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7

2000.08.17

만화축제, 자기 색깔을 찾는다

  • 입력2005-09-14 13: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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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축제, 자기 색깔을 찾는다
    5년 전 여름 95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SICAF)이 열렸다. 때마침 불어닥친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 붐은 페스티벌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 한몫 했고, 만화 출판사들도 경쟁적으로 부스를 만들었다. ‘국제’라는 이름을 걸기에 부족함이 많은 행사였지만 처음으로 만화 인프라를 한자리에 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페스티벌의 성공은 천덕꾸러기 만화의 화려한 복원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불량’한 매체에서 일약 차세대 지식산업의 대표주자가 된 만화는 그 뒤로도 여러 페스티벌을 통해 그 위치를 재확인했다.

    수십년 동안 축적된 고정관념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의 만화 페스티벌은 총력전을 펼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만화’라는 특화된 매체를 다루며 동시에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연관 산업을 포괄하고 견본시에 영화제까지 총괄하는 그야말로 박람회(博覽會)적 성격으로 확대됐다.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은 정부 주도로 시작했지만 만화가협회, 만화출판, 애니메이션협회, 학계 등이 공동 보조를 취하는 형식으로 정리됐다.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조직위원회도 사단법인으로 탈바꿈했고, 비엔날레로 바뀌면서 힘을 비축할 여지를 만들어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행사다. 그러나 만화의 모든 것을 보여주려는 박람회적인 성격이 오히려 행사를 차별화하는 데 장애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동아-LG 국제만화페스티벌은 공모전이라는 특화된 종합 페스티벌로 출발했다. 다른 페스티벌과 달리 많은 액수의 상금(올해 1억5000만원)을 제시해 1, 2회 때 외국의 좋은 애니메이션이 많이 응모되기도 했다. 카툰, 캐릭터, 애니메이션, 게임 등 분야별 공모전을 중심으로 점차 안정화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올해부터 동아-LG 국제만화·게임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꾸어 콘텐츠로 활용되는 만화의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MBC애니메이션엑스포는 애니메이션 전문영화제를 표방하며 특히 일본 최신 화제작을 많이 상영해 관심을 모았지만 1회 개최 후 행사가 중단됐다. 엑스포의 연장선상에 있는 부산판타스틱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주로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을 소개했던 1회 때와 달리 단편 중심으로 작품을 선정했지만 앞으로 어떤 애니메이션을 보여줄 것인지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부천국제대학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은 만화도시를 꿈꾸는 부천시의 행사로, 지자체의 지원 아래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학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진행하는 소규모 행사와 만화 동아리들의 판매전인 ACA 판매전, 코믹마켓 등의 행사가 있다.

    한국의 만화페스티벌은 초기 박람회적인 성격에서 점차 자기 개성을 찾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무조건 대형화된 행사를 지향하는 어리석음도 점차 극복하고 있다. 2년 동안 만화-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성과를 집적하는 서울국제만화페스티벌, 공모전을 중심으로 신인을 발굴하는 동아-LG국제만화·게임페스티벌, 학생들의 성과를 모은 부천국제대학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이 역할을 나누며 자기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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