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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름알데히드 그 ‘무지의 공포’

공기, 식품 통해 매일 섭취…인체에 유해한 명확한 기준 없어 ‘불안감’ 날로 확산

포름알데히드 그 ‘무지의 공포’

7월13일 세상의 이목은 ‘포름알데히드’라는 독극물로 모아졌다. 서울 용산에 있는 미군부대가 이 물질을 하수구를 통해 한강에 버린 사실이 현장을 포착한 사진과 문서까지 곁들여 이날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포름알데히드(이 물질의 수용액이 포르말린이다)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것은 ‘뜬금없는’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매일 어디서건 포름알데히드가 함유된 공기와 식품을 호흡하거나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청 조사 결과 자료는 ‘충격’

포름알데히드 관련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지만 시민들은 도대체 포름알데히드가 정말 해로운 건지, 아니면 누군가 위험을 과장하고 있는 건지 혼란만 느끼게 된다. ‘주간동아’는 정부기관과 학계 권위자들을 만나 이들의 최신 연구자료와 ‘소견’의 한계 내에서 포름알데히드에 얽힌 본질적인 의문을 풀어보기로 했다.

시체방부용으로 잘 알려진 포름알데히드는 사람이 병째 직접 마시면 매우 위험하다. 문제는 공기흡입, 피부접촉, 음식섭취의 형태로 소량이 인체에 들어갔을 경우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느냐는 점. 산업안전관리공단에 따르면 1ppm(mg/kg)이 포름알데히드의 법정노출 농도다. 녹색연합은 “30ppm에선 질병증세가 나타나며 100ppm 이상에서 1분 이상 노출하면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증세나 영향이란 정서적 불안, 기억력 상실, 정신집중 곤란, 위의 손상, 암 유발 등을 말한다.



최근 한나라당 김홍신 의원은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대외비밀 문건 한 부를 넘겨받았다. 국민이 많이 섭취하는 식품 110여종에서 포름알데히드 함유량을 국내 최초로 측정해 그 결과를 요약 정리한 서류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 문서가 공개될 경우 관련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국민 식생활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공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99년 1년간 실시된 조사 결과 모든 식품에서 1ppm 이상의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더구나 곡류 두류 어패(가공)류 버섯류에서 ppm 수치가 각각 32.28, 81.65, 385.50, 54.06까지 올랐다(표 참조).

식약청은 조사대상 식품에 함유된 포름알데히드는 인공적으로 첨가된 것이 아닌 천연적으로 생긴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밀란대 레스타니 약학박사의 ‘포름알데히드 경구독성’이란 논문에는 “포름알데히드는 식품 속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며 낮은 수준의 노출에 대해선 발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돼 있다. 식약청 김희연 식품분석과장은 “인공적으로 식품에 첨가한 포름알데히드는 인체에 유해하다. 그러나 식품 속에서 자연 생성된 포름알데히드는 ppm 수치에 관계없이 인체에 해롭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식약청의 공식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이같은 견해에 대한 학계의 의견은 어떨까. 기자는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김신도 교수, 서울대 식품공학과 문태화 교수,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권훈정 교수에게 식약청의 조사 결과를 제시하고 의견을 물었다. 김교수와 문교수는 ‘소극적’ 반대의견을 밝혔다. “천연-인공 포름알데히드는 화학적으로 같은 물질이다. 식품에서 그렇게 높은 수치가 검출됐다면 아무리 천연적으로 생겼다 하더라도 찜찜하다.”(김교수) “포름알데히드가 체내에서 독으로 작용하는지 여부는 그 물질이 어느 정도의 농도로 함유돼 있는지에 달려 있다.”(문교수)

‘식품독성학’을 전공한 권교수는 좀더 적극적으로 식약청의 견해를 반박했다. 권교수는 “식약청이 천연 포름알데히드이기 때문에 무해하다고 했을 리 없다. 기자가 잘못 들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권교수의 견해.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든 일부러 투여했든,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똑같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바로 ppm 수치다.”

그렇다면 식약청 조사에서 나타난 ppm 수치는 어느 정도의 인체 유해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인체에 들어갔을 때 안전한 포름알데히드의 적정량은 현재까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권교수는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며 다음과 같은 계산법을 제시했다. 보편적인 식품첨가물 안전기준치는 동물(쥐)에게 투여했을 때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양의 100분의 1 정도. 이 방법대로 하면 포름알데히드의 경우 하루 10mg이 허용 기준치라는 것. 권교수는 “식약청 조사결과를 여기에 적용할 경우 어패류 가공품은 25g 이상, 두류는 120g 이상만 먹어도 포름알데히드의 안전수치를 넘게 된다”고 밝혔다. 권교수에 따르면 자연 상태의 동식물 혹은 식품에서 인체에 실질적으로 해를 줄 정도의 포름알데히드가 스스로 생성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자연 상태의 포름알데히드가 인체에 유해한지에 대해선 이처럼 식약청과 교수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 99년 포르말린 통조림 재판에서 서울지법은 “포름알데히드는 자연상태에도 존재하며 인체에 해롭다는 주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며 제조업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식약청의 견해에 가까운 판결이었다.

그러나 한교수는 “식약청 조사 결과를 보니 두통이 날 것 같다”고 표현했다. 포름알데히드의 수치가 매우 우려된다는 뜻이다. 그는 “포름알데히드가 많이 든 사료를 먹은 소에게서 같은 성분이 많이 든 우유가 나온다. 산업활동으로 대기 등 생태계에 포름알데히드의 양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면 그 조사 결과는 환경재앙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신도 교수는 “우리는 방안에서나 외출할 때나 포름알데히드에 포위돼 있다”고 말한다. 포름알데히드는 방부제 외에도 도료와 접착, 섬유제품 공정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물질은 옷, 침대, 가구, 페인트칠한 벽,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공기 중으로 나오며 저절로 생성되기도 한다. 여기서도 논란은 역시 유해성 여부에 모아진다. 환경부 화학물질과 정덕기 사무관은 “포름알데히드는 산소(O), 탄소(C), 수소(H2)로 구성돼 있어 쉽게 생성되기도 하지만 분해도 활발히 일어난다”고 말했다. 특히 햇볕을 받으면 훨씬 잘 없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공기 중에서 사람이 포름알데히드로부터 100% 안전하다고 확신할 근거는 아직 없다. 이 물질의 공기 중 유해성 여부에 대한 조사는 간헐적으로 두루뭉술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 김교수는 특히 지하철을 주목한다. 다음은 그의 견해. “올해 1월 30개 지하철 객차에 대한 환기 실태를 조사해 발표했는데, 이중 18개에서 공기조화장치(팬)가 제대로 환기를 시키지 못했다. 지하철 승객들의 옷, 광고판들에서 포름알데히드가 다량 나올 수 있으며 햇볕이 들지 않으므로 광합성에 의한 분해도 안 되고, 밖으로 빠져나가지도 못한다. 객차 공기에 대한 엄격한 조사가 필요하다.”

포름알데히드가 어디서 어느 정도의 양이 됐을 때 인체를 공격하는지에 대한 ‘딱 떨어지는 해답’은 아직 구할 수 없다. 그러나 이 물질의 유해성과 관련해 과장되거나 축소된 부분, 아직 판단을 유보해야 하는 부분은 어느 정도 구분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 물질에 의한 인체의 피해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경고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포름알데히드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내는 특이한 독극물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자연은 필요 이상의 독은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간동아 2000.07.27 244호 (p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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