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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한탕주의

“금배지 못달 바에야 돈이라도”

일부 정치인 조직 팔아넘기기 중앙당지원금 챙기기 등 잿밥에 신경

“금배지 못달 바에야 돈이라도”

올 1월 초순. 당시 수도권 한나라당 원외위원장이었던 A씨는 측근들을 불러모았다. 98년초 지구당위원장에 임명된 뒤 평소 지구당사무실조차 없이 지내던 이 인사는 부랴부랴 사무실을 내고 전화도 들여놓았다. 여성 당직자도 한 명 상주시켰다. 그러면서 “중앙당에서 전화가 오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왜 이런 ‘꾀’를 부렸을까.

그를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15대 선거 때도 원외위원장이었던 그는 꽤 재미를 봤었다. 지구당을 내실있게 운영한 것처럼 포장해 조직을 넘기는 명목으로 공천자로부터 돈을 챙겼다. 그는 이번에도 똑같은 수법을 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총선 국면에서 ‘한몫’을 노렸던 이 인사는 자신의 지역에 이같은 ‘구태’를 수용하지 않을 것 같은 386 신진인사가 공천받자 긴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이 정치권인사는 “조직을 넘겨주는 대가는 튼실하면 1억원, 그렇지 않으면 5000만원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정설”이라고 전했다.

‘금배지보다 잿밥.’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거나, 출마하지 않더라도 선거전에 뛰어든 정치인 중에는 자신이나 지지자의 당선보다는 이를 이용해 돈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많다. 이같은 일은 공천과정에서부터 일어난다.

비례대표 확보 표 챙기기

계파를 거느리고 있는 정치권 일부 중진 인사 가운데는 비례대표 공천과 관련해 ‘돈 챙기기’를 노리는 경우도 있다. 2월18일 공천 파문 이후 모 정당을 탈당한 한 중진인사의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 “비례대표 2석을 당신 몫으로 주겠으니 당에 남으라”는 당 핵심부의 제안에 이 인사는 “3석 +α를 달라”며 줄다리기를 벌이다 결국 탈당했다.



당시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가 비례대표 티켓으로 장사를 해 돈을 챙기려 했다”고 꼬집었다.

소속 당으로부터 돈을 챙긴 뒤 다른 당으로 옮긴다든지 불출마를 하는 경우도 있다. 자민련 고위 인사들은 최근 탈당한 영남지역 한 인사를 놓고 험담을 서슴지 않는다. “당의 배려로 정부 고위직을 지냈고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는데 탈당할 수 있느냐”는 것. 이 인사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되면 입당하겠다”고 양해를 구했지만 김종필 자민련명예총재는 “고약한 사람”이라며 분노했다는 전언이다. 자민련 핵심관계자는 “그는 공천을 받은 이후 두 번 상경해 고위 인사에게 어려움을 호소, 상당한 지원을 챙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영남 지역의 한 현역 의원도 탈당하기 며칠 전까지 자민련 당사에 나타나 “어렵다”며 지원을 호소, 적잖은 돈을 챙겼다고 한다. 그는 돈을 챙겨갈 때 이미 다른 당과 입당교섭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당 관계자들의 속을 뒤집어 놓았다.

3월초 후원회까지 열어 출마자금을 모은 자민련 강원지역의 한 출마자도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했다. 자민련 이한동총재는 최근 사석에서 이 인사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선거자금이 부족하다고 해서 상당액을 지원해줬다. 진작 입장을 정리했으면 다른 유력인사를 영입할 수도 있었는데 지금 나자빠지면 어쩌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돈 챙겨 빠져나가기’에 노이로제가 걸린 자민련은 일괄적으로 당에서 지급하던 후보등록비 2000만원을 선거 이후 지급키로 했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미리 지급할 경우 등록도 하지 않고 등록비를 떼먹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

자민련은 또 민주당을 상대로 ‘빼가기 의혹’ 공세를 벌일 태세다. 자민련 공천을 받은 사람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대거 민주당으로 이동했기 때문. 3월10일 부산진갑 사하갑 금정 등 부산지역 자민련 공천자 세 명은 하루아침에 민주당 공천자로 옷을 바꿔입었다. 서울 은평을 공천자는 22일 민주당에 입당했다. 경북 봉화-울진 공천자도 같은 날 민주당 김중권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출마를 포기했다. 자민련 핵심 관계자는 “이들 중 한 인사는 주변사람들에게 돈과 관련한 얘기를 했다”며 “조만간 정식으로 문제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옥두사무총장은 “본인이 출마하고 싶지 않으면 안하는 것이지 당에서 설득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며 ‘빼가기 의혹’을 부인했다.

중앙당에서 지원받은 돈 중 일부를 선거전에 쓰지 않고 아예 ‘인 마이 포켓’하는 후보자도 많다. 각 정당은 선거 때면 출마후보자를 등급별로 나누어 일정액의 자금을 지원한다. 한 전직 의원은 과거 선거 때 그같은 일이 많았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돈을 아무리 써봐야 어차피 당선될 가능성이 없는 후보자들 중에는 이 기회에 돈이라도 챙기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15대 당시 여권의 특별지원을 받았던 한 수도권 당선자는 2억원 가까운 돈을 남겨 고생한 측근들에게 ‘인심’을 베풀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른바 ‘배달사고’도 많다. 중앙당이나 다른 후원자로부터 돈을 받아 후보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부를 ‘슬쩍’하는 것. 이래서인지, “선거판에 도는 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까지 돈다.



주간동아 228호 (p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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