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1

2000.09.14

대타 아닌 준비된 교육전문가

  • 입력2005-06-16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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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타 아닌 준비된 교육전문가
    교육부 역사상 올해처럼 어수선한 때가 없었을 것이다. 한 해에 장관이 세 번씩 바뀌는 홍역을 치르자 “고사라도 지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교육부 직원들은 “우리가 추진하는 교육정책의 적합성 때문이 아니라 장관들의 ‘입’과 ‘과거’ 때문에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며 “이젠 정말 교육 본연의 일로 평가받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이유로 이돈희(李敦熙·63) 장관에게 많은 기대가 모아진다. 평생 대학에서 교육철학을 가르쳐온 교육이론가에다 풍부한 현장경험을 통해 교육 전반을 두루 꿰고 있다는 점이 그의 장점이다.

    “교육개혁은 화려한 구상이 더 이상 필요 없을 정도로 이미 많은 과제가 개발돼 있다”는 이장관의 취임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교육정책을 급격히 바꾸기보다 그동안 제시된 교육과제를 착실히 실천하고 정년단축 등으로 사기가 떨어진 교직사회를 추스르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겠느냐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경남 양산 출신의 이장관은 부산 동래고, 서울대 교육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넉넉지 못한 집안 형편 때문에 단돈 50달러를 쥐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자동차 공장에서 쇠판을 자르는 막노동을 하며 74년 미국 웨인주립대에서 교육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사범대학장, 중앙교육심의회 위원, 한국열린교육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고 문민정부 시절 교육개혁위원회 위원과 한국교육개발원장도 맡았다. 99년 6월부터는 입각 전까지 대통령 자문기구인 새교육공동체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교개위 시절에는 정부가 ‘열린 교육 운동’을 주도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했다. 열린 교육 운동은 민간 주도로 자발적으로 이뤄져야지 자칫 ‘새마을운동’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교육철학 1세대로서 기틀을 다지는 등 학문적 업적도 탄탄하다. 교육평등, 교육기회 분배 등 교육을 사회정의적 측면에서 정리한 ‘교육정의론’은 학술원상을 받은 역저로 평가된다.



    이장관에 대해 합리적 성품과 신중한 처신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싫은 소리를 못하는 게 장점이자 단점. 교수 시절에도 제자들과 살을 부대끼며 사제간의 정을 나눈 스승이기도 했다.

    정진곤 한양대 교수(교육학)는 “대학 3학년 때 선생님께서 자비로 학생 7명을 데리고 김제 망해사로 1주일간 여행을 가 낮에는 논리학을 가르치고 밤에는 인생에 대해 토론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며 “학문적 인격적 측면에서 존경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어른 중 한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교육정책 방향을 놓고 우려하는 측도 있다. 전교조는 취임 첫날 “이장관은 교육개혁위원회 위원과 한국교육개발원장으로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의 논리를 제공했고 새교육공동체 위원장으로서 자립형 사립학교 도입을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건의했다”며 “교육정책의 개혁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이에 대해 이장관은 “글쎄요, 교육을 시장경제 원리에 맞춰 경쟁을 통해 질을 향상시킨다는 의미의 신자유주의라면 나는 아닙니다. 그러나 교육을 획일적인 틀 속에서 운용하지 않고 프로그램과 체제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의미라면 신자유주의자로 부르는 것도 받아들이겠습니다”고 말했다.

    이장관은 그동안 교육부를 ‘관찰’할 기회가 많았다. 새교위 위원장, 시`-`도교육평가위원장으로서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최근 교육부 공무원들에게 “일선 교육현장에서 이구동성으로 교육부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는 것은 분명 교육부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라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주문했다. 대학교육도 그의 강조사항 중 하나.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최일선이므로 대학의 자율성은 최대한 존중하되 책무도 엄하게 요구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선장을 바꾼 ‘교육부’의 항로에 많은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교육전문가’ 이장관이 거센 파도를 헤치고 순항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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