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7

2000.08.17

‘문명의 이기’ 잘못 쓰면 눈먼다

인공 선탠, 레이저 포인터, 카메라 플래시 등…자칫 백내장, 망막 파열 등 평생 장애 유발

  • 입력2005-09-14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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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의 이기’ 잘못 쓰면 눈먼다
    무심코 사용하는 ‘문명의 이기’들이 어느 날 갑자기 치명적인 ‘흉기’로 돌변한다면?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조차도 생활 주변에서 갖가지 위험한 광선을 방출하는 기기들엔 의외로 무신경하기 쉽다.

    어떤 제품이나 기기를 사용할 때 사용상의 주의사항이나 세부설명까지 제대로 읽어보고 쓰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마련. 그러나 그 위험성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기기들은 꽤 많다. 자칫 방심하면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평생 장애가 남을 수도 있다.

    때마침 일상생활에서 친숙하게 접하며 사용하는 기기들이 그 사용 목적에서 벗어나거나 부주의하게 사용될 경우 인체에 가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성들이 최근 일본 교토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비전리방사선보호국제위원회(WHO/ICNIRP) 공동 워크숍에서 논의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워크숍에서는 자외선과 레이저, 적외선이 인체에 미치는 다양한 영향들에 대한 토의가 이뤄졌으며 젊은 여성들이 주로 애용하는 인공 선탠기나 초등학생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레이저 포인터(레이저 지시봉), 카메라 플래시 등 흔히 사용되는 기기들의 부작용에 대한 세밀한 규제 또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인공 선탠에 대한 제재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바로 자외선 때문이다. 자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더 짧으므로 광전자의 에너지가 더 강해 피부암을 일으키거나 안구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외선은 태양빛을 비롯해 백열등 수은등 할로겐등 형광등 아크용접 등에서 방출되는데 인체의 DNA 및 RNA 파괴, 피부홍진, 점 발생, 면역 저하, 피부암, 피부노화, 백내장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으므로 선탠시 주의를 요한다. 실례로 호주에서는 지난 25년간 인공 선탠기가 유발하는 자외선의 위험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꾸준히 실시해 최근 들어 피부암 환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자외선에 의한 피부암 발생이 대개 15∼30년 정도 후에 나타나는 점을 감안할 때 인공 선탠에 대한 올바른 이해(상자기사 참조)는 빠를수록 좋다.



    레이저 포인터

    요즘 학교 주변 문구점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레이저 포인터도 주의해야 할 물건이다. 레이저에는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등의 레이저가 있으며 그 특징으로는 단파장 직진성 집속성(진행거리와 관계없이 일정 강도를 유지하는 빛의 성질)을 들 수 있다. 국내엔 백내장, 망막 및 각막 파괴를 일으킬 수 있는 레이저에 대한 규제 기준이 아직 제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레이저 장비는 통상 Class1, 2, 3A, 3B, 4 등 5등급으로 구분된다. Class1은 출력이 작아 눈에 손상을 주지 않고, Class2는 가시광선의 레이저로서 최대출력이 1mW여서 레이저를 응시할 때 눈에 손상을 줄 수 있으며, Class 3A는 최대출력이 5mW로 일상적인 경우에 눈에 손상을 줄 수 있다. Class 3B는 최대출력이 500mW로서 눈에 상당한 손상을 줄 수 있으며, Class 4는 최대출력이 500mW 이상이며 눈과 피부에 치명적 손상을 줄 수 있다.

    ICNIRP는 Class 2의 레이저 포인터도 아이들이 장난감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레이저 포인터를 친구들끼리 서로의 눈에 장시간 조사(照射)하여 망막 손상을 입었다는 사례가 발표된 바 있으며, 영국에서는 출력 5mW 이상의 Class 3B 레이저 포인터도 시판되고 있음이 확인되었으나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실태조사가 전혀 없다. 미 육군 건강증진연구소의 슬리니(Sliney) 박사의 보고에 따르면, 1mW의 레이저에 0.25초 이상만 노출돼도 망막 손상이 올 수 있다고 한다. 즉 망막 손상은 광원(光源)의 조사량뿐만 아니라 망막에 맺히는 상의 크기에 따라서도 결정되는데, 동공이 축소된 어두운 곳에서 레이저 포인터를 응시할 경우 주변이 밝을 때보다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레이저 포인터를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지정, 판매를 금지했으나 아직도 길거리 등에서 버젓이 팔리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가시광선이나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도 그 세기에 따라서는 망막열상, 푸른빛에 의한 망막 손상, 근적외선에 의한 수정체 손상, 각막 열상 등을 발생시킬 수 있다. 최근 나오고 있는 카메라 플래시는 기존 제품에 비해 집중도(Intensity)가 훨씬 강해 짧은 시간 노출하여 20cm 이내의 근거리에서 플래시를 터뜨리는 경우 망막에 손상을 줄 수 있다.

    특히 어린이들이 장난으로 플래시를 계속 터뜨릴 경우 망막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어 자칫 실명할 수도 있으므로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1m 이상의 거리에서 비연속적으로 자동 플래시를 사용하는 경우엔 별 위험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에 관심이 많아 카메라 본체와 분리되는 플래시(스트로보)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간단한 실험만으로도 그 광량의 세기를 측정해볼 수 있다. 검은 비닐봉지를 광선이 나오는 전면에 대고 플래시를 터뜨려보면 그 부위가 조금 녹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망막에 그 강렬한 빛이 들어간다면 어떤 손상을 입을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 장비들은 많은 경우 한글로 된 사용설명서가 지급되지 않고, 위험 경고도 부착되지 않아 문제다.

    국내 대학병원 안과에도 플래시에 의해 눈이 손상된 환자들이 심심찮게 찾아온다. 따라서 카메라 플래시는 물론 레이저 포인터, 각종 선탠 기기에 대한 실태 조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하며, 경고 문구를 삽입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도 제정해야 한다.

    또 의료-산업계의 레이저 기기 사용이 급격히 느는 추세에 있지만 레이저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의료사고나 산업재해가 빈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일례로 한 외국 공항 부근에서 레이저쇼 도중 공항에 있던 조종사의 눈에 레이저가 조사되어 안구 손상을 입은 경우도 있으므로, 레이저쇼 행사 등도 안전한 장소에서 실시하되 우발적 사고를 방지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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