동기 시스템 상용화가 가능할 것인지를 점검하기 위한 실사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기술표준협의회 위원인 교수 2인, 사업자측 2인, ETRI측 2인 등 총 6명이 현장 실사에 참여하기로 했던 사전합의를 깨고 ETRI측은 실사가 시작되기 30분전쯤 일방적으로 불참을 통보해 왔다. 애초 기술표준협의회에서는 현장 실사를 위해 ETRI측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는 위원들의 주장과 삼성, 현대 등과 비동기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어 사실상 경쟁업체나 다름없는 ETRI측 연구진의 현장 실사를 허용할 수 없다는 LG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왔다. 논란 끝에 위원회는 결국 ETRI측 전문가 4명 중 2명의 간사만이 실사에 참여한다는 데에 합의했고 이를 회의록에 명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ETRI측 연구진들은 이러한 합의를 뒤집고 현장 실사에 불참한 상태에서 ‘자료 제공 부족으로 개발 상태 파악 불가능’이라는 실사 의견서를 냈다. 이들의 의견은 최종 보고서에서 ‘상용화 불가’ 또는 ‘판단 보류’ 의견으로 정리되어 제출됐다. 또한 이들의 의견은 비동기 시스템 상용화 가능성이 크지 않으며 향후 일정이 빠듯하다는 보고서 결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

현장 실사에 불참한 데 대해 ETRI측은 “핵심 전문가들이 빠진 채 현장까지 가서 껍데기만 보고 오는 것은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전 합의를 뒤집은 데 대해서는 “‘합의를 뒤집었다’는 부분은 해석상의 문제’라며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실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의 증언은 전혀 다르다. 실사에 참여했던 한국통신측 관계자는 “9월30일에 열렸던 현장 실사를 위한 사전모임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LG측의 자료 미비를 지적하자 위원들은 ‘질의사항을 미리 LG측에 통보해 준 뒤 10월2일 현장 방문시 답변자료를 내놓는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런데 정작 (문제를 제기했던) ETRI측 연구진들은 아무도 현장에 오지 않았다. 그래놓고 ‘자료 미비’를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사에 참가했던 기술표준협의회 관계자도 “LG측이 충분한 준비를 통해 공신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기술소위원회 관계자들은 9월30일 LG 강남타워에서 사전모임을 갖고 활동방향을 협의하고 실사에 앞서 질의사항을 작성했다. 이 자리에서 실사팀 구성 등 대부분의 논의가 진행됐다.

보고서 일부 결론 고의 누락 의혹도

한편 실사에 참여했던 SK텔레콤 관계자는 최종 보고서의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보고서 전체의 맥락이 비동기 시스템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판단 보류’로 볼 수밖에 없게끔 조작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실사 후 열흘쯤 지나서 실사 보고서를 접한 뒤 매우 당황했다. 보고서는 ETRI측 간사가 작성한 뒤 참가자들에게 확인받지 않은 채 개인 의견을 첨부해 작성되었다”고 말했다.

이날 실사의 주안점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비동기 시스템을 개발하기 시작한 LG전자가 IMT-2000 서비스 개시에 지장이 없도록 2002년 5월까지 시스템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맞춰졌다. 따라서 이날 실사 참가자들은 단말기 및 기지국 모뎀 개발 상태, 비동기 프로토콜 개발 현황 등에 초점을 맞춰 음성통화 및 영상 데이터 전송을 실제로 확인하는 등 LG 연구소를 4시간에 걸쳐 실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동기식 음성 및 데이터 교환장비는 기술표준위원인 두 교수가 직접 실연했고 기지국 모뎀의 경우 칩으로 집적하기 직전 단계인 FPGA를 실사 참여자들이 눈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기술표준협의회측이 정작 개발 현황을 실사한 전문가들에게는 검토 의견을 구하지 않았다는 점도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다. 기술표준협의회 위원인 이모 교수는 실사 참가자에게 조사의견서와 점검 항목에 대한 LG측 답변서를 보내 서면 의견을 구했다는 기술표준협의회측 보고서에 대해 “의견서는 전혀 본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조사에 응한 적도 없고 논의에 참여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이교수는 기술표준협의회 최종 보고서에 자신의 의견이 ‘판단 보류’로 분류된 데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교수는 ‘기술표준협 회의에서 3분 정도 구두보고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연구소 실사에 응한 LG측 관계자는 “10월6일 마지막 회의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쯤 기술표준협의회측에서 실사 보고서를 보여주면서 ‘서로 피곤하지 않게 하자’고 종용했다”고 전했다. LG측 관계자가 수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 이 관계자는 “처음부터 ETRI측 연구진의 실사 참여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곽수일 위원장 등이 나서서 ‘다 보여줄 필요는 없지만 성의 표시는 하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기술소위원회 간사를 맡았던 ETRI의 김민택 박사는 “현장 실사에 참가했던 한국통신과 SK텔레콤 연구진들이 양식에 맞는 의견서를 보내지 않아 (의견서가 아닌) 실사 보고서만을 첨부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업자측 연구진들은 이미 자신들의 견해를 담은 실사 보고서를 보냈기 때문에 별도 의견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통보했는데 무슨 소리냐는 반응이다.

그러나 기술표준협의회측에서 주장하는 실사 보고서에도 핵심적 내용이 마찬가지로 누락되어 있어 의혹을 더해주고 있다. 한국통신과 SK텔레콤측 실사 참가자들이 작성한 애초의 실사 보고서에는 ‘상용화 일정 가능성 검토’ 항목에 ‘가능함’이라고 표시되어 있으나 기술표준협의회의 최종 보고서에서는 유독 이 부분만이 누락되어 있다. 이에 대해 보고서 작성 실무를 맡았던 ETRI측은 물론 기술소위원장을 맡았던 이모 교수 역시 ‘잘 모르는 일’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기술소위원장을 맡았던 이모 교수는 “어차피 각자의 입장이 분명한 참가자들이 실사에 참여했는데 무슨 합의가 나오길 기대하겠느냐”며 ‘판단 보류’가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이교수는 “현장 실사에 참여한 한국통신이나 SK텔레콤 등 사업자들은 어차피 비동기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의견서 역시 LG측에서 함께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IMT-2000 기술표준협의회 회의록이 왜곡되었다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1동기 2비동기’ 결정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파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주간동아 2000.11.16 259호 (p3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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