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47

2000.08.17

남녀 차별이나 성희롱 직장여성 24% 경험

이의제기 12% 불과, 시정조치 미흡

  • 입력2005-09-14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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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여론조사회사인 해리스가 1994년 2월에 미국 직장 남녀 782명을 대상으로 직장에서 성적으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지 조사했더니 응답 여성의 31%가 ‘있다’고 응답하여 미국 내에서도 직장 내 여성의 성희롱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희롱의 가해자는 70%가 직속 또는 타부서 상사이고 동료는 19%, 부하직원은 14%라고 한다(중복 응답). 흥미로운 것은 남성 응답자 중에서도 7%가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는 점인데 가해자는 37%가 상사, 46%는 동료라고 한다. 성희롱의 가해자가 여성에게는 상사가 대부분인 반면, 남성에게는 상사와 동료가 비슷한 점이 눈에 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5월에 도시 직장인 남녀 1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가 있는데 여성직장인의 경우 24%가 직장에서 남녀차별이나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상사나 회사에 이의를 제기해 문제를 고친 사람은 12%에 불과하고 56%는 아무에게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대답해 직장 내 성희롱이 대부분 드러나지 않고, 시정되는 경우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직장 내 여직원 성희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여성응답자 중에서는 16%에 달하지만 남성응답자의 경우에는 불과 4%만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성희롱에 대한 남녀간의 인식 차이가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1999년의 한 조사에 의하면 성인 남성 87%가 성희롱을 한 경험이 있다고 고백했는데, 이들이 고백한 성희롱의 종류에는 음담패설(52%), 음란한 눈빛(51%),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35%), 술 따르기 강요(17%) 등이 많았다(중복 응답). 그동안 한국의 많은 남성들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성희롱 범죄를 범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환경부 남성 고위관리가 여성인 직속 장관과 여기자의 외모에 대해 평했다가 물의를 일으키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여성을 외모로만 평가한 그의 잘못은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취중농담을 사과받고 용서해 줄 만한 아량을 가질 수 없었는지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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