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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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아킬레스건을 찾아라”

한나라당 ‘특위’ 가동 여권 인사 자료 수집…막후 실질 지휘자는 정형근 의원

  • 입력2005-06-22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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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권 아킬레스건을 찾아라”
    여권 인사들의 뒤를 쫓는 한나라당의 움직임이 매섭다. 그동안 체계적이지 못했던 한나라당의 ‘여권 아킬레스건 추적’은 최근 하나의 팀으로 뭉치면서 점점 조직화하고 있다. 핵심은 지난 9월2일 만들어진 ‘권력형비리진상조사 특별대책위원회’(약칭 특위·위원장 현경대 의원). 정가에서 보통 ‘추적팀’으로 불리는 조직이다. 한나라당 인사들은 특위가 2002년 대통령선거 때까지 여권의 아킬레스건을 찾아 때리는 지휘사령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위는 현재 한나라당으로 들어오는 민감한 제보의 집합소다. 당 민원실과 각 의원실 등으로 들어온 여권 인사들 관련 제보는 일단 당에 구성된 특위 지원팀(팀장 한종석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으로 모인다. 그런 다음 특위 간사인 정형근 의원을 거쳐 특위회의에 넘겨진 뒤 이총재에게 보고되는 수순을 밟는다.

    그러나 특위가 구성되기 전까지는 이처럼 명확한 체계가 갖추어지지 않았다. 개별 사안에 따라 사무총장이나 정책위의장, 비서실장 등을 통해 이총재에게 보고되곤 했다. 위원장 1명, 간사 1명, 위원 15명 등 17명으로 이루어진 특위는 상임위별로 활동력이 강한 의원들 1, 2명으로 구성됐다(표 참조). 현경대 위원장을 뺀 전부가 초-재선 의원들이다. 그러나 이총재의 한 참모는 “과거 야당과 비교해 보면 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털어놨다.

    특위의 손발 역할을 하는 지원팀은 제보 취합, 회의 내용 정리, 상황분석, 각 상임위별 자료 요구, 목록 작성 등의 역할을 한다. 한나라당 홍춘표 문화관광 전문위원과 김용선 재경담당 정책연구위원이 팀원이다. 현재 한나라당의 추적 활동이 ‘한빛은행 불법대출 외압의혹 사건’과 ‘신용보증기금 사건’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 이처럼 특위를 본부로 해서 지원팀이 보조하는 체제가 ‘아킬레스건 추적팀’의 기본 뼈대다.

    그렇다면 호적등본 확인이나 제보자를 만나는 등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경우는 어떻게 할까. 과거 야당에서는 당 민원실에 근무하는 당직자들이 주로 이 일을 담당했다. 이른바 ‘오길록팀’으로 불렸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의원들에게 비중이 더 가있다. 지원팀 팀장인 한종석 위원은 “제보자들이 상당히 몸조심을 한다. 당직자들보다 국회의원들이 나서면 상대가 훨씬 믿고 얘기를 한다. 현장을 뛰어다니며 녹취하거나 사진을 찍는 등의 활동은 역할을 맡은 각 의원들이 알아서 한다. 이 점에서 당이 중심이 돼 움직였던 과거 야당과는 판이하게 다르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민원실 사람들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석균 민원국장은 “나도 제보자들을 만나러 지방을 다닌다”고 말했다. 특위 회의에는 민원국장도 참석한다. 제보 내용에 따라 민원실과 각 의원실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것. 현경대 위원장은 “직접 현장을 뛸 사람들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각종 자료수집과 추적활동을 조직화한 것은 최근 분위기에 영향받은 바 크다. 일부에서는 기획위원회 신설 등과 함께 대선을 앞둔 당체제 체계화 작업의 하나로 보기도 한다.

    다음은 한나라당의 최근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풍경 하나. 추석 직전인 9월 초순 한나라당 총재실에 한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주진우 총재비서실장은 제보 내용을 이총재에게 보고했고 이총재는 정형근 엄호성 의원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두 의원의 측근은 좀더 상세한 내용을 알아보고자 제보자와 만났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하. 제보자의 신뢰도는 물론 그가 말하는 내용이 별로 믿음직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김석균 민원국장은 “김대중 정부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며 잘못된 정책이나 여권 인사들로 인한 피해 사례들이 속속 당에 접수되고 있다. 양적인 면에서는 올 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김국장은 ‘선거비용 수사축소 의혹사건’ ‘한빛은행 불법대출 외압 의혹사건’ 등이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민원실 당직자 8명은 내부적으로 퇴근 시간을 저녁 9시로 정했다. 낮에 못다한 자료 검토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경대 위원장은 “들어오는 제보 가운데 지금은 한빛사건이나 이운영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사건과 관련한 제보에만 신경쓰고 있다. 아직 확인해보지 않은 제보 가운데 알맹이 있는 것도 들어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물론 제보 가운데는 근거 없는, 신뢰할 수 없는 것들도 많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양은 많아졌는데 내용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제보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한나라당은 최근 민원실 구조를 바꿨다. 김기배 사무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 테이블 배치 등 내부 구조를 바꾸고 민원상담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상근 민원 상담위원도 뒀다. 현재는 한 명이지만 세 명까지 늘릴 예정. 각종 민원을 자문해주는 민원정책 자문위원 숫자도 30명에서 60명으로 두 배나 늘렸다. 98년 10월 만들어졌으나 사실상 유명무실 상태였던 ‘국정고발센터’도 당보와 홈페이지 등에 광고를 내는 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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