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7

2000.11.02

‘아셈’이 만들어 낸 두얼굴의 ‘서울선언’

  • 입력2005-05-16 15: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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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셈’이 만들어 낸 두얼굴의 ‘서울선언’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아시아-태평양지역, 나아가 전세계 평화와 안정에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ASEM 서울 2000’은 의장국인 한국의 ‘남북관계 비전’을 향한 축복과 격려의 잔치였다.

    10월20일 아시아-유럽 26개국 정상은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서울선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은 아셈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 아셈과 북한간, 개별 회원국과 북한간 관계를 개선하는 노력을 강화한다”는 공표대로 영국,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발빠르게 서울에서 대북한 관계 정상화까지 발표했다.

    화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양 대륙의 공동번영을 추구하자는 의지가 교류-협력 확대라는 밑그림으로 구체화된 만큼 건국 이후 최대 국제 행사라는 서울 아셈의 기념비적 의미엔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국이 ‘세상의 중심’으로 환대받은 이날 아셈의 한 언저리에서는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의 거센 시위가 잇따랐다.

    “아셈 반대! 초국적 자본의 이익만을 보장하는 신자유주의 반대!”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들과 외국 NGO 대표가 가세한 시위대는 ‘아셈 내에서의 무역`-`투자 자유화 논의 중단’ 등 6개안의 ‘서울선언문’을 채택했다. 거스르기 힘든 세계화의 도도한 물결 속에서 아셈과 반(反) 아셈, 두 개의 ‘서울선언’은 가을 하늘 아래 극명한 대치를 이뤘다. ‘잔치’는 끝났다. 남은 건 ‘중심’과 ‘주변’의 경계를 허무는 일.

    격차와 불평등이란 ‘세계화의 그늘’을 깨뜨릴 그 연장의 이름을, 그러나 아셈은 알려주지 않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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